느닷없는 潘의 불출마…‘음모론’ 모락모락

▲ 지난 6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 제349회 국회 본회의가 끝나자 황교안 국무총리 겸 대통령 권한대행이 본회의장을 빠져나오고 있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황교안 전성시대’가 오려는가 보다.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의 중도 사퇴와 박근혜 대통령·새누리당 지지층 결집으로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의 지지율이 상승세를 타면서 정치권에 ‘황풍(黃風)’이 불어 닥칠 조짐이 일고 있다. 이 때문에 제1야당은 문재인과 안희정이라는 쌍두마차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황 권한대행의 지지율과 행보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눈치고, 국민의당도 경계심을 드러내고 있으며, 보수당인 바른정당은 특히 날을 세우며 긴장하는 모습을 역력히 드러내고 있다.


새누리당의 경우 황 권한대행을 자당 대선후보를 키우려는 듯, 황 권한대행의 대선출마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반풍(潘風)’ 소멸을 지렛대 삼아 황풍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는 새누리당 친박계의 노림수에 대해 들여다 봤다.


탄핵 기각‥12월 대선 노리는 황교안?


친박과 黃의 결탁‥정권교체 일등공신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조기 대선이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반풍(潘風)’이 소멸되고 ‘황풍(黃風)’이 불어 닥칠 조짐이 일고 있다.


황풍의 진원지는 보수진영, 그 중에서도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지율 3위로 급부상…황풍(黃風) 예고?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이 황교안 대통령 권한대행에게로 옮겨가, 각종 여론조사에서 흡족할만한 성적을 내고 있는 상황이다.


종합편성채널 <MBN> 의뢰로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1일부터 3일까지 실시한 2월 1주차 여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조사에서 황 대행은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31.2%)와 안희정 충남지사(13.0%)에 이어 12.4%의 지지율을 기록하면서 3위에 안착했다.


<동아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서치앤리서치에 의뢰한 차기 대선 후보 지지율 여론조사 결과(3일과 4일)에서도 문 전 대표가 28.7%로 1위, 12.9%를 기록한 안 지사가 2위, 황 대행이 10.0%의 지지율로 3위를 달성했다.


<한겨레>와 한겨레경제사회연구원이 3~4일 여론조사업체 리서치플러스에 의뢰해 실시한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도 문 전 대표(30.2%), 안 지사(14.1%), 황 대행(12.5%) 순이었다.


<국민일보>가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에 의뢰해 실시한 여론조사(3~4일)에서는 문 전 대표(32.5%)가 1위를 수성했으나, 16.0%의 지지율을 기록한 황 대행이 15.3%를 얻는데 그친 안 지사를 따돌리고 2위에 올랐다.


이와 같이 황 대행은 각 여론조사 기관들이 실시한 대선후보 지지도 조사에서 ‘탑(TOP) 3’ 안에 이름을 올리면서 황풍을 예고하고 있다.


▲ 2월 1주차 리얼미터 대선후보 여론조사.

한정된 지지층…외연 확장의 어려움


황 대행의 지지율 상승은 반 전 총장을 지지하던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 대부분이 황 대행 쪽으로 이동했다는 게 여론조사 기관들의 설명이다.


그도 그럴 것이 국민일보 여론조사에서 지난 2012년 대선 당시 박 대통령을 뽑았다고 응답한 46%가 황 대행의 출마를 반기는 것으로 조사됐으며, 새누리당 지지층에서는 무려 72.7%가 황 대행의 출마를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반해 ‘황 대행이 불출마해야 한다’는 응답은 전체 응답률 가운데 69.1%를 차지했다. 국민 10명중 7명은 황 대행의 출마를 달가워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황 대행의 지지율 대부분은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에 한정돼 있다는 것.


이는 황 대행이 조기에 치러질 것으로 예상되는 ‘벚꽃대선’에 출마한다고 가정한다면, 새누리당 대선후보는 될 수는 있겠으나, 외연 확장 실패로 정권재창출은 극히 어렵다는 얘기다.


이와 더불어 박근혜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 등을 역임하면서 승승장구한 황 대행의 출마는 박근혜 정권의 연장선상이라는 부정적 여론이 지배적이기 때문에 오히려 진보층과 중도층의 결집만 불러올 가능성이 높다.


黃의 노림수


이러한 이유에도 불구하고 황 대행이 대선 불출마 입장을 표명하지 않는 이유는 탄핵안이 기각될 경우를 대비한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바른정당 이학재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황 총리는 조기 대선이 아니라 본인의 몸집을 최대한 키운 뒤, 탄핵이 기각될 경우 연말에 치를 대선을 대비한다고 볼 수밖에 없다”면서 “만약 대통령이 탄핵된다면 이 정부에서 법무부 장관과 국무총리를 지낸 황 총리가 무슨 자격으로, 어떤 명분으로 대선에 나설 수 있겠느냐”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어 “그렇기 때문에 결국 헌법재판소가 탄핵을 인용해 조기 대선이 치러진다면 황 총리는 절대 대선후보로 출마하지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지금 황 총리를 지지하는 국민들이 분명히 존재하는 것도 현실”이라며 “그분들 중 대다수는 황 총리 개인을 지지하기 보다는 대통령 탄핵에 반대하고, 탄핵 무효를 바라며 그 의사를 박 대통령과 가장 가까운 황 총리 지지로 표출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의원은 이 같은 주장은 조기 대선이 치러지게 되면 박근혜 정부에서 승승장구한 황 대행이 출마할 명분이 희박하지만, 헌재가 박 대통령의 탄핵안을 기각할 경우 기사회생한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의 폭발적 지지를 등에 업고 12월 대선을 노려볼 수 있다는 것이다.


