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한구 공관위원장은 지난 15일 ‘피의 화요일’이라고 불릴 만큼 소위 말해 청와대에 찍힌 비박계 인사들을 이번 공천에서 잔혹하게 날려버리는 컷오프 명단을 발표했다.
공천에서 배제된 현역의원들과 지지자들은 공관위의 공정치 못한 공천결과를 수용할 수 없다며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김무성 대표는 16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공관위의 이번 공천심사가 당헌·당규에 명시된 상향식 공천에 반하는 결정이라 지적하며 공관위의 신뢰성을 꼬집었다.
김 대표는 “모든 것이 당에서 정한 당헌의 상향식 공천 원칙과 이번 총선에 적용된 국민공천제(상향식 공천)에 반(反)하는 것”이라며 공관위가 당헌·당규대로 공천을 하지 않았다고 질타했다.
김 대표는 그러면서 공관위가 단수추천지역으로 지정한 7곳과 우선추천지역으로 지정한 1곳의 지역구에 대해 보류시키겠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가 공정치 못한 공천결과에 대해 꼬집자, 이 위원장은 즉시 기자회견을 열어 김 대표의 기자회견을 정면으로 반박한데 이어 퇴근길에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바보 같은 소리”라며 집권여당의 대표인 김 대표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을 내뱉었다.
자기들끼리 비공개 간담회
이 위원장이 이처럼 안일한 태도를 보이자 김 대표는 이날 밤 17일 예정돼있던 당 최고위원회의를 취소했다.
그러자 원유철 원내대표와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17일 오전 원내대표실에 모여 비공개 최고위 간담회를 열고 김 대표 성토에 나섰다.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당초 당헌 제34조를 내세워 김 대표를 제외하고 최고위를 개최하려 했다고 한다.
그러나 당헌 제30조에는 ‘대표최고위원이 사고·해외출장 등으로 인하여 직무를 수행할 수 없을 때에는 원내대표, 최고위원 중 최고위원 선거 득표순으로 그 직무를 대행한다’고 명시되어 있다.
이는 당 대표가 사고나 해외 출장 등으로 ‘궐위(闕位-어떤 직위나 관직 따위가 빔)’ 상태가 아니기 때문에 친박계 위원들끼리 모여 최고위를 개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즉, 친박계 최고위원들은 자신들끼리 임시회의를 소집해 최고위를 열려고 했으나 당헌·당규에 막혀 비공개 최고위 간담회 형식으로 진행한 것이다.
간담회에서는 친박계 최고위원들끼리 김 대표에 대한 성토가 이어진 것으로 전해졌다.
간담회를 마친 직후 원 원내대표는 기자들과 만나 “어제 공관위에서 결정된 단수추천지역과 경선지역에 대한 최고위 의결과정에서 정회됐는데, 정회된 상황에서 당 대표께서 정회중에 기자회견을 한 것은 적절치 못했다”며 “이 부분에 대해 최고위원들께 사과를 해야 한다는 최고위원들의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김 대표의 사과를 촉구했다.
원 원내대표는 아울러 “지난번에 있었던 살생부 파동 과정에서 당 대표께서 향후 공관위의 결정에 중립성을 저해하는 일체의 관여를 하지 않겠다고 말씀하셨는데 불과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이런 일이 벌어진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친박 최고위에 묻고 싶다”
친박계 최고위원들과 원 원내대표의 이러한 유감 표명에 대해 여권의 한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과연 공관위가 중립을 지켜가며 당헌·당규대로 상향식 공천을 했다고 생각하는지 친박계 최고위에 묻고 싶다”고 비판했다.
이 관계자는 “국민들과 당원에게 물어보라. 과연 이번 공천이 당헌·당규대로 진행됐는지. 누가 봐도 자신들의 권력욕이 작용한 친박계와 청와대의 의중이 작용한 공천결과 아니냐”며 “이런 편파적인 공천에 대해 당 대표로써 이의제기 하는 것을 두고 오히려 사과해야 한다니, 참으로 어처구니없는 ‘후안무치(厚顔無恥-뻔뻔스러워 부끄러워할 줄 모름)’ 행태가 아닐 수 없다”고 격분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편파적인 공천에 대해 일각에서 ‘김 대표의 문제제기가 너무 늦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는 것과 관련해서도 조목조목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공천위는 당헌·당규상 상향식 공천원칙에 따라 상향식 공천절차를 관리하는 곳이기 때문에 당 대표는 당헌·당규를 지키는 선에서 공관위의 독립된 권한을 존중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14일까지 발표된 공관위의 공천에 대해 다소 문제의 소지가 있었지만 당헌·당규를 벗어난 결정이라 볼 수 없었고, 대표 본인이 회의 때 이의 제기를 한 곳은 있었지만 최고위에서 의결 절차를 거쳤기 때문에 받아들인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하지만 지난 화요일(15일)에 공관위에서 결정된 몇몇 지역들은 어제(16일) 기자간담회에서 밝혔듯이 당헌·당규의 상향식 공천 원칙과 세부 규정을 위배했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당 대표로서의 권한을 행사하여 보류한 것으로 보면 된다”며 “앞으로 최고위에서 계속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