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수도권 등 일부 지역에서는 아파트 청약 광풍이 불고 있지만 지방 중소도시 부동산 체감경기는 한파(寒波)가 따로 없다. 양극화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충북 진천에서 270가구 아파트 분양에 나선 한 건설업체가 받아든 1순위 청약 성적표는 ‘0명’. 2순위 청약자도 1명에 그쳤다. 앞서 지난 4월 충북 제천에서 740가구 분양에 나선 또 다른 건설업체도 청약자가 한명도 없는 충격적인 성적을 받은 바 있다.

충북에서 올해 ‘청약 제로’에 가까운 참담한 청약 성적이 나온 아파트가 속출하고 있다. 올해 초부터 공급 과잉 여파로 부동산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상을 뛰어 넘는 수준이다.

지난해 충북의 상황은 지금과 180도 달랐다. 실제 지난해 6월 청주 호미지구에서 분양한 우미린아파트가 청주 사상 최고 경쟁률인 36.1대 1을 기록하는 등 웬만한 아파트가 20대 1을 넘는 청약 광풍이 불었다. 건설업체들은 분양만 하면 ‘대박’을 터트리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상황은 급변했다. 청약이 급감하면서 미분양 아파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충북 도내 미분양 아파트는 2014년 말 931가구, 지난해 8월에도 1242가구에 그치면서 양호한 수준을 나타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부터 미분양 아파트가 급증하면서 올해 6월에는 5000가구에 육박했다. 2개월간 미분양 물량이 다소 줄어 지난 8월 말 현재 4081가구로 집계됐지만, 1년만에 미분양 아파트는 3배가 넘는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미분양 아파트는 8월 말 현재 6만2562가구로 집계됐다. 2014년 말 4만379가구였던 것이 20개월 만에 2만2000여 가구 더 늘어난 것이다.

문제는 이러한 미분양 현상이 지방으로 갈수록 심각하게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같은 기간 지방은 미분양 아파트가 배 이상 증가했다. 2014년 12월 2만56가구에서 지난해 말 3만875가구로 증가하더니 8월 말 현재 4만1천206가구로 늘었다.

반면, 수도권 미분양은 1만9814가구에서 2만1356가구로 1542가구 증가하는데 그쳤다. 지방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미분양 증가율이 현격하게 낮다.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분양 아파트 급증은 지난해 건설업체들이 경쟁적으로 분양 물량을 쏟아낸 데다 경기 침체, 기업 구조조정, 부동산 대출 심사 강화 등이 겹치면서 투자에서 실수요자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에 지역 건설업체는 부동산 시장 침체가 당분간 이어져 미분양 아파트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