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충배 육군사관학교 총동창회 회장은 개교 70주년을 맞이한 모교에 국민의 많은 관심과 성원을 부탁했다.
[스페셜경제=김영식 기자]대한민국 국방의 주춧돌이자 대표격인 육군사관학교(이하 육사)가 개교 70주년을 맞이했다. 반 세기를 훌쩍 넘는 오랜 기간 동안 72개 기수에서 약 2만명의 생도를 배출한 육사는 그간 우리나라 국방에 명실상부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해오고 있다.


육사는 지난 1946년 5월 1일 ‘남조선국방경비대’로 출발해 3년 후 1948년 9월 5일 교명을 육군사관학교로 개칭했다. 지금까지 1446명의 졸업생이 6·25전쟁과 월남전 등에 참전해 전사했다.


올해 개교 70주년을 맞이한 육사는 미래 지향점을 ‘통일’로 설정했다. 이에 개교 기념 표어도 ‘70년 호국 전통, 통일 한국의 주역’으로 정하고, 약 2000만원을 통일과 나눔 펀드에 기부하기도 했다.


이 같은 통일나눔 동참 외에 통일 안보 세미나 등 다양한 통일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아울러 육사는 지난 1일 열린 개교 기념식을 통해 ‘아름다운 육사인’ 메달 수여와 육사 교가비제막식을 진행했고 다양한 세미나·토론회 등을 통해 개교의 의미와 업적 등을 기렸다.


이런 가운데, 육사 역사의 산 증인 김충배 총동창회 회장(육사 26기, 예비역 중장)이 있다.


육사 개교 70주년을 맞아 <스페셜경제> 취재진은 육사 교장 및 3사 교장 역임, 한국국방연구원장 출신 등 자타공인 국방 최고 권위자인 김 회장을 찾아 육사 70주년의 의미와 국방 현안에 대한 의견을 듣기 위해 4일 육사 화랑회관을 방문했다.

"육사의 역사는 곧 대한민국 정부수립 이후의 역사"
사회통합의 지름길은 군 특유의 계급적·사회적 지위를 내려놓는 것

▲ 김 회장은 군의 부정적 이미지 쇄신을 위해 군대 내 만연한 계급적·사회적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Q: 육군사관학교가 70주년을 맞았다. 육사 개교의 의미와 역사적 가치 등 70주년 소감 부탁드린다.


A: 육사는 지난 1946년 5월 1일 남조선국방경비대로 창설돼 올해로 70주년을 맞이했다. 대한민국 정부 수립의 주춧돌이 된 육사인 만큼 대한민국 근현대사에 있어 육사가 기여한 바는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1948년 이후 대한민국의 역사가 바로 육사의 역사 그 자체라고 생각한다.


육사 창립 당시 전쟁으로 인한 사망자 5천여 명 중 약 30%가 육사 생도인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우리나라 비운의 역사를 감안하더라도 전 세계 학교 중 이처럼 전사자 수가 많은 것은 육사가 유일하다.


이들의 산화(散華)에 현재의 대한민국이 존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교 70주년을 맞은 본교는 특히 정경사 각계각층 수많은 인사가 퍼져 있는 총동창회 회원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해·공사 회장의 경우 각 기수를 대상으로 선발, 1년 간 직무를 수행하는 데 반해 육사의 경우 2기 대상, 2년 간의 임기 운영을 통해 학교 차원의 간섭을 받지 않음으로써 객관적·합리적으로 총동문회를 투명하게 이끌어가고 있다.


특히 군사정권 이후 육사에 미친 부정적 이미지 쇄신을 위해 동문회는 헌신·봉사 이념을 중시해 사회 봉사활동에도 적극 동참하고 있다. 서울 중계동 백사마을을 중심으로 해 봉사 활동의 영역을 점차 넓혀가고 있다.


국민 신뢰 회복을 위해 가장 중요한 점은 군인 특유의 계급적·사회적 지위에 집착하는 편견을 버리는 것이다. 이것만이 군의 부정적 이미지를 쇄신하고 사회 통합에 이르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Q: 국방에 관한 최고 권위자로 알고 있다. 현 정부의 국방 정책을 평가한다면?


A: 박근혜정부의 국방 정책은 국가 안보를 중시하는 정책으로 ▲영토·주권 수호와 국민안전 확보 ▲한반도 평화정착과 통일시대 준비 ▲동북아 협력증진과 세계평화·발전 기여 등을 목표로 지난 3년 간 전반적으로 잘 이끌어왔다고 평가할 수 있겠다.


특히 정권 초기 전시작전권 재연기를 한·미 간에 큰 무리없이 이끌어낸 것은 가장 큰 업적 중 하나로 평가한다.


또한 우리의 군사적 주적인 북한을 상대로 한 안보외교에서 중국과 신뢰외교를 통한 대북 공세 외교가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북한과 직접적인 대화와 평화 기조를 유도하는 데는 상대적으로 부족해 보이는 것도 사실이다.


현 정부의 ‘동북아평화협력구상’은 다자 간 대화와 협력정책으로 과거 정부와 차별화된 국방안보정책이었지만 아직 시행조차 하지 못해 이에 대한 지적이 예상된다.


결국 한·미 동맹을 포괄적 전략동맹으로 격상해 공고히 한 점과 중국과의 신뢰외교 증진의 결과로 북한 고립화 외교를 강화한 점은 박근혜정부 안보외교의 치적으로 평가할 수 있으나 북핵문제에 대한 안보 약점이 심화되면서 향후 안보 정세에 불안 요소도 동시에 안고 있다고 생각한다.


Q: 이와 관련, 미흡한 부분이 있다면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고 이에 대한 보완책을 제시한다면?


