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日통합 롯데…“형 만한 아우 있었다”

[스페셜경제=박단비 기자]지난 16일 롯데그룹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 롯데홀딩스의 정기이사회에서 대표이사로 선임됐다고 밝혔다. 앞서 일본 롯데홀딩스는 지난 15일 정기이사회를 통해 참석한 이사 전원의 찬성으로 신 회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


지난 2011년까지만 해도 롯데그룹의 후계자로 신동빈 회장의 형인 신동주 전 부회장이 될 것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지만, 그 평가를 뒤집고 신 회장이 롯데그룹을 품에 안게 됐다. 그리고 한달도 채 되지 않아 다시 '형제의 난'이 발발했지만, 이번에도 웃은 이는 신동빈 회장이었다.


롯데제과 주식 매입 다툼‥전쟁의 서막
7월 ‘원톱 체제’ 발표‥‘후계자 신동빈 회장’


지난 1월 8일 일본 롯데홀딩스는 임시주주총회에서 신동주 전 부회장을 이사직에서 해임하는 내용을 승인했다고 밝히면서 유통업계가 술렁였다. 이 같은 소식이 전해지면서 롯데그룹에서 후계구도를 둘러싼 급박한 움직임이 대두되고 있다.


이에 앞서 신 전 부회장은 지난 12월 26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일본 롯데그룹의 주력 자회사인 롯데상사의 대표이사, 제과회사인 롯데의 이사, 아이스크림 회사인 롯데아이스의 이사에서 해임됐다.


롯데홀딩스 부회장직을 해임할 수 있는 권한은 사실상 신격호 총괄회장 뿐이다. 일본 롯데홀딩스의 지분은 신격호 롯데 총괄회장이 28%, 포장자재 판매업체인 광윤사가 22%를 각각 보유하고 있었다.


이상했던 ‘조짐’


신 전 부회장은 2013년 8월부터 최근까지 롯데제과 지분을 꾸준히 사들여왔다. 현재 신 전 부회장의 롯데제과 지분은 3.96%로 신동빈 회장이 가진 5.34%에 불과 1.38%포인트 모자란다.


신동빈 회장과 신동주 전 부회장은 롯데푸드 1.96%로 같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고 롯데쇼핑은 각각 13.46%, 13.45%로 거의 차이가 없는 지분을 가지고 있다.


다만 롯데제과는 지분율의 격차는 2013년 6월 1.86%로 가장 큰 격차를 내다가 신 전 부회장이 같은 해 8월부터 1년간 매달 10억원씩 꾸준히 롯데제과 지분을 사들이면서 1.38%로 격차를 줄였다.


신 부회장은 1년간 총 6787주(0.48%)를 매입했고 이는 신동빈 회장이 2013년 6월 매입한 주식보다 고작 0.02% 많은 수준이다.


롯데제과는 ‘롯데제과→롯데쇼핑→롯데알미늄→롯데제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의 핵심 부문이자 그룹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쇼핑의 지분 7.9%를 보유하고 있어 경영권 승계 과정 의미가 큰 계열사다. 특히 롯데그룹의 모기업 이자, 경영권 승계와 관련된 황태자주로 분류된다.


하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이 이를 사들이면서 한국롯데와 일본롯데 간 지분경쟁 등이 심화되면서 신격호 총괄회장의 심기를 건드린 것이 아니냐는 설이 돌았다.


철저했던 경계선


롯데의 경우 한국과 일본의 선이 분명했다. 서로간의 사업영역이 겹치지 않았을 뿐더러, 서로 침범해서는 안 된다는 ‘보이지 않는 선’이 존재했다. 신동주 전 부회장도 신동빈 회장도 이 선을 건드리지 않았기에 서로의 영역에서 그룹을 운영할 수 있었다.


해외시장도 지역을 나눠 공략하는 등 서로 간의 영역을 지켜왔지만 신 전 부회장이 한국 롯데제과가 이미 진출해 있는 동남아시아시장 공략에 나서며 해외에서 경쟁 구도를 만든 것에 대해서도 신 총괄회장이 못마땅해 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013년 9월 일본 니혼게이자신문은 “한국과 일본 양국의 롯데가 6억명의 거대 시장인 동남아에서 경쟁을 벌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 매체는 “일본 롯데가 2013년 7월부터 태국에서 영업을 시작했고 11월 인도네시아 공장 가동을 앞두고 있다”며 신 전 부회장의 인터뷰 기사를 싣기도 했다.


특히 신 전 부회장은 “일본에서 태어난 과자를 해외로 넓히는 것은 일본 롯데의 역할이다. 과자 브랜드 전략은 일본이 주도한다”고 언급한 것을 인용, 신 전 부회장이 한국에 대한 대항심을 드러냈다고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신 전 부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한국을 자극하기에 충분했다는 평가. 신동빈 회장이 지난 2007년 베트남 제과업체 ‘비비카’를 인수하면서 동남아 시장을 공략해온 만큼 신 전 부회장의 ‘일본 주도설’은 형제 간 ‘균열’을 일으킬 정도로 컸다는 것이 한일재계의 공통된 관측이다.


