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정부가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독려하면서 기간내 도입을 약속한 공공기관에 대해서는 그에 상응하는 ‘인센티브’을 주는 정책을 추진했다. 하지만 임금피크제를 먼저 도입한 공공기관의 손해률이 상대적으로 커 형평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19일 국회예산정책처의 ‘2015 회계연도 공공기관 결산평가’에 따르면 공기업·준정부기관 119곳 중 지난해 기획재정부의 ‘공공기관 임금피크제 권고안’ 이전에 도입한 곳이 34곳, 이후 신규도입한 곳이 85곳으로 나타났다.


기재부는 지난해 5월 권고안을 발표하면서 모든 공공기관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도록 독려했다. 하지만 이를 도입하지 않는 기관에 대해서는 ‘페널티(벌칙)’를 부과하면서 사실상 ‘강제’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말까지 통폐합 대상 3개 기관을 제외한 313개 기관이 도입을 확정했다.


하지만 정부 권고에 앞서 자발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공공기관은 상대적으로 큰 손해를 본 것으로 나타나 형평성 논란이 불거지고 있다.


신용보증기금은 공공기관 중 최초로 지난 2003년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신용보증기금의 임금조정기간은 총 5년으로 임금지급률은 1년차부터 5년차까지 85%, 70%, 55%, 25%, 15%로 설정됐다. 5년 간 총 임금의 260%가 감액된다.

반면 일부 공공기관은 임금조정기간이 3년, 임금감액률도 총 30%에 불과하다. 신보와 비교하면 임금감액률의 격차가 8배가 넘는 셈이다.

문제는 정부가 모든 공공기관에 대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면서 임금피크제를 이미 도입한 기관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당하게 된 것이다.

정부 권고안 이전에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34개 기관의 평균 임금조정기간은 2.88년, 임금감액률은 84%. 반면 신규도입 85개 기관의 임금조정기간은 2.56년, 임금감액률은 67.3%였다.

자발적으로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은 임금조정기간이 0.32년 더 길고 감액율 역시 16.7%포인트(p) 높다.


이는 정부가 임금피크제 도입 시 매년 신규채용 목표를 설정하되 신규채용 직원의 인건비는 임금피크제 절감재원을 통해 충당하는 것을 원칙으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자발적으로 고령직원의 임금을 삭감해 운영하던 기도입기관은 신규채용 인건비 마련을 위해 추가적으로 임금을 줄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또한 공공기관별 정년의 차이도 임금지급률 차이로 이어졌다. 기존에 60세 미만으로 정년을 운용하던 81개 기관의 평균 임금감액률은 79.3%로, 60세 이상이 정년이었던 38개 기관의 감액률(56.6%) 보다 1.4배 높았다. 즉 이미 60세 이상 정년의 혜택을 누리던 공공기관들이 상대적으로 임금이 덜 깎인 셈이다.

결국 정부 독려 등에 따라 자발적으로 노사 간 합의를 통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들이 더 오래, 더 많은 임금이 깍이게 되는 문제점이 발생한 것이다.


예산정책처는 “기재부가 일률적 기준에 따라 신규채용 목표를 설정하면서 이미 임금피크제를 도입한 기관에 많은 부담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이러한 기관의 특성을 반영해 신규채용 목표의 하향 조정이나 추가적인 인건비 반영 등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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