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는 충성맹세 왜 안 해?…무릎 꿇어”
이런 갑질 발언으로 유명한 남 회장이 최근 대한유도회 산하단체인 중고유도연맹 임원을 폭행해 또 다시 물의를 빚었다. 이로 인해 여론의 비난과 경찰 출석 등의 압박이 심해지자 폭행사건 발생 엿새 만에 남 회장은 대한유도회 회장직을 사퇴했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갑질 발언에 이어 사퇴를 촉발시킨 남 회장의 ‘갑질 폭행’에 대해 살펴봤다.
충성맹세 강요하며 맥주잔 던져
결국 폭행사건 엿새 만에 ‘사퇴’
지난 19일 밤 대한유도회 회장이자 숙취해소 음료 ‘여명808’ 생산업체 (주)그래미의 회장인 남종현 회장은 강원도 철원군에서 열린 ‘2015년 전국실업유도최강전’ 첫날 경기를 마치고 실업유도연맹 관계자 및 철원 지역 관내 인사 등과 함께 자신이 운영하는 그래미 공장 연회장으로 자리를 옮겨 만찬을 가졌다.
폭력적인 회장님
남 회장은 이 자리에서 대한유도회 산하 중고연맹 회장인 이 모씨를 향해 맥주잔을 집어 던졌다.
남 회장이 던진 맥주잔에 얼굴을 정통으로 맞은 이 씨는 가운데 치아 1개가 부러지고 인중 부위가 심하게 찢어져 그래미 공장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진 뒤 응급처리만 받고 다시 서울아산병원으로 옮겨 상처를 봉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과정에서 이 씨를 향해 폭언을 하는 남 회장을 말리다가 철원군 유도회 간부 1명도 남 회장에게 뺨을 맞고 무릎을 꿇은 것으로 전해졌다.
특이한 점은 당시 만찬자리에 현지 경찰 고위간부 등 지역 유지들이 현장에 있었으나 남 회장의 폭행을 전혀 제지하지 못했다는 것.
폭행을 당한 이 씨는 다음날 오전 춘천경찰서에 남 회장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고 조사까지 마쳤다.
우리는 징계 못해‥
이쯤 되면 남 회장이 왜 이 씨에게 충성을 맹세케 하며 폭력까지 행사한 것인지 의문이 아니 들 수 없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남 회장과 이 씨는 지난 2013년 의견 충돌이 있었다. 당시 대한체육회가 체육단체 임원 임기 제한과 관련된 정관 개정안을 의결했는데 이를 따라야 하는 대한유도회는 정관개정을 놓고 회의를 하다 남 회장과 이 씨가 서로 다른 의견을 제시하게 됐다.
이 씨는 대한체육회로부터 불이익을 받지 않으려면 정관을 개정해야한다고 주장한 반면 남 회장은 개정불가 입장을 내세웠던 것이다. 둘 사이의 해묵은 입장차이는 이번 만찬자리에서 또 다시 거론됐고 결국 폭행으로 이어졌다.
남 회장 폭행사건과 관련해 그래미 측은 지난 22일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알고 있는 게 없다보니 말 할 수 있는 게 없다”며 애써 함구했다.
아울러 대한유도회는 같은 날 <본지>와의 통화에서 “현재 사무국에서도 경위를 파악하고 있는 중”이라고 답했다.
이어 폭행으로 인한 남 회장 사퇴에 관한 질의에 “수사결과가 나와 봐야 안다”면서 “정관상 금고 이상의 형을 받게 되면 자동해임 된다”고 말했다.
‘대한유도회가 자체 해임을 고려하고 있나?’라는 질문에는 “이사회가 따로 해임안을 건의할 수는 있지만 남 회장과 이 씨 측 모두 공식적인 입장표명을 하지 않고 있어 그 부분(해임안)에 대해서는 현재 논의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체육회는 남 회장의 폭력행위에 대해 징계할 법적 수단이 없다고 밝혔다. 이를 보도한 <SBS>에 따르면 대한체육회 고위 관계자는 SBS와의 통화에서 “규정에 따르면 남 회장의 처벌 권한은 대한유도회에 있기 때문에 대한체육회가 가맹경기단체장을 직접 징계할 조항이 없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대한유도회 이사회는 주로 남 회장 인맥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에 남 회장 제명이나 직무정지는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시각이 지배적이었다.
결국엔…사퇴 <왜>
이런 가운데 일각에서는 남 회장이 운영하는 회사의 숙취해소 음료 ‘여명808’ 불매운동과 함께 대한유도회 회장직 사퇴 요구가 거세졌다.
대한유도회 홈페이지 게시판에는 ‘임시 대의원 총회 소집’과 동시에 남 회장 사퇴를 촉구하는 대의원들의 글들이 이어졌다.
또한 강원지방경찰청 광역수사대는 지난 25일 “남 회장에 대한 1차 출석요구서를 지난 24일 발송 및 통보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폭행 피해자의 진술과 병원 진단서, 참고인 진술 등을 확보한 만큼 남 회장이 피고인 신분으로 출석하더라도 조사과정에서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할 수 있다고 전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그동안 폭력행위에 관해 공식적으로 어떠한 입장도 표명하지 않았던 남 회장은 지난 25일 폭행사건 발생 엿새 만에 대한유도회 회장직을 내려놨다. 폭력에 대한 비난여론과 거센 사퇴요구, 경찰출석 등의 압박이 심해지자 남 회장 본인 스스로가 사퇴를 결심한 것이다.
이처럼 남 회장은 지난해 ‘갑질 발언’에 이어 올해는 ‘갑질 폭행’으로 도마에 올라 대한유도회 회장직을 사퇴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력행위에 대한 공식적인 사과 발표가 없었던 점은 아쉬움으로 남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