▲ 이학재 의원 페이스북.

시나리오의 뒷배 친박?


이 같은 시나리오의 뒷배에는 친박계가 자리하고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지난 2일자 JTBC보도에 따르면, 지난달 12일 반 전 총장이 귀국해 사실상 대선출마를 선언한 직후, 황 대행과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새누리당 홍문종 의원은 정부서울청사에서 배석자 없이 30분 동안 독대를 했다고 한다.


황 대행과 홍 의원의 독대는 새누리당이 대선후보가 없다는 불임정당 이미지를 탈피하기 위해 친박계가 나서 황 대행을 옹립하는 물밑 작업을 벌였다는 게 정치권의 중론이다.


물밑 작업에는 친박계의 최대 강점 중 하나로 꼽히는 조직력이 총동원됐을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대선 불출마 전)반 전 총장의 지지율 하락은 실수 연발과 각종 의혹 제기가 겹친 탓도 있지만, 친박계가 조직을 총동원해 의도적으로 반 전 총장의 지지율을 잠식시킨 것으로 추측 된다”고 말했다.


안민석 “潘 불출마 석연치 않아”


아울러 이 관계자는 “일각에서는 반 전 총장이 불출마를 선언한 것도 특정 세력의 협박 때문이었을 것이란 ‘음모론’도 제기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와 관련해 지난 2일 tbs교통방송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반 전 총장의 곁에는 외교라인 뿐 아니라 최근 정치 선수들도 붙은 상태였다”면서 “이런 상황에서 출구전략이라는 것도 없이 느닷없는 불출마를 선언한 것이 석연치 않다”고 언급했다.


안 의원은 “정치라는 건 평소 그 사람의 스타일이 묻어나기 마련인데, 반 전 총장은 신중에 신중을 기하는 인물로, 어제 오후(지난 1일) 반 전 총장도 예상치 못했던 어떤 상황이 있었던 듯 하다”며 “두려움과 협박 수준의 어떤 메시지를 받고 급거 불출마 선언을 했을 가능성이 있다”며 누군가의 협박으로 반 전 총장이 불출마 한 것 아니냐고 의심했다.


▲ 지난달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안민석 의원이 문화계블랙리스트 관련 발언을 하고 있다.

대선 준비에 박차 가하던 潘


실제로 반 전 총장이 불출마 기자회견을 열기 전까지 측근들 대부분이 해당 사실을 몰랐으며, 이에 앞서 반 전 총장 측은 선거 명당으로 유명한 여의도 대하빌딩 5층에 200평 규모의 캠프 사무실까지 마련하기도 했다.


또 바른정당 오세훈 최고위원과 권영세 전 주중대사 등 정치권 선수들이 반 전 총장 캠프에 속속들이 합류할 예정이었다.


이처럼 대선 준비에 박차를 가하고 있던 상황에 반 전 총장이 돌연 불출마를 선언한 것에 대해, 정치권에서는 지금도 의구심을 품고 있다.


혹독한 검증과 흑색선전이 판치는 정치권의 험난함을 예상하지 못했을 리 없는 반 전 총장이 정치권에 대한 실망을 이유로 들어 느닷없이 불출마를 선언한데에는, 특정 세력의 압박과 협박이 있었지 않았겠느냐는 의혹이다.


‘공산당만 아니라면 반 전 총장을 따를 것’이라던 새누리당 일부 충청권 의원들도 설 연휴 전후로 탈당이 예상됐으나, 갑자기 탈당하지 않겠다고 입장을 바꾼 것도 이 같은 음모론에 설득력을 더하고 있다.


▲ 지난 1일 대선불출마를 선언한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이 서울 동작구 사당동 자택입구에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정권교체 일등공신들


지난 4일 서울 덕수궁 대한문 앞과 청계천 광장에서 각각 열린 보수단체 집회에 새누리당 내에서도 강성 친박으로 꼽히는 윤상현‧조원진‧김진태‧전희경 의원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이들이 탄핵 기각을 열망하는 극우 보수집회에 참석한 속내에는 정치권에 황풍이 안착할 수 있도록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지지층을 더욱 결집시킨 뒤, 12월 대선을 준비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하지만 이들의 바람과는 달리 탄핵이 기각되면 대한민국은 그야말로 분노에 휩싸일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진보진영은 물론 헌재의 탄핵절차를 지켜보던 중도층과 극우를 제외한 보수진영 조차도 전국 각지에서 촛불이 아닌 횃불을 들 것이란 전망이다.


이렇게 되면 국정 농단의 두 주역인 박 대통령과 최순실, 여전히 권력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 황 대행을 내세운 친박계, 이들을 추종하는 일부 지지층들에 관해 역사는 ‘정권교체의 일등공신’으로 기억할 것이다.


절대로 제1야당이나 국민의당 등 야권이 잘해서가 아닌 국민들을 분노케 한 대가를 치르게 하기 위해 정권교체로 심판할 것이란 얘기다.


<사진제공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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