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행하는 ‘정책’…혼란한 ‘소비자’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클린 디젤’의 화려한 겉모습으로 포장된 디젤차가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고 있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와 질소산화물의 주범으로 알려지고, 연비조작과 배출가스 조작 논란이 제기되면서 ‘경제성’으로 치켜세웠던 경유차에 대한 시각이 변하고 있다.


폭스바겐 디젤 게이트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디젤차의 위상이 줄어들고 있지만 국내에서는 디젤차 사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다. 최근 닛산의 캐시카이와 르노삼성 QM3가 배출기준치의 17~21배를 초과한 사실이 밝혀지면서 논란은 일파만파로 퍼지고 있다.


여기에 정부가 미세먼지 감소 대책으로 경유가격 인상을 추진하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디젤차를 권장했던 정부의 태도에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위기의 디젤차를 짚어 봤다.


침묵의 살인자로 불리는 ‘미세먼지’. 최근 미세먼지로 인해 국민들의 건강과 야외활동에 심각한 악영향을 미치면서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이 절실하게 요구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미세먼지 증가의 주범으로 화석연료 사용과 산업시설 증가, 중국발(發) 황사 그리고 ‘디젤차의 증가’를 꼽고 있다.


지난 2012년 세계보건기구(WHO)는 디젤차가 내뿜는 질소산화물(NOx)을 발암 물질로 규정했으며, 질소산화물은 미세먼지나 스모그의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에 따르면 수도권 질소산화물 배출량의 67.7%가 수송부문에서 발생하는데 이중에서 경유차가 76%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클린 디젤의 허상(?)


하지만 정부는 지금까지 ‘클린 디젤’을 표방하며 친(親)디젤 정책을 펼쳐왔다. 디젤차에 각종 혜택을 부여하며 디젤차 증가에 앞장서고 있던 것이다. 이는 세계적으로 디젤차 억제 정책과는 다른 노선을 걷고 있는 것이다. 특히 디젤차의 본고장인 유럽에서도 2010년 이후 적극적인 디젤 규제 정책을 펴고 있다.


대표적인 것은 환경개선부담금. 환경부는 가솔린차보다 배출가스가 많은 디젤차에 대해 차종별로 10~30만원의 환경개선부담금을 적용했지만 2009년 배출가스 기준(유로4)를 만족하는 디젤차에 대해 5년간 면제해주는 등 지속적으로 규제 완화 정책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유로5와 유로6 배출가스 기준을 만족하는 디젤차는 2019년까지 환경개선부담금을 면제해 준다.



폭스바겐부터 닛산까지…민낯 드러낸 클린디젤 자화상
미세먼지 주범 몰린 ‘디젤차’…경유값 인상 추진 논란


여기에 디젤차를 선택하는 또 다른 이유는 ‘경제성’이다. 휘발유 가격 대비 80% 수준인 경유가격은 소비자들이 디젤차를 선택하는 데 큰 도움을 주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디젤차 모델이 가격은 휘발유차 보다 다소 높아도 몇 년 만에 이를 상쇄할 수 있는 경제적 효과가 있어 디젤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올해 1분기 말 기준 국내에 등록된 디젤차는 878만6779대로 전년 동기 대비 68만4127대(8.4%)가 증가했다.


실제 도로, 질소산화물 공개


하지만 최근 환경부가 조사한 실제 도로에서 배출가스 실험 결과는 충격적이다. 지난 16일 환경부는 디젤차 20개 모델의 실제 도로 질소산화물 배출량을 발표했다. 조사 대상 중 BMW 520d를 제외한 전 차정이 실내 인증기준 (0.08g/㎞)보다 높은 질소산화물을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닛산의 캐시카이는 기준치의 20.8배를 초과하면서 임의 조작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환경부는 캐시카이 모델에 대해 전면 리콜과 판매금지, 과징금과 형사고발을 결정했다.


하지만 한국닛산측은 “배출가스 임의조작은 없었다”고 강력하게 부인하고 있고 영국 조사에서 기준을 통과하면서 향후 환경부와 한국닛산 간 진실공방이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또한 현대차 쏘나타와 기아차 스포티지, 한국GM 트랙스, 쌍용차 티볼리, 벤츠 E220, 재규어랜드로버 레인지로버 이보크, FCA 지프 그랜드체로키, 폭스바겐 투아렉, 제타, 골프, 비틀 등 17개 차종은 기준치보다 1.6~10.8배를 초과했다. 특히 르노삼성의 QM3의 경우 질소산화물 배출량이 17.0배로 나타나면서 심각한 수준이다.


경유값 인상 추진 논란


정부가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해 대기오염의 주범으로 지목된 경유차를 줄이겠다는 정책 방안을 제기하면서 논란이 되고 있다.


환경부는 당초 경유차에 환경개선부담금을 부과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충분치 않다는 판단에 따라 원료 가격 자체를 인상하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어 경우에 붙는 세금 및 가격 조정 문제와 관련해 기획재정부와 협의해 논의를 진행하겠다는 것이다.


실제 경유 가격은 휘발유 값의 80% 수준으로 소비자가 경유차를 구입하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다. 환경부는 미세먼지 대책을 이달 안으로 발표할 예정이지만 경제부처들이 국민 부담 세금증가와 물가 상승을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최근 경유차를 구입한 한 소비자는 “경유차가 휘발유차 보다 나은 가장 큰 이유는 ‘경제성’이다. 두 유류의 가격이 비슷하면 경유차를 살 이유가 없다”며 “이러한 발상은 정부가 세금을 더 걷기 위한 꼼수”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한 구매자는 “환경오염의 주범인 일부디젤차에 대해 정부가 강력한 규제를 선행해야지 대다수 경유차 운전자 전체를 범죄자로 매도하는 것은 불편하다”며 “기존의 정부 정책 등을 믿고 따른 소비자만 또 바보가 되는 것 아닌가”라고 비난했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주유비에 엔진효율까지 좋아 가격이 비싼 디젤차를 선호하는 경향이 있다”며 “하지만 관련규제가 강화되고 친환경차에 대한 인센티브 등이 강화되면 디젤차 수요는 감소할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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