A: 북핵문제의 해결이 박근혜정부 안보정책의 성패를 평가할 시금석이 될 것으로 보인다.


북핵문제 해결은 대북 압박외교 전략과 유화 정책을 병행하는 이른바 ‘강온 양면 전략’으로 남북대화의 주도권을 잡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북핵문제 해결에서 국제외교적 공세 위주로 진행하게 될 경우 북한 특성상 도발이 우려되기 때문에 국내적으로 테러 방지와 대침투작전 등에 더욱 각별한 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도 대두되고 있다.


북핵 위기 대응을 위해 국방부 직속 태스크포스(TF) 팀을 편제화해 유사시 즉각 선제적 공격을 할 수 있게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어야 하며 한미연합 정보 자산을 공조해 24시간 북핵 감시 및 즉각적인 타격 자산이 대비돼야 한다.

"군 인사 문제, 정치권 개입하지 말아야"
방산 비리 문제,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 오랜 기간 국방 비리가 끊이지 않는 가운데, 김 회장은 특히 이번 정부에서 방산 비리만큼은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Q: 우리나라 군대 관행 중 부대 내 특히 영관급 이상 진급심사 시 출신(EX. 육사, ROTC 등) 문제가 고려되는 경우가 있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A: 군에는 인사문제에 있어 출신·기수별 안배라는 특유의 탕평정책이 있다. 우수 자원만을 선발한다면 육사 출신이 모든 진급을 독차지해야 한다는 논리가 지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군은 유사시 화합과 단결이 무엇보다 우선된다. 따라서 영관급 이상 고위급 장교를 선발할 경우 출신별, 기수별 안배를 해 골고루 진급의 영예를 차지, 군에 충성할 수 있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런 결과, 비육사 출신들이 합참의장뿐 아니라 각군 사령관도 지내는 모습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다.


그럼에도 정치권의 군 인사 개입 문제는 여전히 심각해 보인다. 같은 군 출신이라는 이유로 군대 내 인사 문제에 발을 들이는 행위는 지양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군 자체적인 노력에도 불구하고 실제 군 현장에서 이런 정치권 인사의 군 인사 개입 문제에 불평 섞인 목소리를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게 현실이다.


Q: 최근 개성공단 철수 문제를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이에 대한 의견이 있다면?


A: 개성공단 폐쇄 문제는 언제든 문제가 될 소지를 안고 있었다. 결론적으로 이 같은 결정이 너무 성급하게 이뤄졌다는 아쉬움이 든다.


지난 개성공단 재개 협상 당시 개성공단은 남북공동운영위원회가 구성이 돼 일방이 독단적으로 결정할 권한이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우리 측이 일방적으로 철수·폐쇄를 선언함으로써 10조원 이상의 중소기업 자산이 북측에 강탈당하는 형식으로 처리되면서 군사외교적 능력 부족이 드러났다.


똑같은 폐쇄 형식이라 하더라도 남북공동운영위원회에서 대북 협상 형식을 제안해 회담을 장기적으로 진행하면서 시간을 벌어 수많은 우리 중소기업들이 철수를 대비한 물품 반출 시간을 확보하게 했어야 한다는 아쉬움이 든다.


결국 개성공단 문제는 국제적으로도 북한의 부당성을 알리는 계기로 삼아 철저한 선전전의 장소로 활용 가능했고, 북한 주민들을 상대로도 심리전을 극대화할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우리나라에 유리한 상황이었다고 생각한다.

▲ 김 회장은 특히 군 인사 문제에 정치권의 개입 금지를 주문했다.

Q: 국방 관련 비리가 끊이지 않고 있다. 근절 방안이 있다면?


A: 방위산업 관련 비리가 가장 큰 문제다.


방산업무의 시스템이 개선돼야 하며, 특히 전직의 업무 접근을 차단해 현직 군인들의 업무 부담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


이를 위해 예비역들의 방위산업 분야 진출을 금지하고 연구원 등 민간 전문가의 진입 장벽을 낮춰야 한다고 생각한다.


실제 방산 현장에서는 육사뿐 아니라 해·공사 인사들의 핫라인이 연결되고 있어 이들에 의해 수많은 사업이 휘둘리고 있다.


이와 함께 관계자들의 ‘읍참마속’의 결연한 의지가 반드시 수반돼야 한다.


방산 비리에 관한 문제는 이번 정부에서 반드시 척결해야 한다. 특히 이번 문제에 부각되는 ‘재향군인회’는 즉각 해체해야 한다. 핵심 간부 몇 명의 이익만을 위한 도구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꼬리자르기’ 식 반복 수사를 지양해 명명백백 이번 문제를 국민 앞에 전면 공개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스페셜경제> 독자들에게 한 마디 남긴다면?

A: 올해는 육사 개교 70주년을 맞는 해로, 육사는 단순히 일개 대학이 아니라 국가의 간성을 양성하는 국방전문학교입니다.


육사의 지난 70년은 국가에 대한 헌신과 봉사의 뜨거운 애국의 역사였다고 자평합니다. 한 마디로 안중근 의사의 휘호인 ‘위국헌신 군인본분’을 죽음으로 실천해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육사가 배출하는 정예장교들은 지금도 조국의 수호를 위해 사심을 버리고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군복을 벗은 예비역들도 사회각계에서 육사인의 명예와 자부심을 가지고 빛과 소금의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육사는 이제 개교 100년을 향한 새로운 도전을 시작합니다. 항상 국민의 사랑을 받는 육사로서, 육사인으로서 조국의 번영과 영광을 위해 항상 고민하는 집단으로 국민 속에 자리잡고 있을 것입니다.


<스페셜경제> 독자 여러분도 대한민국 육군사관학교에 대해 각별한 애정과 격려를 해주시기를 소망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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