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상의, 307개사 실태조사...이자부담·투자지연 등

# 대구에서 자동차부품을 제조하는 A사는  "1 년 전부터 전기차부품 생산을 위해 설비투자를 하고 있는데 고금리 폭탄을 맞아 이자상환도 버거운 상황" 이라며 "상환 부담이 커져서 신규투자를 줄이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적용받는 금리가  6% 수준인데 신규대출에 대해서는  3% 이하 수준이 돼야 설비투자를 지속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 부산의 조선업체 B사는 "업종 특성상 차입 비중이 높아 저금리 정책자금을 활용하는데 자금수요에 비해 저금리 대출한도가 부족한 상황"이라며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은행에서 중견기업 대상 대출한도를 줄이는 등 자금조달 여건이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다"고 말했다.

(뉴시스 제공)
(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21일로 예정된 미 FOMC(연방공개시장위원회) 회의에서 추가 통화 긴축이 예상되는 가운데 고금리가 기업활동에 어려움을 주고 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회장 최태원)가 최근 국내 제조기업 307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최근 금리인상의 영향과 기업의 대응실태 조사'를 보면 응답기업의 61.2%가 "고금리로 실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답했다. '어려움이 매우 많다' 고 답한 기업도 26.7%에 달했으며 '어려움 없다'고 답한 기업은 12.7%에 불과했다.

기업들이 겪는 어려움은 '이자부담에 따른 자금사정 악화'(67.6%)가 가장 많았고, '설비투자 지연 및 축소'(29.3%), '소비위축에 따른 영업실적 부진'(20.7%)  등이 뒤를 이었다.

기업들이 현재 벌어들이는 영업이익과 지출되는 생산·운영비용의 수준을 고려했을 때 수익을 실현하기 위해 감내할 수 있는 기준금리 수준은 '2.91%'로 집계됐다. 3.00% 를 꼽은 기업이  41.7%로 가장 많았으나 현재 금리수준인  2.50% 를 꼽은 기업도  23.1% 에 달했다. 전체 응답결과의 가중평균값은 2.91%였다.

응답기업의 과반이 지난 1년여 간  2.0%포인트 오른 기준금리의 인상 속도가 빠르다고 느겼다. '다소 빠르다'(38.4%)와 '매우 빠르다'(19.2%)를 선택한 기업이 '다소 느리다'(4.6%), '매우 느리다'(1.3%)를 선택한 기업을 크게 상회했다.

기업들은 최근 금리인상 추세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 상반기까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한 기업이 38.8% 로 가장 많았다. '내년 연말'(17.6%) 과 '2024 년까지'(8.5%) 이어질 것을 전망한 기업도 적지 않았다.

고금리 피해가 현실화됨에도 불구하고 기업차원의 대응책을 마련한 기업은  20.2%에 불과했다. 특히 중소기업은 10 곳 중 1곳만이 '대응책을 마련 중' 이라고 답했다. 기업들이 마련 중인 대책은 '비용절감 등 비상경영체제 돌입', '고정금리로의 전환', '대출금 상환유예' 등이었다. 

최근 금리상황에 대해 금융당국에 바라는 지원책으로 기업들은 '고정금리 전환 지원'(34.9%) 을 가장 많이 꼽았고, '상환유예 연장'(23.5%), '금리 속도조절'(22.1%) 등이 그 뒤를 이었다.

김현수 대한상의 경제정책실장은 "물가와 환율 안정을 위해 선제적인 통화정책이 불가피하지만 그 결과가 기업의 부담이 되고 기업활동 위축으로 이어지는 딜레마 상황"이라며 "코로나 이후 사업재편, 신규사업 투자에 적극 나선 기업이나 신용도가 높지 않은 중소, 중견기업들이 체감하는 채무부담이 더욱 큰 만큼 건실한 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빠지지 않도록 고비용 경제상황 극복을 위한 지원방안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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