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탈세 의혹 ‘정조준’(?)

[스페셜경제=김상범 기자]최근 피죤(회장 이윤재)이 국세청으로부터 압수수색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그 배경을 두고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세청은 수십 명의 인원을 투입, 일부 피죤 임직원들을 소환하는 등 한 달 넘게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 업계 일각에서는 과세당국이 이윤재 회장의 탈세혐의를 포착했을 가능성에 조심스레 무게를 두고 있다.


피죤은 지난 수년 간 청부폭행과 비자금 조성 등으로 끊임없는 구설에 시달리다 실적 부진까지 겹치면서 현재 심각한 경영난을 겪고 있는 상태.


만약 검찰 조사로 확대될 경우, 피죤으로서는 말 그대로 ‘사면초가’의 위기에 몰리는 셈이다. 대외적 이미지 타격은 물론 노사 관계 역시 악화일로로 치닫게 될 가능성도 있다는 것이다.


과세당국, 지난달 본사 압수수색 및 임직원 소환조사
청부폭행·비자금 조성 논란에 추락한 신뢰 ‘어떡해’


비자금 조성과 청부 폭행 사건 등으로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던 피죤이 과세당국의 세무조사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파장이 일고 있다.


특히 이윤재 피죤 회장과 관련한 잇단 논란으로 도덕성에 타격을 입었던 피죤으로서는 당국의 압박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업계관계자들이 지목하고 있는 탈세 의혹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피죤의 기업 이미지는 복구 불가능한 상태까지 추락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게다가 실적 부진으로 극심한 경영난을 겪고 있다는 점, 그리고 틀어진 노사관계 역시 해결 과제로 남아있다.


지난 12일 <뉴스토마토> 단독 보도에 따르면 국세청은 지난달 초 서울 역삼동에 위치한 피죤 본사에 수십 명의 조사관을 보내 컴퓨터 하드디스크와 회계장부 등을 확보했다. 임직원 소환 조사도 함께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내부 고발자 있었나?


국세청의 이번 세무조사에 대해 일부 업계관계자들은 탈세 의혹을 1순위로 꼽는다. 특히 그 중심에는 이 회장이 있다.


이 회장은 지난 2011년 청부 폭행으로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받고 형을 살다가 지난해 9월 가석방으로 출소했다. 당시 이 회장 측은 영장 실질심사를 받을 당시 경영에서 완전히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히며 선처를 호소한 바 있다.


하지만 약속을 번복하고 경영에 복귀, 오히려 ‘광폭 행보’에 나서는 것은 물론 잇단 권고사직과 강제 전보 등을 직접 지시했다는 논란에 휩싸이며 노조의 반발을 사고 있다.


특히 해당 보도는 이번 국세청 세무조사가 내부 고발자에 의해 시작됐을 가능성에 대해 언급했다. 이 회장의 경영 방식에 불만을 품은 전 임직원이 회사를 떠난 후 이 회장의 비리 사실을 폭로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특히 한 업계 관계자의 말을 인용, 이 회장의 자금을 관리하던 인물이 몇 달 전에 퇴사하면서 이 회장과 퇴직금을 두고 다투는 등 갈등을 빚었다는 점에 주목했다. 이에 해당 임직원이 이 회장에게 앙심을 품고 회사 내부의 비리 의혹을 제기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


관련업계는 피죤이 국세청 조사에서 비리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검찰 고발 역시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00년대 중후반 섬유유연제 시장에서 과반의 점유율을 차지하다 LG생활건강 등의 추격으로 20%까지 추락한 피죤 입장에서는, 결과에 따라 대규모의 과징금 등을 부과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부담감이 한층 높아질 수밖에 없게 됐다.


<스페셜경제>는 자세한 내용을 듣기 위해 피죤 측에 수차례 전화 문의했으나 결국 연락은 닿지 않았다.


경영 복귀 논란


피죤은 앞서 이윤재 회장의 경영 복귀로 논란을 빚은 바 있다.


