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430억원대 뇌물공여 등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6일 오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이날 박사모 회원들은 태극기를 들고 이 부회장의 구속영장 기각을 요구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이 삼성 오너 일가 최초로 구속되는 진기록을 세울지 여론의 관심이 모아진 가운데, 박근혜-최순실 국정 농단을 수사 중인 박영수 특별검사팀은 16일 이 부회장 구속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특검팀 대변인인 이규철 특검보는 이날 오후 정례브리핑에서 “이 부회장 영장 청구에 대해서는 사전에 충분히 준비했다”고 밝혔다.


앞서 특검팀은 이 부회장의 경영승계와 연관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박 대통령과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하고, 삼성은 그 대가로 최순실 일가에게 430억원대의 특혜를 제공한 것으로 판단해, 지난달 16일 이 부회장을 상대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법원은 19일 이를 기각한 바 있다.


이에 특검은 3주간의 보강 수사를 벌였고, 보강 수사 과정에서 새로운 정황을 포착하고 지난 14일 구속영장을 재청구 했다.


특검은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재청구를 하면서 뇌물공여 혐의와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횡령, 국회 청문회 위증 등 기존 혐의에다 재산국외도피와 범죄수익은닉 위반을 추가했다.


혐의 추가에 대해 이 특검보는 “영장이 기각된 이후 지난번 횡령 혐의에 포함되지 않았던 금액을 추가로 조사한 결과, 자금 지출이 정상적이지 않았다는 여러 정황이 확인돼 추가했다”고 설명했다.


특검은 삼성이 최 씨의 독일 현지 회사인 코어스포츠에 자금을 송금하는 과정에서 금융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부분에 재산국외도피 혐의를 적용했다.


또한 삼성이 최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여러 마리의 훈련용 말을 교대로 제공하는 과정에서 회계처리 제대로 하지 않아 수익처분을 숨기려 한 것으로 보고 범죄수익은닉 위반을 적용했다.


즉, 3주 간의 보강수사에서 증거가 추가로 확보되면서 혐의도 추가된 것이다.


이 부회장에 대한 구속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자정이나 17일 새벽에나 나올 것으로 보인다. 영장이 발부되면 이 부회장은 그 즉시 서울구치에 수감되고, 기각되면 집으로 귀가한다.


황교안 압박?…일찌감치 연장 신청


특검은 수사 기간 연장과 관련해 이날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연장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특검보는 “특검법상 연장신청은 3일 이전에 할 수 있도록 돼 있으나, 3일 이전에 신청해도 법적 문제가 없는 반면 이번 특검은 기존과 달리 수사대상이 상당히 많아 이에 대한 기소·불기소 여부 등 수사 결과를 미리 정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 특검보는 이어 “승인여부를 사전에 알 수 있을 경우 수사기간을 보다 효율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면서 “수사간 종료일인 오는 28일 기준으로 특검법 수사 대상에 대한 수사를 모두 완료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는 점을 참작했다”며 이날 수사 기간 연장 신청을 한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이는 이번 특검이 수사할 대상이 기존 특검보다 훨씬 광범위하고 많은 만큼, 수사 대상에 대한 공소제기나 수사 결과를 면밀히 정리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고려해, 일찌감치 연장을 신청했다는 것.


오는 28일 활동이 종료되는 특검팀은 특검법상 수사를 완료하지 못하거나 공소제기 여부를 결정하기 어려운 경우 종료 3일 전 그 사유를 대통령에게 보내 승인을 받으면, 1회 30일에 한 해 활동을 연장할 수 있다.


박 대통령이 탄핵으로 직무가 정지된 만큼,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대행이 특검 수사 기간 연장 결정권을 갖고 있다.


야권에서는 특검의 수사 기간 연장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자유한국당은 이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박 대통령과 자유한국당 지지층의 지지를 받아 지지율이 급부상하고 있는 황 대행도 지난 10일 국회 대정부질문에 출석해 “특검 수사기간은 아직 20여일 정도 남았다”며 “상당한 기간으로 지금 단계에서 연장을 검토할 상황은 아니다”라며 사실상 거부의사를 내비쳤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특검이 일찌감치 황 대행에게 연장신청서를 제출한 이유가 황 대행이 특검 연장 거부 결정을 내릴 경우, 국회에 계류돼 있는 특검법 개정안을 정치권이 조속히 처리해 달라는 의중이 깔린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 6일 더불어민주당 소속 의원 63명은 특검 수사 기간을 50일 연장하는 특검법 개정안 발의한 바 있다. 해당 법안은 현재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靑 압수수색 무산…법원, 압수수색 불승인 집행정지 각하 결정


한편, 특검이 압수수색을 거부하는 청와대를 상대로 낸 압수수색 불승인 집행정지 신청에 대해 법원은 이날 각하 결정을 내렸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김국현 부장판사)는 이날 특검이 청와대 비서실장 및 경호실장을 상대로 낸 압수수색 불승인 집행정지 신청을 각하 했다.


각하는 소송의 요건을 제대로 갖추지 않았을 때 심리를 하지 않고, 지체 없이 소송을 끝내는 것을 말한다.


재판부는 “국가기관 사이(특검과 청와대)의 권한 행사는 기관소송의 대상으로 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도 “행정소송법상 군사상·직무상 비밀의 압수를 승낙하지 않은 경우 소송을 허용하는 규정이 없어 다툴 수 없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이어 “집행정지 결정을 해도 불승낙이 있기 전의 상태로 되돌아가는 데 불과해 특검은 여전히 형사소송법 요건을 갖춰 영장을 집행해야 한다”며 “행정소송법상 의무를 이행하도록 하는 소송 없이 법원이 (압수수색 영장 집행)승낙을 명령할 수도 없다”고 설명했다.


이는 쉽게 말해, 청와대가 형사소송법 110조(군사상 비밀 유지가 필요한 장소의 경우)와 111조(직무상 비밀 물건을 있는 때)를 근거삼아 압수수색을 거부했는데, 형사소송 관련이므로 행정소송과는 영역이 다르기 때문에 각하결정을 내렸다는 것이다.


아울러 행정소송은 원고가 국민, 피고가 국가기관이어야 하는데, 해당 소송은 특검이 원고, 청와대 측이 피고로, 법원은 소송 자체가 부적합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특검팀은 청와대가 형소법을 근거로 압수수색을 거부하자, 지난 10일 법원에 청와대 경내로 진입해 압수수색을 할 수 있게 해달라는 취지로 압수수색 불승인 집행정지 행정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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