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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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민주당 대표가 6일 검찰소환에 나갈 것인지 아닌지가 야당 내의 큰 쟁점이 되었다. 의원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했다. 응해야 한다는 측은 “먼지 털다가 안 나오니까 엉뚱한 말꼬투리를 잡는다‘고 한 것이라고 하는가 하면 떳떳하게 나가서 ”꼬투리 잡지 말라고“고 호통치고 오면 된다는 측도 있었다. 대통령에 당선된 승자가 상대를 ”정치적 보복을 하기 위해“하는 행위니까 소환에 응하지 않고 버텨야 한다는 측도 있었다.

야당은 대통령에 당선된 정권이 패배한 상대를 몇달도 안 돼 형사사건으로 소환하는 일은 처음이라는 비판을 했다. 그러나 이 사건은 대선 투표 이전부터 입건되어 수사를 해오던 사건 여러건과 관련된 일이다. 이사건 외에도 이재명 대표는 또다른 여러 건의 수사 대상이 되어 있기 때문에 꼭 정치 보복이라고만은 할 수가 없다. 이 사건은 정치적 문제가 아니라 선거 부정으로 일어난 형사사건의 일종이다.

이재명 당 대표는 대선에 패배한 뒤 역대 다른 후보들과는 달리 대선 후의 일을 생각해서 인지는 모르지만 여러 겹의 방탄복을 마련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지방 자치단체장 선거 때, 정치적 고향인 경기도의 성남시를 버리고 인천의 국회의원에 출마한 것이라든지, 당내의 일부 반대를 무릅쓰고 당 대표에 출마해 당선된 것이라든지, 당 내규를 고쳐 기소되더라도 살아날 조항을 만든다든지 한 것은 모두 방탄복 마련의 의심을 받고 있다.

이번 3건의 ‘허위 사실공표’ 사건이 중요한 것은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기소되어 100만 원 이상의 벌금형 이상을 선고 받는다면 민주당이 선관위에서 보전 받은 대선 비용 434억여 원을 도로 내놔야 할 수도 있다는 암초가 기다리고 있다. 정당이 공천한 후보가 유죄가 확정되면 소속 정당이 보전 받은 선거 비용을 반환해야 한다는 조항 때문이다.

이 대표는 지난 대선 당시 47.83%를 득표해 선거 비용 431억7024만원과 기탁금 3억 원을 돌려받았다. 대선 후보는 유효 투표의 15% 이상을 득표하면 선거 비용을 보전 받는다.

선거법 265조의2는 낙선자의 경우 공직선거법에 규정된 죄로 당선무효에 해당하는 형이 확정되면 법에 따라 돌려받은 기탁금과 보전 받은 선거비용을 반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번 이재명 대표를 소환한 형사사건은 백현동·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과 관련한 허위사실공표 혐의로 1일 오전 서울중앙지검으로부터 “9월 6일 오전 10시까지 출석하라”는 소환 통보를 받은 것이다. 대선의 선거법 위반 사건 시효는 9일로 만료되기 때문에 시간이 임박해졌다. 검찰은 우선 지난해 10월 20일 민주당 대선 후보이던 이 대표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경기도 국정감사에 경기지사 자격으로 출석해 백현동 한국식품연구원 부지 용도변경 특혜 의혹에 대해

국토교통부가 ‘직무유기를 문제 삼겠다’고 협박해 어쩔 수 없이 (백현동 아파트 부지의) 용도변경을 해 줬다”고 말한 대목이다.

또 다른 한 건은 수사 중 극한적 선택을 한 대장동 개발 실무를 맡았던 고 김문기 성남도시개발공사 개발1처장을 '모른다'고 말한 일이 있다. 그러나 김 처장의 아들이 증거물을 들고 나와 반박한 일이 있다.

민주당의 한 최고위원은 김 대표를 소환한 사건을 두고 “전두환이 김대중 대통령을 잡아간 것”과 비유하고 나섰다.

민주당 최고위원 5명 중 친명계로 알려진 4명이 윤석열 정부를 맹렬히 공격했다.

그러나 아무리 보아도 이 사건은 ‘전쟁’이 아니다. 선거법 위반으로 흔히 있는 ‘허위사실’ 공표 혐의 수사 중의 하나일 뿐이다. 이재명 대표는 같은 종류의 사건으로 재판을 받다가 대법원에 가서 회생한 경험도 있다. 전쟁으로 생각할 것이 아니라 일상적인 검찰의 일에 국민으로서 당연히 협조해야 하는 의무의 하나일 뿐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따라서 정치적 사건으로 ‘전쟁’하지 말고 검찰 소환에 모범 국민답게 나가서 성실하게 조사를 받아야 할 것이다.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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