호텔 롯데, ‘시작에 불과했다’


지난 1월 8일 일본롯데의 지주회사 격인 롯데홀딩스에서 신동주 전 회장이 해임되면서 일본롯데에 이어 한국 롯데그룹 비상장 계열사에서도 등기이사 정리 작업이 지난 200일간 연일 숨가쁘게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롯데그룹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를 누가 지배하는냐’에 따라 롯데의 주인이 바뀔 수 있다는 해석도 나왔지만, 앞서 3월 신 회장의 한국 롯데그룹의 지배구조의 정점에 있는 호텔롯데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리며 그동안 불거졌던 롯데 후계자 논란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일본롯데홀딩스가 대주주로 있는 호텔롯데는 롯데쇼핑·롯데제과·롯데케미칼·롯데건설 등 국내에 있는 롯데 핵심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사실상의 지주회사이다.


호텔롯데의 최대주주는 지분 47% 가량을 보유한 일본 롯데홀딩스다. 여기에 호텔롯데는 롯데쇼핑 주식 8.83%, 롯데칠성 5.93%, 롯데제과 3.21%, 롯데리아 18.77%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지분을 보유하고 한국 롯데그룹의 실질적인 지주역할을 하고 있다.


신 회장은 호텔롯데에 이어 부산롯데호텔의 이사에도 선임됐다. 부산롯데호텔 역시 롯데리아 11.79%, 롯데캐피탈 11.47%, 롯데푸드 4.76%, 롯데쇼핑 0.78% 등의 계열사 지분을 다수 보유하고 있다.



경계선 무너트린 신동주, 결국은 ‘해임’
시험대 올라선 신동빈 리더십, 업계주목


회사 성장시킨 신동빈, ‘롯데 차지’


신동빈 회장이 한국 롯데그룹의 경영을 맡기 시작한 이후 한국롯데가 일본롯데보다 20배 이상 외형을 확장하면서 결국 두 형제의 운명은 엇갈렸다.


신동주 전 회장의 행보는 묘연했던 가운데 신동빈 회장은 광폭적인 행보를 보였다. 그는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린 지난 3월 서울 소공동 롯데호텔에서 존 필립 키 뉴질랜드 총리를 만나 롯데와 뉴질랜드 간 경제협력 증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


앞서 2월에는 KT렌탈 인수에 1조원이라는 거금을 베팅하면서 KT렌탈 인수전에서 승기를 잡기도 했다.


지난 5월에는 뉴욕 팰리스 호텔을 9000억원에 사들였으며, 러시아의 대규모 쇼핑몰 등의 추가 M&A도 진행 중이다. 롯데그룹은 올해 투자 규모를 사상 최대인 7조5000억원으로 책정한 상태다.


또 지난달에는 미국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소비재 포럼(CGF)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기도 했다. 신 회장은 이 행사에서 해외 소비재 업체들의 최고경영자들과 만나 유통업계 트렌드와 협력 방안 등을 논의했다.


중국과 일본에도 자주 방문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최근 한 달 동안에만 일본을 두 차례 방문했으며 지난달 말에는 중국 청두의 ‘롯데몰 청두 프로젝트’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글로벌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첫 사업도 글로벌


신동빈 회장은 첫 사업 구상을 했다.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한일 통합 이후 처음 시작하는 사업이기에, 만약 실패할 경우 모든 비난을 혼자 뒤집어 써야 했다. 신동빈 회장이 택한 사업은 면세점이었다.


한국 롯데가 내년 초부터 운영할 태국 시내면세점에 일본 롯데가 참여하기로 한 것이다.


한국과 일본 롯데가 손잡고 태국 면세점 사업에 진출한다고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이 23일 보도했다. 태국 시내 면세점은 한국과 일본 롯데가 각각 80%, 20%를 출자한다.


신 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의 경영을 동시에 맡은 이후 첫 연계사업이다.


이날 신문에 따르면 한일 롯데는 공동 출자를 통해 내년 3월 태국 방콕 중심부에 면세점을 개설한다. 유명 명품들과 현지 관광상품, 한국과 일본의 화장품 등을 판매할 전망이다.


또 신문은 이번 출점과 관련, 신 회장이 일본 롯데의 대표로 취임한 것을 계기로 한ㆍ일 ‘일체경영’을 강화한 데 따른 결과라고 전했다.


실제로 그동안 한국과 일본 롯데는 독립경영을 해왔다. 한국은 신동빈 회장이, 일본은 신동주 전 부회장이 경영해 왔다. 하지만 최근 신 회장의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에 선임되면서 공동 경영이 시작됐다는 분석이다.


