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경제] 롯데그룹이 오너일가가 운영하는 사업들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오너일가가 운영하는 베이커리사업, 물티슈 유통사업, 극장매점 사업 등이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의 외손녀인 장선윤 씨가 대표로 있는 블리스에 대한 비판이 롯데그룹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모양새다.


지난 1월 ‘대기업 빵집 논란’에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하겠다던 블리스가 오히려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는 논란에 휩싸였다.


블리스는 지난해 5월 프랑스 고급 베이커리 브랜드 ‘포숑’을 들여와 롯데백화점을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시켰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블리스에 포숑의 판권을 넘기고(기존 고려당 위탁운영) 롯데백화점에 입점할 수 있도록 했다.


이를 두고 오너가의 배를 채워주기 위한 그룹차원의 전형적인 밀어주기라는 싸늘한 시선이 롯데그룹을 향했다. 그룹을 등에 업은 재벌 2~3세들의 손쉬운 돈벌이에 대한 사회적 비판이 거센 상황에서 롯데그룹도 자유롭지 못했다.


여기에 이명박 대통령까지 나서 재벌들의 골목상권 장악에 대해 비판하자 블리스는 며칠 뒤 베이커리 사업을 철수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논란은 가라앉는 듯 했다.


그러나 이 같은 발표를 한 지 50일이 지났지만 빵집 철수는 오리무중인 상황이다. 오히려 지난 2월 15일 롯데백화점 잠실점 지하 식품코너에 50여평 규모의 ‘포숑카페’를 신규 오픈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철수계획을 발표한 지 불과 15일만이다.


지난해 10월 개점한 포숑카페 롯데백화점 분당점은 백화점 식품매장과 함께 리모델링 후 지난주 재개장했다.


이렇듯 말 따로 행동 따로인 이중적 행태에 논란의 불씨는 더욱 거세지고 있다. 철수하는 시늉만 하면서 버티기를 하고 있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우선 말부터 내뱉어 놓고 여론이 잠잠해지거나 정치권의 변화에 대한 눈치를 살피며 시간을 끌고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블리스의 ‘포숑’ 사업 철수는 공수표가 된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최대한 매각 절차를 신속하게 처리하기 위해 노력중”이라며 “본사(프랑스)와의 계약관계도 있고 절차를 밟아 가고 있는 과정이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신규 오픈 한 잠실매장에 관해 “철수를 발표할 당시에도 운영을 하고 있었던 매장으로 리뉴얼 한 거지 신규로 오픈한 것이 아니다”며 “사업을 접을 수는 없지 않겠냐. 매각 절차를 알아보고 있으니 지켜봐 달라”고 해명했다.


한편, 흥미로운 점은 최근 논란이 불거진 오너가 사업들은 대부분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과 관련이 깊다는 것이다.


신 이사장을 비롯한 그의 가족들이 운영하는 사업들이 논란의 중심에 서있는 것.


블리스의 장 대표 역시 신 이사장의 장녀이다. 또 롯데그룹 유통망을 활용해 고급 물티슈 수입 사업을 개시하면서 비판에 휩싸인 양성욱 브이앤라이프 대표는 장 대표의 남편이다.


이 밖에도 신 이사장의 장남인 장재영씨가 100% 지분을 확보한 비에프통상도 안나수이 등 명품 화장품을 롯데면세점에 공급하면서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신 이사장 일가가 최대주주인 시네마통상, 시네마푸드도 롯데시네마 매점사업에 대한 독점 운영권을 행사하며 짭짤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


문제는 소상공인의 영역까지 침범한 오너家에 그룹차원의 밀어주기가 도를 넘었다는 비판에도 꿈쩍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거센 비판 여론에 양 대표만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난 상태며 앞서 언급했듯이 베이커리 사업은 철수하겠다는 발표만 하고 행동에 옮기지 않고 있어 비판이 더욱 거세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논란의 배경에는 롯데그룹의 경영권 승계구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을 보내고 있다. 향후 경영권 승계과정에서 핵심적 역할을 기대하기 힘든 신 이사장이 롯데그룹으로부터 독립을 염두한 행보가 아니냐는 관측이다.


특히 올해 초 신 이사장이 롯데쇼핑 사장 자리에서 물러나면서 롯데그룹 경영일선에서 후퇴했다는 점도 이 같은 분석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신 이사장의 자녀들 역시 롯데그룹 내에서 이렇다 할 직책을 맡고 있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신 이사장이 독립을 위한 자금 조달을 위해 개인 사업체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는 풀이다.


롯데그룹은 이와 관련해 “개인적인 부분으로 회사 차원에서 해줄 말은 없다”고 말했다.


오너일가가 운영하는 회사로 인한 칼날이 롯데그룹으로 향하고 있는 가운데 롯데그룹의 행보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한편, 삼성 계열사인 호텔신라가 운영하는 ‘보나비’는 최근 베이커리 사업 부분과 레스토랑 사업 부분을 분리하는 등 매각절차를 밟아가고 있으며, 현대자동차 계열의 ‘오젠’은 매장 철수를 완료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