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기업에 갑질 의혹‥“누구 말이 맞나?”

▲ 대한전선 홈페이지
[스페셜경제=김영일 기자]최근 대한전선의 새 주인 찾기가 본격화 되고 있는 실정이다. 대한전선 채권단은 전선사업부에 대해서만 입찰 가격을 받기로 했으며 우발부채가 많은 비전선사업부에 대해서 일부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했다. 대한전선은 매각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준비할 전망이다. 그러나 이처럼 중요한 시점에 대한전선이 중소기업과 마찰을 빚고 있어 도마에 올랐다. 이에 <스페셜경제>가 중소기업과 마찰을 빚고 있는 대한전선에 대해 살펴봤다.


D사 “자산 이전 불이행 억지로 시간 끈다”
대한전선 “하자보수 완료되면 이전 진행 예정”


지난 23일 하나은행 등 채권단은 다음달말 대한전선 매각 본 입찰에 인수후보로부터 전선사업부에 대한 입찰 가격만 받고 나머지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부실, 소송 등 우발채무가 많은 비전선사업부에 대해선 손실을 일부 보존해주기로 했다.


긍정적인 분위기


채권단 관계자는 “우발채무를 제거한 전선사업부에 대해서만 입찰 가격을 받고 난 후, 후보자들과 나머지 비전선사업부에 대해선 손실 보전에 대한 개별 협상을 벌일 것”이라고 밝혔다.


이로 인해 채권단 입장에서 채권 회수 극대화를 위해 회사 분할 없이 통매각 원칙을 고수하면서 인수후보자들이 우려했던 우발채무 문제를 해결하는 분리 매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된다.


채권단은 전선사업부 매각에 대해서만 인수후보자들의 가치 평가를 받아본 뒤 우발채무를 가장 많이 떠안는 조건을 제시하는 인수후보에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해 JP모건 등 대한전선 매각주관사는 지난 18일 국내 사모펀드(PEF)운용사 한앤컴퍼니와 글렌우드 등 4~5곳의 인수후보에게 적격인수후보자로 선정됐다고 통보했다.


이 때문에 대한전선 매각은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우려의 목소리와는 달리 순항할 것으로 보여진다.


갑질 논란 의혹?


이처럼 대한전선은 매각을 앞두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는 가운데 중소기업과 마찰을 빚고 있어 구설에 올라있다. 지난 23일 <노컷뉴스>는 대한전선의 자회사 ‘티이씨앤코’가 중소기업 D업체와 ‘양수도계약’을 약속해 놓고 이를 ‘하도급계약’으로 변경해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이는 지난 2012년 말 티이씨앤코 관계자가 중소기업 D업체를 찾아가 사업부 인수제안을 하면서 비롯됐다. 당시 티이씨앤코 관계자는 D업체에게 ‘대한전선이 구조조정 과정에서 티이씨앤코 홈네트워크 사업을 해온 스마트사업부를 정리하려고 하니 이를 인수하지 않겠냐’고 제안다는 것이다.


이에 D업체는 홈네트워크 사업 확장을 계획하고 있던 터라 티이씨앤코의 제안을 수용했다. 이로 인해 D업체는 티이씨앤코의 특허와 금형 자산을 양도받는 ‘양수도계약’을 약속받았다. 특허와 금형 자산을 양도받는 시점은 D업체가 티이씨앤코의 완공한 현장에 하자를 보수하고 신규 수주한 현장의 시공도 완료되는 시점을 예정일로 잡았다.


이어 지난해 3월 D업체와 티이씨앤코는 서로가 약속한 내용을 담은 합의서를 작성했다. 그러나 이 자리에서 양사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제기하며 이견차이를 보였다. 이는 서로 약속한 내용은 양수도계약인데 티이씨앤코가 합의서 형식을 양수도계약이 아닌 하도급 계약으로 하자고 요구한 것이다.


이에 D업체는 모회사인 대한전선이 매각 과정에 있는 만큼 티이씨앤코도 해당 사업부를 온전히 유지하는 등 우량기업으로 시장에 보일 필요가 있는 상황을 감안해 티이씨앤코의 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로써 양사는 양수도계약이 아닌 하도급계약을 맺게 되었다. 이후 D업체는 신규 수주 공사를 마무리하고 티이씨앤코의 자산을 이전 받기로 한 시점이 되었다. 그러나 티이씨앤코는 ‘하자보수가 다 이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들면서 계약서 상 명시되어 있는 특허권과 금형자산 이전에 제동을 걸었다.


D업체는 수주현장에 대한 시공은 이미 6월에 마무리됐고 하자보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지는 업무임을 감안할 때 티이씨앤코가 모회사 대한전선 매각을 앞두고 억지로 시간을 끄는 것이라 보고 있다.


억울한 대한전선?


반면 티이씨앤코의 모회사인 대한전선은 이에 대해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대한전선 관계자는 <스페셜경제>와의 전화 통화에서 “D업체와 티이씨앤코가 맺은 계약은 발주처로부터 문제가 발생했을 때 모두 티이씨앤코가 책임을 지는 하도급계약”이라면서 “처음 계약을 맺은 이후 2013년 12월에 D업체와 티이씨앤코가 다시 계약을 맺었는데 하도급과 하자보수가 모두 완료되는 시점에 금형자산과 특허권 등을 이전한다고 명시했다”고 말했다.


하자보수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하는 업무적 특성을 띠고 있다. 이에 ‘하자보수가 모두 완료되는 시점의 명확한 기준은 무엇인가’라는 물음에 이 관계자는 “기준은 하도급이 완료되고 미처리된 하자보수 건이 완료 되는 시점”이라며 “그 후에 발생되는 하자보수는 사내유보금 등을 통해 티이씨앤코가 처리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이어 “현재 하자보수가 100% 이행되지 않은 상황”이라며 “올해 2월부터 장기 미처리 하자보수 건이 200여 건에 달하는 상태인데 이런 하자 건이 전혀 진행되지 않은 상황에서 계약을 이행하기는 어렵다”고 항변했다.


그러면서 “하자보수 건이 다 진행되면 별도의 계약서를 작성해 계약대로 금형자산과 특허권 이전 진행 절차를 밟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이와 같이, 티이씨앤코는 모회사 대한전선 매각을 앞둔 가운데 중소기업과의 계약 문제로 구설에 휘말려 있다. 물론 이 때문에 대한전선 매각에 차질을 빚진 않겠으나 인수후보자들에게는 그리 달가운 소식은 아닐 것이다. 과연 대하전선 매각이 순조롭게 진행돼 새 주인을 맞이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어 있는 시점이다.


한편, 공정거래위원회는 26일 계열사에 채무 보증을 제공한 대한전선의 소속회사 대한시스템즈에 4억 76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고 밝혔다. 이는 대한시스템즈 국내 계열사인 티이씨앤알이 4개 저축은행으로부터 받은 대출에 대해 2008년 6월부터 2012년 4월까지 최대 280억원 한도의 채무보증을 제공했기 때문이다.


대한시스템즈는 지난해까지 자산총액이 5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 기업집단(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된 대한전선의 게열사이며 티이씨앤알은 대한전선의 자회사이다.


대기업집단의 경우 금융 및 보험사 등을 제외하고는 국내 계열사간 채무보증이 금지돼있다.


공정위는 "대한시스템즈의 행위는 공정거래법상 채무보증 금지규정 위반에 해당된다"며 "대기업집단 소속회사의 법 위반 행위를 지속적으로 모니터링 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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