이번 협력을 시작으로 장기적으로 한국과 일본 롯데는 협력을 늘려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신 회장이 일본 롯데까지 장악하면서 경영승계를 확실히 넘겨받으며 확실한 원톱체제를 공고히 했다.


신동주의 쿠테타, 1일 천하로 끝


일본 롯데홀딩스가 28일 오전 9시께 긴급 이사회를 열어 신격호 대표이사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했다고 발표했다.


롯데그룹은 이날 오후 보도자료를 통해 "일본 롯데홀딩스는 신격호 일본 롯데홀딩스 대표이사를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결정을 했다"며 "롯데홀딩스는 향후 주주총회를 통해 신 회장을 명예회장으로 추대하는 절차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속내는 '추대'가 아닌 '해임'이었다.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신격호 총괄회장을 앞세워 동생인 신동빈 회장을 끌어내리려다 실패하면서 신 총괄회장이 한국과 일본 롯데그룹에서 모두 강제퇴진하게 된 셈이다.


한 언론사에 따르면 신 총괄회장은 지난 27일, 친족 5명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갔다. 한국 롯데그룹에서도 모르는 일이었다. 고령으로 인해 거동과 말이 불편한 상황이었기에 일본 행은 다소 이해하기 힘든 행보였다. 이 길에는 신동주 전 일본롯데 부회장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동인 롯데자이언츠 구단주 직무대행도 신 총괄회장을 일본으로 데려간 5명에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신 명예회장은 해당 일 오후 일본 롯데 홀딩스에 나타나 본인을 제외한 일본 롯데 홀딩스 이사 6명을 해임했고, 이 6명안에는 신동빈 부회장과 쓰쿠다 다카유키 대표이사 부회장도 포함되어 있었다. 상식적으로 이해하기 힘든 행보다. 쓰쿠다 대표이사 부회장은신 총괄회장이 직접 "잘 부탁한다"고 말했던 인물. 때문에 유통업계 일각에서는 신격호 총괄회장이 고령으로 인해 판단이 흐려진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이 두명의 이사가 포함된 것이 알려지면서 뒷 배경에 신동주 전 부회장이 있었다는 추측은 기정사실화가 됐다. 신 총괄회장이 신 전 부회장이 지켜보는 자리에서 손으로 이사들의 이름을 가리키며 해임을 지시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하지만 '1일 천하'였다. 이 같은 사실이 알려지자 신동빈 회장을 비롯한 일본 롯데홀딩스 이사 6명은 신 총괄회장의 이같은 행동이 정식 이사회를 거치지 않은 불법 결정이라고 규정했고, 28일 오전 긴급이사회를 열어 신 총괄회장을 일본 롯데 홀딩스 대표이사 부회장 자리에서 끌어내렸다.


신동빈 회장, 향후 미래는?


신동빈 회장이 한-일을 모두 통합한다고 해도 중심은 한국에 있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한국사업을 사실상 총괄해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 롯데그룹은 여전히 ‘구설수’가 많은 곳이다.


유통업계의 특성상 ‘B2C’가 많아 논란이 많을 수밖에 없는데다, 그만큼 ‘비리’도 많아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시내 면세점’을 포기하고 택할 만큼 중요했던 ‘면세점 수성’이 달려 있어 사활을 걸고 있다. 롯데면세점은 국내에서 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서도 활발히 활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세계 면세 시장에서 한 계단 올라선 3위를 달성했다.


영국의 글로벌 관광·유통 전문지 무디 리포트가 지난 21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33억4600유로(약4조4500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 2013년 4위에서 한 단계 상승한 3위를 기록했다.


롯데면세점은 지난해 7월 괌 공항점을 오픈했으며 9월 일본 간사이공항점을 오픈하는 등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에 진출했다. 최근에는 잠실 월드타워점을 이전 오픈해 국내 면세점 최초로 매출 4조원을 돌파했다.


하지만 서울과 부산에 위치한 면세점은 이 중에서도 손에 꼽게 중요한 ‘대목’이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관세법이 개정되면서 기존 10년마다 자동 갱신되던 면세점 특허는 5년 마다 경쟁 입찰로 변경됐고, 이에 따라 관세청은 오는 11월부터 서울과 부산 시내에 위치한 4개 면세점 사업자들의 특허 만료와 관련해 오는 9월부터 후속 면세점 입찰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다.


특허가 만료되는 곳은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본점 면세점, 잠실 롯데월드몰점, 광장동 워커힐면세점, 부산 해운대 신세계 면세점 등이다. 기존 면세점 서울 전체 6개, 부산 2개 중 절반에 해당하는 수치다.


지난해 롯데 면세점 본점 매출이 2조원에 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롯데 측의 전력투구는 당연하다는 것이 업계의 중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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