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규모 손실에 '기금 고갈론' 우려
첩첩산중, 김태현 호 난항 예상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뉴시스 제공)
김태현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김태현 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신임 국민연금공단 이사장으로 2일 취임했다. 김 신임 이사장은 관가에서 '증권 전문가'로 알려져 있다. 이같은 인사는 윤석열 정부가 국민연금 개혁을 국정 핵심 과제 중 하나로 설정한 데 따른 것이다.

하지만 취임 초부터 그의 앞에는 어려운 과제들이 산적해 있다. 국민연금은 올해 상반기 77조원의 투자 손실을 냈다. 국민연금의 투자 재원은 국민의 노후다. 급여 소득자에게 사실상 반강제적으로 보험료를 납입받는 국민연금은 사회보험의 일종이다. 노동 소득이 발생할 때 납입하고 은퇴하거나 유사시 연금을 받게 되는 형태다. 국민연금의 재원이 향후 고갈된다든지 혹은 투자손실을 봤다든지 등의 소식에 예민할 수 밖에 없다. 모든 지역 시민이 신임 이사장을 주시하고 있다는 얘기다.

2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연금공단은 이날 김 이사장의 취임식을 연다. 임명장은 오는 5일 나올 예정이다. 보건복지부는 1일 윤석열 대통령의 재가를 받아 김 이사장을 임명했다. 임기는 2025년 8월 31일까지 총 3년이다. 김 이사장은 1966년생으로, 기획재정부(전 재정경제부)에서 공직을 시작했다. 이후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국장, 금융서비스국장, 자본시장국장, 상임위원, 사무처장 등을 지냈다.

임명장의 잉크가 마르기도 전, 김 이사장의 고민은 대단히 클 것으로 보인다. 국민연금은 최근 대규모 투자 손실 결과를 발표했다. 기금운용본부는 지난달 30일 올해 상반기 국민연금기금 손실규모가 76조7000억원이라고 밝혔다. 역대 최저치인 8% 손실을 기록했다. 자산군별 수익률을 보면 ▲국내주식 -19.58% ▲해외주식 -12.59% ▲국내채권 -5.80% ▲해외채권 -1.55% 등이다. 대체투자 7.25% 수익을 제외하면 거의 모든 자산군에서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2000년대 들어 국민연금기금 연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것은 2008년(-0.21%)과 2018년(-0.89%) 두 차례나 된다. 국민연금공단은 "국민연금은 불확실성이 증대된 경제 상황이 장기투자자인 국민연금에게 회복기 도약의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위험관리와 투자기회 확보를 위해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보험료는 꾸준히 내는데 노후에 충분한 연금을 받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이다. 이른바 '기금 고갈론'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지난 1월 보고서를 내고 "현재의 국민연금 체계를 유지할 경우 2055년에 국민연금 수령 자격이 생기는 1990년생부터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하게 될 수 있다"고 밝혔다. 공적 연금 고갈 불안에도 민간 연금으로 넘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연명 사회복지학 중앙대 교수는 "(○○ 생명보험 등) 개인연금은 무엇보다 인플레이션에 대비하지 못한다"며 "물가가 20년 동안 매해 5%씩 올랐다고 가정했을 때 국민연금과 개인연금을 각 100만원씩 받으면 국민연금의 가치는 그대로(100만원) 유지되지만, 사적연금의 가치는 절반(50만원)으로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8000만원 이상 소득자의 개인연금 가입률은 50.1%인 반면, 2000만원 이하 소득자는 0.1%에 그쳤다. 국민 연금 개혁이 시급한 이유다. 공단 한 관계자는 "현재로써는 공식적으로 드릴 말씀이 없다"고 밝혔다.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확대가 원화 약세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국민연금이 해외 투자를 늘리면서 필요한 달러를 외환시장에서 현물로 사들여 대규모 환전 수요가 발생, 원화 약세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전체 기금 투자액 중 해외 주식, 채권, 대체투자(주식·채권 외 투자) 등을 합한 해외투자 비중은 올해 4월 말 기준 45.6%로 지난해 말 43.8%에서 1.8%포인트 상승했다. 지난해 말 1188.8원 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8월 9일 기준 1304.6원에 마감하는 등 지난해 말 대비 9.74% 절하 됐다. 

국민연금은 "원화 뿐 아니라 해외 주요국 통화도 미 달러화 대비 약세를 보이고 있고, 원·달러 현물환 일평균 거래 규모에서 기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1%대 수준에 불과하다"며 "기금을 원화 약세의 주요 원인으로 해석하는 것은 과도한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또 "분할 매수를 통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 일정 환율 이상에서는 일부 해외투자 금액에 전술적 환헤지를 실시하고 있다"며 "향후 환율 변동 가능성에도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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