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민심탐방에 반기문 견제 ‧ 이명박 때리기 녹여…

▲ 반기문 대망론을 진화하기 위해 서둘러 충북행을 택한 문재인 전 대표[사진제공=뉴시스]


[스페셜경제=윤종혁 인턴기자]20대 국회 개원과 함께 국회의원에서 '정치적 자유인'이 된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전 대표의 최근 행보가 심상치 않다.


차기 대선을 겨냥해 전국 곳곳을 훑는 민심 행보를 이어가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이와 같은 문 전 대표의 ‘정치적 발걸음’이 2006년 서울시장 임기를 마친 이명박 전 대통령의 움직임이 떠오른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06년 7월부터 이 전 대통령은 자유인 신분으로 국내외를 들락날락하며 대선 준비에 임한 바 있다.


당시 이 전 대통령은 자신의 강점인 '세일즈 외교'를 부각하기 위해 아시아와 유럽, 호주 등을 방문하며 광폭 행보를 이어갔다.


또 한 달간 '파워코리아 미래비전 정책탐사'란 이름으로 전국을 돌아보면서 과학기술, 농업, 국토개발 등에 관한 미래국가비전을 그리기도 했다.


실제 여의도 정가에서는 문 전 대표가 정당의 대표나 유력 대권 주자로서 여의도에서 고공 플레이를 하는 것 보다 1년여 동안 물밑에서 직접 주민과 대면 교류를 늘려서 한 표, 한 표 다지는 게 더 낫다고 판단한 것 같다는 설명을 내놓고 있다.


이와 같은 문 전 대표의 동선은 그 동안의 대선 주자와는 크게 다르다. 역대 주요 대선 후보들은 대선 전까지 대부분 현역 의원이거나 당 대표 등의 신분으로 지냈다.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박근혜 전·현직 대통령과 이회창, 정동영 전 후보 등도 마찬가지였다.


이로 인해 주요 대선 주자들은 호불호와 상관없이 여의도 정치권에 매어 있었다. 물론 이들의 언행이 하루가 멀다 하고 언론에 보도되는 장점은 있지만 일반 유권자들과의 대면 접촉은 아무래도 상당 부분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


문 전 대표는 지난 28일 부산지역을 방문해 400여명과 함께 금정산 등산을 했다. 이 모임에서 문 전 대표는 지지자들에게 지난 대선 당시 구호인 '사람이 먼저다'라는 사인을 해준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27일에는 경북 안동을 찾아 경북지역 낙선자들과 식사를 했고 퇴계 이황의 도산서원을 방문하기도 했다.


이어 6월 1~2일에는 충북 보은 지역을 방문하기로 예정되어 있다. 이 정도면 대선 후보의 광폭 선거운동이라 지칭해도 무리가 아니다. 자유인 신분을 적극 활용해 전국을 살펴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문재인, 반기문 대망론 진화 위해 서둘러 충북행


특히 문 전 대표의 이번 충북행은 내년 대선의 ‘상수’가 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 나고 자란 곳이어서 ‘반기문 대망론’을 사전에 견제하기 위한 움직임으로 보인다.


문 전 대표는 6월 1일 충북을 방문해 정도 법주사 주지, 장봉훈 천주교 청주교구장 등을 예방할 예정이다. 문 전 대표 쪽은 사적인 만남이라며 일정 등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최근 방한한 반 총장이 제주에 이어 경주·안동 등을 빠짐없이 들른 후 충청지역에서 김종필 전 총리까지 만났지만 정작 고향인 음성 등 충북은 찾지 않은 터라 문 전 대표의 충북 방문소식에 많은 사람들의 시선이 모이고 있다.


두문정치전략연구소 서양호 소장도 지난 30일 YTN과의 인터뷰에서 “같은 대통령을 모셨는데, 이제 대통령이 되기 위해서 경쟁하는 얄궂은 운명으로 만났죠. 특히 반기문 총장이 노골적인 TK-충청 연합을 다지고 있고 문재인 대표는 경북 지역에 출마했던 더불어민주당 낙선자들을 위로하는 모임에 가서 우회적인 활동을 하고 있어, 두 사람의 경쟁이 이제부터 시작된 것”이라 평가했다.


반면, 더민주 충북도당 박문희 사무처장은 “일정에 따른 것일 뿐 반 총장을 겨냥하거나 의식한 것은 아닌 것으로 안다. 확대 해석을 말아 달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문 전 대표 측 관계자는 "대표께서 그간 이야기한대로 이제 의원 신분도 아니고 자연인인 만큼 여의도 정치를 벗어나서 시민과 호흡하는 방향으로 일정을 소화할 것"이라며 "민생현장을 찾아서 국민의 목소리를 들을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전 대선과는 다른 문 전대표의 전략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4대강 끝까지 책임 추궁해야…”


한편, 이 전 대통령의 행보를 떠올리게 하는 문 전 대표는 지난 27일 경상북도 봉화군 내성천을 찾아 ‘4대강’을 비판하며 이 전 대통령 때리기에 나섰다.


그는 시민들과 함께 내성천을 걸은 뒤 “잘못된 정책결정으로 우리 국고를 탕진한 그리고 아름다운 우리 국토에 흠집을 낸 것에 대해서는 두고두고 책임추궁이 필요하고 생각한다”며 이 전 대통령의 4대강 사업을 직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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