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카드 내밀지만…부정적 여론 확산

[스페셜경제=황병준 기자]정부가 지난 21일 우리은행 민영화 방안을 발표했다. 그동안의 매각 방안과는 달리 경영권 매각이 아닌 ‘과점주주 매각’을 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방침을 새롭게 제시하면서 다섯 번째 민영화 도전에 성공 가능성이 일고 있다.


하지만 대다수의 M&A 전문가들은 이번 우리은행 매각 방안에 회의적인 것으로 전망하고 있어 우려가 깊어지고 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우리은행의 다섯 번째 민영화 시도에도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더 크게 일고 있는 속사정을 살펴봤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이 지난 22일 주당 8910원에 1만주를 매입했다. 이 행장이 보유하고 있는 자사주식수는 2만1251주. 지분 비율은 0.0031%다.


이 행장의 이 같은 행보에 대해 업계에서는 이번 민영화 추진에 대한 결연한 의지의 표현 아니겠냐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자사주 매입한 이광구


이광구 은행장은 취임 이후부터 줄곧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 기업 가치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우리은행의 주식은 지난 4월말 1만1000원대 후반까지 올랐지만 23일 종가 기준 9060원을 기록했다. 최근에는 8000원대 후반에서 9000원대 초반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행장이 주장하는 기업 가치에는 크게 모자란 가격이다. 이 행장의 주식매입은 이러한 저평가를 끌어올리기 위한 하나의 수단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의견이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21일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한 우리은행 지분을 매각하기 위해 과점주주 매각방식을 추가로 도입했다고 밝혔다.


과점주주 매각은 소수의 주요 주주가 이사회를 통해 경영에 각자 주도적으로 참여해 지배구조를 형성하는 방식이다.


공자위는 우리은행 보유 지분 48.07% 중 30~40%의 지분을 지배주주 또는 과점주주에게 매각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우리은행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경영권 매각 보다는 지분을 쪼개 파는 과점주주 매각을 추진해야 한다는 입장을 꾸준히 제시했다. 이번 과점주주 방식이 채택됨으로서 우리은행으로선 민영화에 대한 가능성이 조금 더 높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자위가 우리은행 매각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과점주주 방식은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기하는 것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원칙을 지키기 어렵기 때문에 법 개정이 되지 않은 만큼 위법성 논란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금융지주회사법 부칙에는 우리은행 매각 원칙으로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발전이 명시돼 있다.


정부 새 민영화 방안 발표…지분 4~10% 나눠 분할 매각
이광구 은행장 주식매입 속 뜻(?)…역대 추진일지 어땠나.


여기에 과점주주로 매각이 이뤄지면 확실한 경영권의 주체가 모호해 질수도 있다는 주장까지 제기되고 있다. 과점주주간의 협의가 잘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은행의 경영상황이 악화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매각 시기 ‘저울질’


우리은행의 최대주주는 지분 51.04%를 보유하고 있는 예금보험공사다. 이중 콜옵션 행사 대비분 2.97%를 제외한 48.07%를 시장에 매각한다.


예보의 지분은 지난 1998년 외환위기 때 정부가 당시 상업은행, 한일은행, 평화은행, 경남은행들을 한데 통합한 후 대규모 공적자금을 투입했다.


박성용 공적자금관리위원장은 “매각 여건에 여러 요소가 있지만 중요한 것 중 하나는 지금 우리은행의 주가가 상당히 낮다는 점”이라면서 “주자가 오를 때까지 기다리는 게 옳은 것도 아니고 주가가 낮은데 무턱대고 매각하는 것도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정부가 우리은행에 투입한 공적자금 원금을 회수하기 위해서는 주당 1만3500원 수준으로 매각이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우리은행은 현재 4500원 정도의 개입이 벌어져 있다.


이에 따라 주가를 올려야 하는 복안과 함께 시기상에 문제도 우리은행 민영화에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우리은행 민영화를 내년으로 연기하겠다는 뜻은 없다는 입장이지만 일정을 구체화하지 않음에 따라 자칫 우리은행 매각이 늦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영화 수난사


우리은행은 지난 2010년 이후 네 번의 민영화를 시도했고 이번 하반기 민영화 추진으로 다섯 번재 민영화에 도전한다.


2010년 11월 우리금융 예비 입찰 참가의향서 접수 마감 11곳이 신청하면서 흥행에 성공하는 듯 보였으나 당시 인수 1순위로 꼽혔던 우리은행 독자민영화 컨소시엄이 예비입찰에 나오지 않으면서 무산됐다.


두 번째는 2011년 자회사와 함께 일괄 매각한다는 방식으로 매각 방식을 변경했으나 금융지주사법이 최대 변수로 부각되면서 MBK파트너스만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유효경쟁 원칙에 다시 불발되는 아픔을 겪었다.


2012년에는 유력 후보였던 Kb금융을 고려해 우리금융이 인수 기업에 합병되는 매각 방식을 채택했지만 결국 KB금융지주가 인수전 물참을 결정하면서 무산됐다.


2014년에는 우리금융의 자회사였던 경남은행과 광주은행, 우리파이낸셜, 우리투자증권 등을 분리매각하면서 매각 성사 가능성이 고조됐지만 중국 안방보험만이 단독으로 입찰에 참여하면서 유효경쟁 미달로 결국 경영권 매각이 무산됐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사실 현재 우리은행의 주가를 고려했을 때 공적자금 회수는 어려운 게 현실이다”며 “과점주주 방식이라는 새로운 카드를 들고 나왔지만 장밋빛 전망은 아니다. 만약 이번에도 민영화에 실패한다면 당분간 우리은행 민영화에 대한 트라우마는 상당기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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