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보험 한도 최대 100억으로 확대
원자재 수입도 100억으로 확대

부산항 전경(뉴시스 제공)
부산항 전경(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우리나라 무역 적자가 5개월 연속 이어지고 있다. 이는 14년여 만에 처음이다. 8월 수출이 7%가량 늘어났지만 수입은 28% 급증했다. 수출 실적에 경고등이 들어오자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원의 무역금융을 지원키로 했다. 또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600억원 규모의 특별 저리융자도 제공한다.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8월 수출입동향(잠정)'에 따르면, 수출은 지난해 같은 달보다 6.6% 늘어난 566억7천만달러, 수입은 28.2% 급증한 661억5천만달러로 집계됐다. 무역수지는 94억7천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무역수지는 1월 49억500만달러 적자를 낸 후 4월(-24억7700만달러), 5월(-16억달러), 6월(-24억8700만달러), 7월(-48억500만달러)에도 적자를 이어가고 있다. 8월까지 적자를 기록하며 14년 4개월 만에 5개월째 무역적자를 나타내고 있다.

15대 주요 품목 중 6개 품목 수출이 늘었지만 한국 수출의 약 20%를 이끌고 있는 반도체 수출액은 7.8% 감소했다. 2020년 6월(-0.03%) 이후 2년 2개월 만에 처음이다. 석유제품·자동차·이차전지 수출액이 역대 월간 기준 1위 기록을 경신했다.

수출이 증가했지만 수입이 더 큰 폭으로 늘어 무역적자를 견인했다. 원유·가스·석탄 등 에너지원과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하면서 28.2% 증가한 661억5000만달러를 기록, 역대 최대치를 찍었다. 특히 에너지 수입액은 1년 전(96억6000만 달러)보다 91.8% 늘어난 185억2000만 달러로, 수입 증가세를 주도하며 무역 적자 발생에 영향을 미쳤다. 산업부는 "에너지원, 반도체, 정밀화학원료 등 원부자재 수입이 증가해 역대 최대 수입액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래 무역수지가 사상 최악의 상황을 보이자 정부도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한 긴급 전략을 발표했다. 국내 수출기업 자금조달을 위해 무역보험 한도를 역대 최대 규모인 351조원까지 공급하고 중국과 산업·경제 협력을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전날인 31일 부산신항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주재 '제7차 비상경제민생회의'에서 이 같은 내용을 담은 '수출경쟁력 강화 전략'을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했다.

윤 대통령은 "최근 수출 물량은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지만 반도체 가격 하락 때문에 하반기 수출 실적 전망은 그리 밝지 못하다. 기업에 안정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기 위해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역대 최대 수준인 350조원까지 확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수출기업들이 자금 조달에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무역보험 체결 한도를 351조원까지 확대 공급한다. 기업별 보증 한도는 기존 중소·중견기업 50억원에서 중소기업 70억원, 중견기업 100억원으로 높인다. 당초 정부는 올해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며 무역금융 공급 규모를 261조원으로 발표했으나 지난 7월 301조원 이상으로 확대했다. 정부는 최근 무역수지 적자가 7월까지 누적 153억달러를 기록하자 규모를 50조원가량 더 키워 무역금융을 제공하기로 했다. 직전 최대 지원 규모인 작년(255조9000억원)과 비교하면 100조원 가까이 한도가 늘었다.

수입보험 적용 대상 품목과 한도는 오는 9~12월 한시적으로 확대해 수출기업들의 원자재 수입을 지원한다. 대상 품목은 현재 주요 자원·시설재·공장자동화 물품에서 제조기업에 한해 사치·소비재를 제외한 전체 품목으로 확대한다. 수입보험 한도도 중소·중견기업 50억원에서 중소기업 70억원, 중견기업 100억원으로 확대한다.

물류비 부담 완화를 위한 예산 90억원을 추가로 확보해 물류 바우처 등의 형태로 지원할 예정이다. 마케팅, 해외 인증 지원을 위한 예산 30억원도 추가 투입해 중소·중견기업의 해외 인증 획득 비용을 뒷받침한다. 한국무역협회는 경영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을 위해 금리 연 2~2.5%, 융자 기간 3년(2년 거치, 1년 분할 상환), 기업당 최대 3억원 한도의 특별 저리융자를 600억원 규모로 제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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