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밥 그릇 싸움’…4대 개혁 뒷전 논란

▲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사진제공 뉴시스)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둘째 사위가 마약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지난 10일 밝혀지면서 김 대표가 곤혹스러운 입장에 처한 가운데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직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불가론’으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을 해 당내 분열을 촉발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여기에 지난 17일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 역시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하고 있는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에 대해 도입 불가를 내비치면서 여권 내부에서 친박계의 ‘김무성 흔들기’가 시작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돌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여의도 정가를 강타하고 있는 ‘김무성 흔들기’에 대해 살펴봤다.


세 확장해야 하는 친박, 국민공천제 눈엣가시
윤상현, 신중치 못한 발언‥친박·비박 갈등조장


지난 10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둘째 사위가 마약 전과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김 대표가 곤혹스런 입장에 내몰렸다.


‘정면 돌파’ 강행 <왜>


그러나 김 대표는 기자회견을 열며 정면돌파를 강행했다. 김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울면서 끝까지 결혼을 고집한 딸의 설득에 무너졌다고 부정(夫情)을 읍소하면서 일각에서 일고 있는 사법당국의 ‘봐주기 의혹’에 대해 “요즘 세상에 정치인 인척이라고 봐주는 판검사가 있느냐”며 검찰과 재판부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일축했다.


김 대표의 정면 돌파에 당시 여권에서는 당분간 김 대표의 지지율은 하락하겠지만 더 큰 후폭풍을 막았다고 평가했으며 새로운 의혹이 추가로 터져 나오지 않는 한 사위 마약 파문은 일시적일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실제로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의 차기 대선주자 지지율(9월 2주차) 조사에서 김 대표는 전주대비 2.0%p의 지지율이 하락했으나 22.1%를 기록해 박원순 서울시장과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를 제치고 11주 연속 1위 자리를 유지했다.


공천경쟁 신호탄


이런 가운데 정치권 일각에서는 김 대표의 국민공천제(오픈프라이머리)를 무너뜨리기 위해 지난 8월부터 사위의 마약 설을 퍼뜨리며 ‘김무성 흔들기’가 시작됐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국민공천제는 인지도가 높은 현역 의원들에게 다소 유리하게 적용될 수 있는데, 이렇게 되면 현재 비박계가 다수인 새누리당은 내년 총선에서도 이 구도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세를 확장해야 하는 친박 입장에서는 국민공천제가 도입되면 특정후보를 내세우는 전략공천이 어려워져 친박 우의의 새누리당을 재건하기가 힘들기 때문에, 친박 입장에서는 김 대표의 국민공천제가 눈엣가시가 되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지난 10일 오전 언론에 이니셜로 김 대표 사위 마약 전과와 관련한 보도가 나온 이후 하루도 지나지 않아 사위의 사건 판결문에 대한 보도가 나왔다”면서 “이는 어느 특정집단이 김 대표를 흔들기 위해 개입되었다고 밖에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이번 김 대표 사위의 마약 파장은 결국 내년 총선을 앞두고 비박계와 친박계 간 권력 암투의 신호탄”이라고 말했다.


본격적인 공세


이와 같이 김 대표 사위 마약 파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과 비박의 권력 암투 신호탄으로 해석되어지고 있는 와중에 청와대 정무특보를 겸직하고 있는 윤상현 의원이 ‘김무성 불가론’으로 비쳐질 수 있는 발언을 하면서 당내 분열을 촉발하는 모양새를 연출했다.


지난 15일 윤 의원은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김무성 대표와 관련해 “우리 당의 소중한 자산”이라면서도 “당 지지율이 40%대인데 김 대표의 지지율은 20%대에 머물고 있어 아쉽다”고 언급했다.


▲ 윤상현 청와대 정무특보(사진제공 뉴시스)
이어 윤 의원은 “야권의 문재인 대표와 안철수 의원, 박원순 시장 등의 지지율을 다 합치면 김 대표보다 훨씬 많다”며 “야권이 단일 후보를 낼 텐데 여권이 현재 상태로는 어렵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지금 여권의 대선 주자를 말하는 것은 의미가 별로 없다”며 “내년 총선으로 4선이 될 친박 의원들 중에 차기 대선에 도전할 분들이 있는데 영남에도 있고 충청에도 있다”고 밝혔다.


윤 의원의 이런 발언데 대해 당 안팎에서는 영남인사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충남인사로는 정우택 정무위원장을 지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윤 의원은 김 대표가 정치생명을 걸고 추진하는 국민공천제에 대해서도 “야당과 합의를 통한 오픈프라이머리는 사실상 불가능”이라며 “하루 빨리 오픈프라이머리를 위한 새로운 안을 내야한다”면서 국민공천제 회의론을 주장했다.


발언 속내‥“본인이 대권주자로 나서고 싶어서?”
김무성 지지율‥소폭하락 했지만 낙폭 크지 않아


불쾌감 드러낸 ‘비박’


대표적 친박으로 알려진 윤 의원의 이러한 발언들이 언론을 통해 확산되자 비박계는 불쾌감을 감추지 못했다.


비박계 한 의원은 <뉴시스>와의 인터뷰에서 “윤 의원이 마치 청와대를 대표하는 양, 대권과 공천 문제까지 거론했다”며 “이는 명백한 월권으로 신중하지 못한 발언”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윤 의원 발언 내용 자체도 청와대의 뜻과도 거리가 멀다”며 “대통령은 노동개혁 등 4대 분야 개혁에 매진하고 있는데 대통령 특보라는 사람이 권력 놀음에 빠져서야 되겠느냐”고 비판했다.


