▲ 외교부가 최근 부산시 측에 소녀상 이전을 요구한 가운데, 지난 설을 맞아 시민들이 큰 절을 올리고 있는 모습이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외교부가 ‘국제 예양과 국내법 위반’을 이유로 소녀상 이전 지시에 대한 내용을 담은 공문을 부산 동구청 등 지방자치단체에 내려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지난 한·일 정부 간 맺은 12·28 위안부 합의에 이어 최근 일본 측의 ‘독도 망언’ 릴레이까지 반일 감정이 극에 달한 현 민심을 제대로 헤아리지 못했다는 평가가 봇물을 이루고 있다.


외교부, ‘국제 예양에 어긋난 사안’ 부산 소녀상 이전하라


23일 <파이낸셜뉴스> 단독보도에 따르면 외교부는 지난 14일 부산시청과 부산시의회, 부산 동구청에 “국제 예양과 도로법 시행령 등 국내법에 어긋나는 사항이므로 소녀상을 이전하라”는 지시가 담긴 공문을 발송했다.


예양(禮讓)이란 ‘예의를 지켜 공손한 태도로 사양함’이란 사전적 의미로 정부는, 이 같은 공문을 통해 지난 ‘부산 소녀상 사태’를 무마, 일본과의 외교 관계 정상화를 도모하기 위한 방침을 세운 것으로 보인다.


외교부가 부정적으로 보고 있는 부산 일본 총영사관 앞 소녀상은 지난해 12월 28일 한일 위안부 합의 1년을 비판하기 위해 시민단체가 주도적으로 세웠다가 설립 당일 관할 구청이 도로법 시행령 위반 등을 이유로 철거했다.


하지만 시민사회와 일부 정치권의 거센 반발이 이어졌고 결국 부산시민들이 이틀 뒤인 12월 30일 재설치한 바 있다.


외교부는 그간 공식적으로 부산 소녀상 이전을 줄기차게 요구해오고 있다. 외교부 관계자 역시 “(이번 공문은) 기존 정부의 기본 입장을 전달한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지난 17일(현지시간) 독일 본에서 만난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으로부터 ‘소녀상 철거’ 요구를 받고 “국제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을 고려하면서 원만히 해결되도록 가능한 노력을 해왔고, 앞으로도 노력할 것”이라고 약속하기도 했다.


또한 지난해 12월 30일 외교부는 “외교공관 보호에 관련된 국제 예양 및 관행이라는 측면에서도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적절한 장소에 대해 지혜를 모을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입장을 밝힌 데 이어 지난 1월 국회에 출석한 윤 장관 역시 “국제사회에서는 외교공관이나 영사공관 앞에 어떤 시설물이나 조형물을 설치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일반적 입장”이라고 말한 바 있다.


부산 동구청, “외교부 스스로 직접 하라”


그러나 부산시 측은 이 같은 정부의 일관된 입장과 시민들의 반발, 그 가운데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부산 동구청은 소녀상 이전과 관련, 소녀상이 시민들에 의해 다시 설치된 만큼 동구 스스로 옮기는 일을 없을 것이라고 못 박는 한편, 결국 이전을 해야 한다면 외교부 스스로 직접 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일본 측은 주한 일본대사를 한 달째 소환해 현재 국내 미복귀 중인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일각에선 부산 소녀상 이전과 관련, 아베 신조 일본 총리 등이 공공연하게 주한 일본대사의 복귀 조건으로 한국 정부 측의 ‘실제 행동’을 요구해온 데 따라 외교부가 이에 화답한 조처 아니냐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한편, 정부가 이미 수차례 논란이 됐던 소녀상 이전을 실제 강행할 경우 정치권과 시민사회의 반발 등 더 큰 사회적 파장이 예상된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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