지난 1월 피죤 노조는 이 회장이 지난해 9월 가석방으로 출소된 후 경영 복귀 의사를 간접적으로 피력했다고 주장했다. 당시 논란이 불거진 것은 이 회장이 2011년 당시 “후선으로 물러나겠다”고 말하며 선처를 호소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회장은 직원 대상 강연에서 “내가 몸이 허락하는 한 여러분을 돕겠다”고 말했는데, 공교롭게도 조원익 당시 사장은 같은 시기에 물러났다는 것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건강을 이유로 선처를 호소하다가 회사 경영에 또다시 관여하겠다는 뜻을 비친 것은 ‘비상식적’이라는 지적이다.


게다가 노조 측은 조 전 사장의 퇴진과 관련해 “회사 측에서는 건강상의 이유로 그만뒀다고 하지만, 결국 해고된 것”이라며 “최근 회사 내에서 불고 있는 권고사직, 강제전보 등이 모두 이 회장의 지시라는 말이 돌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피죤 측은 보도자료를 통해 “이 회장은 회사에 출근하지 않고, 간헐적으로 회사에 잠깐 들리는 것일 뿐, 모든 경영 의사결정과 결재는 이주연 부회장이 직접 하고 있다”고 해명한 바 있다.


청부 폭행 논란


이 회장을 둘러싼 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피죤을 단숨에 유명하게(?) 만들었던 청부 폭행 사건이 바로 그것.


지난 2011년 2월 피죤 사장에 취임한 이은욱 전 사장은 월 매출을 두 배 이상 끌어올렸지만 취임 4개월 만에 해고당했다. 이 전 사장은 이에 억울함을 호소하며 해고무효 소송을 냈다.


그러나 같은 해 10월 서울 삼성동 자택으로 귀가하던 이 전 사장은 괴한 3명에게 폭행을 당했다. 이 괴한들은 이윤재 회장이 보낸 사람들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검찰에 따르면 이 회장은 같은 해 8월 역삼동 피죤 본사 집무실에서 김모 본부장에게 “이은욱 전 사장과 김용호 전 상무에게 겁을 주든지 괴롭히든지 해서 (해고 관련)기사가 나오지 않도록 준비해서 해결하라”며 청부폭력을 지시했다.


게다가 이 전 사장의 폭행 사실이 대대적으로 보도되자 김 본부장을 통해 청부폭력배들에게 도피자금 명목으로 현금 1억5000만원을 전달한 혐의도 받았다. 결국 이윤재 회장은 징역 10개월의 실형을 선고 받았다. 당시 사주를 받았던 폭력배 일당 중 한명이 도주 중 자살하는 사건까지 발생했다.


회삿돈 횡령까지


청부폭행사건이 일어난 지 불과 일 년 후 피죤은 또 한 번 업계를 들썩이게 만들었다.


이 회장이 100억원대 회사 자금을 빼돌리거나 해외 법인 투자 등으로 사용한 사실이 검찰에 의해 적발된 것이다.


당시 이 회장은 2002년 1월부터 2009년 7월까지 납품업체 8곳과 계약을 체결하면서 실제 비용보다 부풀린 거래대금을 지급한 뒤 나중에 차액을 다시 돌려받는 수법으로 총 43억2400여만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또 2008년 10월21일~2011년 3월7일 기간 동안 임의로 회사 내부 자금을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한 뒤 허위로 회계처리하는 방식으로 피죤 법인자금 8억3000여만원을 횡령한 혐의도 함께 받았다.


아울러 이 회장은 중국 현지법인 공장 리모델링 공사비용을 부풀려 차액을 되돌려 받는 방법으로 회삿돈을 빼돌리고 중국 법인 직원의 임금을 피죤 회사자금으로 대신 지급한 혐의도 받았다.


당시 재판부는 “이 회장은 피죤 의사결정에 지배적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지위를 이용해 허위 회계처리로 회사 돈을 횡령, 개인용도로 사용하는 등 회사에 피해를 입혔다”며 “이로 인해 피죤의 재무구조가 악화됐다”고 판단했다.


한편 수년 간 지속된 논란으로 ‘투명성’ 확보에 주력해왔던 피죤으로서는 이번 세무조사 결과와 관계없이 또 한 번 이미지 추락을 우려해야 할 상황이 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피죤의 지금과 같은 오너일가의 막무가내식 경영으로는 회사 성장과 신뢰 회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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