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기춘(사진)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미공개 회고록이 공개된 가운데, 여기엔 김 전 실장의 국가관·역사관이 고스란히 담겼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김기춘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국가관을 추정할 수 있는 자료가 발견됐다. 지난 청문회에서 국정농단의 핵심 인물 ‘최순실’을 모른다고 딱 잡아떼던 그였다.


김기춘 회고록 공개…역대 대통령 엇갈린 평가 “수구적”


16일 <한국일보> 단독보도에 따르면 김 전 실장의 미공개 회고록인 ‘오늘도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이 공개된 가운데, 여기엔 김 전 실장의 국가관과 역사의식은 물론 박정희·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충성심으로 가득한 내용들이 담겼다.


해당 회고록의 발간 시점은 2009년 10월이며, 비공개로 이뤄져 김 전 실장이 자신의 지인 등 일부에만 나눠줄 목적으로 제작된 것으로 보인다.


<한국일보>에 따르면 회고록 속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이 일으킨 ‘5·16 군사정변’에 대해 ‘5·16 혁명’이라 표현하고 있다.


이른바 ‘혁명’이란 표현은 현재 일부 보수진영에서 통용되고 있으며 문민정부 이후 ‘5·16 군사정변’으로 공식 명칭이 변경된 바 있다.


또한 김 전 실장은 박 전 대통령에 대해 “역사의 앞날을 내다보는 예지와 소신, 그 소신을 관철시킬 수 있는 추진력을 겸비한 분”이라고 찬양한다.


이어 박 전 대통령을 “우리 역사상 그 분만큼, 오로지 민족중흥에 대한 일념만으로 사심 없이 애국 애족하며 자기를 희생한 지도자는 없었다고 생각한다”면서 “그 분의 내면에는 소탈함하고 따뜻한 인간애가 충만하고 있었다고 나는 회고한다”고 말했다. 또 “세종대왕과 함께 그 분을 존경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런 극찬 속에서도 박정희 정권이 자행한 셀 수 없는 인권침해나 민주주의 탄압 등에 관해선 단 한 줄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는 김 전 실장의 역사관이 지난 70~80년대에서 정체된, 이른바 '수구적' 인식의 한 단면을 추정케 한다.


김 전 실장, “박근혜 대통령, 훌륭한 정치 지도자” 극찬


심지어 김 전 실장은 ‘10월 유신’에 대한 억울함을 내비치기까지 했다.


그는 유신헌법에 대해 “국론을 통일하여 국력을 결집하고 정부 운영의 효율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라면서, “박 대통령의 이 조치는, 그 우국충정에도 불구하고 국내외적으로 많은 비판을 받았다”고 기록했다.


‘선비로서 평생 명예를 먹고 살았다’던 김 전 실장은 ‘보수’라기 보단 ‘수구’ 성향에 가까운 선비였던 것으로 보인다.


전직 대통령에 대한 엇갈린 평가에서 드러나는 이 대목에서 김 전 실장은 이승만·박정희·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과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을 구분해 다루고 있다.


김 전 실장은 회고록에서 이승만 전 대통령을 “영웅적인 생애를 산 사람으로서 국부(國父)로 받들어 존경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힌 데 이어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자신의 경력에 도움을 준 ‘감사한’ 인물로 호의를 표했다.


반면,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친북적·좌파적”이란 폄하 속에 “김대중·노무현 정권 10년 동안 온갖 핍박을 받으면서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우리 헌법이념이 제대로 구현되는 올바른 자유민주정부를 세우려고 열심히 투쟁했다”고 자찬했다.


또한 김 전 실장은 박근혜 대통령의 경우 “당 대표로 모셔보니 아버지의 원칙과 판단력, 어머니의 자애로움을 겸비해 훌륭한 정치 지도자로 성장했음을 실감했다”고 밝혔다.


한편, 김 전 실장은 현재 ‘문화·예술계 블랙리스트’ 관련, 의혹의 최정점으로 특검에 지목된 가운데, 오는 17일 오전 소환 조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사진제공=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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