佛 광고사와 협상 ‘어긋’…“3자 매각 재추진설” 일축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삼성그룹이 추진한 제일기획 매각이 끝내 좌절됐다. 제일기획은 13일 공시를 통해 “글로벌 에이전시들과의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했지만 결론 없이 결렬됐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계열사 사업구조 재편을 위해 올해 초부터 세계 3위 프랑스 광고회사인 퍼블리시스에 제일기회 지분을 일괄 매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번 협상의 최대 이슈는 삼성전자 광고물량을 얼마만큼 언제까지 보장해 주느냐를 놓고 양측의 이견에 타협점을 찾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매각이 좌절되면서 제일기획은 매각 리스크에서 벗어나 새롭게 독자노선이 가능해 지게 생겼다는 것이 증권가의 분석이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제일기획 매각 과정을 살펴봤다.


제일기획이 프랑스 광고업체 퍼블리시스와의 매각 협상이 최종 결렬됐다. 제일기획은 13일 자율공시를 통해 “글로벌 에이전시들과의 다각적 협력방안 논의는 구체적인 결론 없이 결렬됐다. 협력 및 성장 방안과 관련해 제3자와 특별히 진행하고 있는 사항은 없다”고 밝혔다.


삼성그룹은 세계 3위 광고회사인 프랑스 퍼블리시스와 올해 초부터 제일기획 지분 매각협상을 펼쳤다.


삼성그룹은 삼성물산(지분 12.64%)과 삼성전자(12.6%), 삼성카드(3.04%), 삼성생명(0.16%) 등 삼성그룹 계열사 주식 28.44%를 일괄 매각한다는 방침이었다.


미국에서 삼성전자의 해외 매체 구매대행을 맡아온 퍼블리시스는 아시아 시장의 네트워크 강화하고 삼성전자를 광고주로 확보하기 위해 제일기획 인수를 추진했다.


하지만 지분 매각 가격과 삼성전자의 광고 물량 보전 등과 관련해 이견차이를 끝내 좁히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에서는 퍼블리시스가 무리한 조건을 제시하면서 협상의 속도를 잃고 표류하면서 협상이 물 건너간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그동안 제일기획이 운영해온 삼성스포츠단도 협상에서 걸림돌로 작용된 것으로 전해졌다. 제일기획은 삼성라이온스와 삼성블루윙스 등 5개 구단을 운영하고 있다.


3자 매각, ‘쉽지 않아’


일각에서는 제일기획이 퍼블리시스와의 결렬 이후 중국 측 광고회사 등 다른 투자자를 찾을 것이란 의견도 있지만 실현 가능성이 높지는 않은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제일기획은 공시를 통해 “제 3자와 진행은 없다”며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증권가에서도 제일기획이 추후 제3자와의 매각 가능성을 낮게 보고 있다. 김희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퍼블리시스로의 매각이 무산된 상황에서 다른 대행사나 투자자로의 매각 진행가능성은 낮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홍세종 연구원은 “퍼블리시스를 제외하면 마땅한 인수 후보군이 없기 때문에 매각 관련 중장기 불확실성은 대부분 해소됐다”며 현실적은 어려움을 설명했다.


하지만 매각 실패가 제일기획으로선 호재가 될 것이란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김 연구원은 “향후 매각을 포함한 다양한 형태의 협력이 전혀 없을 것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올해 제일기획의 실적 전망만으로 본연의 가치를 판단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대신증권은 제일기획의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을 431억원, 신한금융투자는 연결기준 영업이익 445억원을 전망했다.


협상 결렬 ‘잡음’ <왜>


퍼블리시스의 제일기획 매각이 부정적인 소식이 새어나온 건 지난 4월이다. 22일 다운존스 등 일부 외신들은 퍼블리시스가 제일기획 인수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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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현지시각) 열린 프랑스 광고업체 퍼블리시스 실적발표 기업설명회(IR)에서 모리스 레비 회장은 제일기획 인수가 진행되고 있음을 공식 인정했다.


하지만 문제는 ‘난항(亂杭)’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모리스 회장은 “협의가 쉽지 않다”며 “쉬웠다면 이미 딜이 성사 됐을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제일기획은 직전인 19일 영국 자회사 아이리스가 최근 B2B 마케팅 전문회사인 파운디드를 인수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인수 금액은 밝히지 않았다.


제일기획의 이번 파운디드 인수를 통해 광고·리테일 등B2B 마케팅을 중심으로 구축해 온 해외 사업 포트폴리오를 B2B 마케팅 분야까지 확대한다는 구상이라고 설명했다.


임대기 제일기획 사장은 “영국의 마케팅업체 파운디드 인수는 예정됐던 사안”이라며 “논의중인 매각 등 제일기획 관련 협력방안과는 무관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제일기획 매각 관련 질문에는 “(지난달)공시한 상황에서 더 진행된 것이 없다”며 “정상적으로 경영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당시에도 매각이 사실상 불발된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됐다. 제일기획은 앞서 지난 3월 15일 해외 매각 추진 관련 해명 공시를 통해 “당사가 확인한 결과, 주요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현재까지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주가 ‘안정모드’ 되찾나


매각 결렬 소식이 전해지자 주식 시장에도 훈풍이 불었다. 제일기획은 13일 오후 매각 불발 공시 이후 다음날 14일 종가기준 16650원으로 3.1% 상승했다. 장 초반 1만7400원으로 7.7% 상승하기도 했다.


제일기획은 지난 2월 1일 매각설이 불거지자 2만2600원이던 주식은 1.99% 하락하며 2만2150원을 떨어졌다. 이후 6거래일 연속 주가가 하락해 2월 11일 1만9800원을 기록하며 14% 이상 하락했다.


제일기획은 또 2월 17일 공시를 통해 “주요주주가 글로벌 에이전시들과 다각적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으나 아직 구체화된 바는 없다”며 매각 계획을 갖고 있다고 밝히면서 주식은 급락했다.


이날 제일기획의 주가는 전날보다 2200원(11.08%) 급락한 1만7650원을 기록했다. 제일기획 주가가 10% 넘게 급락한 것은 실적 어닝쇼크 여파로 14.81% 급락했던 지난 2014년 10월 24일 이후 1년 4개월여 만에 처음이다.


광고업계에서는 제일기획이 올해 초 매각설이 나오면서 직원들의 동요가 극심했지만, 매각이 결렬되면서 향후 빠르게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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