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윤석열 대통령의 해외 순방 중에 한 저속적인 용어로 시끄럽다. 대통령은 대통령의 용어가 따로 있다는 것을 명심하지 못한 때문이다.

이 동안 국내에서도 저질 코미디 같은 일이 거대 야당의 최고위원들한테서 일어났다.

윤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의 장례식에서 문안을 가지 않았다는 것을 야당은 ‘외교 참사’로 몰아 세웠다.

민주당 최고 위원회의에서 정청래 위원이 돌연 서영교 최고 위원을 향해 퀴즈를 내면서 풀어보라고 한다.

“윤석열 대통령이 엘리자베스 여왕 빈소에 조문을 가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지 맞춰 보세요.

① 런던 현지 교통 사정 때문에

② 영국대사가 공석이라서 영국정부와 소통이 부재해서

③ 천공스승 가르침 때문에

④ 김건희 여사가 걷기 싫다고 해서.”

퀴즈를 듣고 난 서영교 최고 위원은 박장대소했다.

언론에 공개된 거대 야당의 수뇌부인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벌어진 희대의 코미디 한 장면이다.

현재의 민주당은 167석의 의석을 가진 입법부의 집권 세력이다. 당 최고 회의는 행정부로 말하면 국무회의와 같은 비중을 가지고 있고 최고회의 제2인자인 정청래 위원은 행정부의 제2인자인 국무총리와 비견할 수 있다.

이 어처구니없는 코미디 퀴즈를 푼 상대는 같은 최고위원인 서영교 위원이었다. 옆에서 빙그레 웃고 있는 사람은 욕설로 당의 제1인자인 이재명 대표다.

정청래 의원의 실언은 이번만이 아니다. 사찰의 입장료 문제로 ‘봉이 김선달’을 내세웠다가 불교계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다. 국회에서는 상임위원장 직을 내놓지 않고 최고위원직을 차지 한 것이 관례에 어긋난다는 비판도 받고 있다.

서영교 최고위원은 잘못된 통계 패널을 들고 나와 총리를 야단치다가 크게 망신당한 뒤였다.

서영교 의원이 지난 19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덕수 국무총리를 향해 “(국방부가) 군인 예산을 전투화 310억원, 팬티 5억원, 양말 4억 원을 삭감했다”며 “아이들이 청춘을 희생해 군대에 갔는데 옷도 신발도 제대로 못 신게 삭감을 해버렸다”고 주장했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최고위원 회의에서 “아이들이 청춘을 희생해 군대 가 있는 동안 옷도, 신발도 못 신게 예산 삭감을 하다니, 선배 장병이 제대하면 신발을 물려받는 시대가 올 수도 있겠다”고 거들었다.

그러나 서영교의 ‘통계판’은 가짜뉴스였다는 것이 뒤에 밝혀져 망신을 당했다. 성일종 국민의힘 정책위의장은 “민주당이 대정부질문에서 대국민 기만 쇼를 보였다”며 “서 의원님 공부 좀 하시고 대정부질문 하시길 바란다”며 “해당 품목은 단가 하락으로 감액 편성된 것이다. 우수한 공무원의 성실함이 묻어난 정상적 예산”이라고 했다.

입만 열면 민생을 앞세우는 야당 의원들의 최고회의가 이런 저질 코미디나 하고 있다는 것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한국은 지구촌의 선두그룹에 있는 선진국이다. 세계를 이끌고 가야 할 국가의 정치인들이 국민 수준을 못 따라가고 있으니 한심한 노릇이다. 작고한 이건희 삼성 회장이 “정치는 3류 코미디가 아니다”라고 할 것 같다.

한때는 대통령 부인의 별명을 부르지도 못했고, 대통령과 얼굴이 닮았다고 해서 TV에서 얼굴을 감추어야 했던 시절이 있었다.

지금은 대통령도 희화의 대상이 될 수도 있고 코미디의 소재도 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와 같은 저질 코미디는 제발 그만두었으면 좋겠다.

대통령도 “처음 해봐서”라는 변명은 그만두고 품격 있는 말을 빨리 몸에 배게 익혀야 할 것이다.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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