또 다른 비주류 의원도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지금 김 대표가 둘째 사위 문제로 힘들어 하는데 윤 의원의 발언은 누가 봐도 저의가 있는 것 아니냐”며 윤 의원의 발언을 ‘김무성 흔들기’로 규정했다.


익명을 요구한 여당의 한 관계자 또한 윤 의원에 대해 “민주적인 새누리당에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는 얘기이고, 국민들께서 인정해주시는 대선후보가 당에 많을수록 좋다”면서도 “윤상현 의원이 내년 총선에서 지역주민의 선택을 받아 3선의원이 되면, 전두환 전 대통령의 사위였고 롯데가의 사위라는 정치와 경제계에 좋은 인맥의 배경을 갖고 있어 훌륭한 대선후보군 중의 한명이 될 것”이라며 윤 의원 자신이 차기 대권주자로 나서고 싶은 것 아니냐고 비꼬았다.


‘친박’ 좌장까지 가세


이처럼 윤 의원의 신중치 못한 발언이 여권 내 친박과 비박의 갈등을 조장하는 분위기로 흘러가자 윤 의원은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해외 국감 도중 기자들에게 문자메시지를 보내 파문 진화에 나섰다.


윤 의원은 자신의 발언이 ‘김무성 흔들기’라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 “친박의 정치적 입지 강화를 위해 했다는 정치공학적 해석은 결코 아니다”라며 “저는 지금까지 특정계파보다 당과 대한민국의 미래를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정치현장을 뛰어왔다”고 언급했다.


윤 의원은 “지금 대선주자가 별 의미 없다는 말은 적어도 내년 총선이 지나야 구체적인 후보윤곽이 드러나기 때문이고, 더군다나 링 위에 오른 대선후보군들이 새누리당은 김 대표 혼자이다시피 한 반면 야당은 문재인, 박원순, 안철수 등으로 지지도가 분산돼 있어 이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의미”라고 해명했다.


이어 “야당이 후보단일화 될 경우 지금의 상황에서 보면 김 대표의 지지도를 훨씬 능가한다는 위기의식을 설명한 것으로 내년 총선이후 쯤 새누리당도 대선후보 다원화가 가능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지금의 단일화 구도는 무의미하다는 얘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런 측면에서 상식적으로 우리로 하여금 후보군을 다원화시켜야하고 김 대표는 현 상황에 안주하지 말고 더욱 노력해야한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며 “김무성 대표 대선후보 불가론은 절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윤 의원은 “김무성 대표의 사위 마약사건에 대해 김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선 안된다”고 지적하며 “그것은 현대판 연좌제의 비열한 정치로 우리가 지향하는 개혁적보수의길이 아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윤 의원은 김 대표가 정치개혁의 결정판으로 내세우고 있는 국민공천제에 대해서는 뜻을 굽히지 않았다.


윤 의원은 “오픈프라이머리와 관련해서는 야당의 합의가 전제되어야하며 현재로서는 실현이 거의 불가능한 만큼 대안을 찾아야 하고, 플랜B(여론조사 방식의 국민공천제)를 오픈프라이머리라고 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지적하며 “이 방식은 당 정체성, 정책능력, 역량보다는 인기나 인지도만으로 후보가 선정될 우려가 매우 크다. 총선이 연예인이나 히딩크 같은 대중 인기인을 뽑는 것이 아니며 대통령 후보도 여론조사로 뽑는다는 게 말이 되는 가”라고 반문했다.


이어 17일에는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최고위원이 “새정치연합의 혁신안이 어제 통과됨으로써 그동안 우리가 야당하고 같이 오픈프라이머리를 하려 했던 문제가 어려움에 봉착한 것 같다”며 오픈프라이머리 도입 불가를 우회적으로 내비쳤다.


▲ (좌)김무성 대표와 서청원 최고위원(사진제공 뉴시스)
그동안 서 최고위원은 친박 핵심 의원들이 오픈프라이머리 회의론을 제기하는 와중에도 “오픈프라이머리는 김 대표가 알아서 할 문제”라며 공천 문제에 일정한 선을 그어왔었다. 하지만 윤 의원에 이어 서 최고위원까지 김 대표의 국민공천제 회의론을 주장하면서 친박과 비박 간의 전면전 위기감이 감돌고 있다.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


사위 문제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친박의 조직적 공세가 시작된 이 시점이 김 대표의 정치인생 최대 위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동 트기 전 새벽이 가장 어둡다’는 말이 있듯이 김 대표가 이번 위기를 현명하게 극복하고 내년 총선을 승리로 이끈다면 여권의 차기 대권주자로서의 입지는 더욱 공고해 질것이며 누구도 그 아성(牙城)을 무너뜨릴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 이택수 대표는 지난 17일 여야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기록하고 있는 김 대표가 사위 마약사건 파문과 윤상현 정무특보 발언으로 지지율이 소폭하락 했지만 낙폭은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이날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전날(16일) 차기 주자 선호도 조사 결과와 관련해 “김무성 대표가 여권 1위로 나타났는데 19.4%였다. 지난주에 21.2%였는데 아시다시피 사위의 마약 논란 때문에 소폭 하락한 상태”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 대표의 지지율 낙폭이 생각보다 크지 않다. 왜냐하면 지난주 목요일 이 보도(사위 마약전과 보도)가 처음 나갔는데 그날은 좀 많이 빠졌지만 금요일, 월요일 거치면서 조금 반등을 하는 모습을 보이다가 어제 또 약간 다시 하락세다”라면서 “전체적으로 지난 목요일 이후에 한 3% 포인트 가량 빠진 상황인데 ‘대안 부재’ 측면에서 생각보다는 낙폭이 크지 않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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