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북한의 비핵화는 한반도와 동북아, 그리고 전 세계의 지속 가능한 평화에 필수적인 것입니다. 저는 북한이 핵 개발을 중단하고 실질적인 비핵화로 전환한다면 그 단계에 맞춰 북한의 경제와 민생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담대한 구상을 지금 이 자리에서 제안합니다.

북한에 대한 대규모 식량 공급 프로그램, 발전과 송배전 인프라 지원, 국제 교역을 위한 항만과 공항의 현대화 프로젝트, 농업 생산성 제고를 위한 기술 지원 프로그램, 병원과 의료 인프라의 현대화 지원, 국제 투자 및 금융 지원 프로그램을 실시하겠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사 중 북한에 대한 부분이다. 한반도뿐 아니라 세계의 평화를 유지하는 가장 현실적인 방법을 제시했다. 북한 주민의 삶을 획기적으로 바꾸고 남북이 서로 총칼 겨누지 않고 평화롭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윤석열 정부가 북한이 순순히 응해올 것이라고는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그러나 아무리 생각해도 북한이 살아갈 길은 이와 같은 순서를 밟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을 누구나 ㄹ알 것이다. 미국도 윤 대통령의 ‘담대한 제안’에 대해 적극 찬성했다.

북한이 절대로 응할수 없는 자가당착을 이번에 단어 하나로 표현했다.

“핵은 우리의 국체(國體)다”라고 한 것이다.

국체란 국가 자체를 말하는 것이다. 영토와 국민, 주권을 통틀어 ‘국체’라고 할 수 있지 않은가. 윤 대통령의 제안을 ‘국체’와 바꿀 수 없다는 뜻이다.

북한이 핵(核)을 국체로 생각하는 것은 김정은 시대에 생긴 것이 아니다. 김일성부터 핵을 탐내어 왔다.

1950-1960년대 미국과 소련은 핵에너지의 평화적 이용이라는 명목 하에 우호국들에 대한 정치적 호혜로서 핵기술을 경쟁적으로 전파하였다. 북한 역시 소련으로부터 핵기술 지원을 받는 국가 중 하나였으며 두브나에 세워진 핵연합연구소의 창립 멤버로서 원자력 기술 습득에 힘을 기울여 왔다. 그러나 소련의 비협조로 진전이 없다가 김정일, 김정은이 대를 이으면서 적극적으로 김일성의 뜻을 이어나갔다. 마치 정권 존립의 목적이 핵에 있는 것처럼 전력을 기울였다.

노태우 정부 시절 남북 유엔 동시가입을 위해서 핵을 거두는 것 같은 시늉을 잠깐 했으나 그것은 위장 전술 일뿐 이었다.

문재인 정권 때도 속셈을 숨기고 마치 뭔가 협조할 것처럼 속여 왔다. 트림프도 그 위장 전술에 처음에는 속아 넘어 갔다.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은 조선중앙통신 등에서 발표한 담화에서 윤 대통령을 직함 없이 이름으로 부르면서, 원색적인 표현의 ‘막말’을 하기도 했다.

김여정은 “남조선 당국의 대북정책을 평하기에 앞서 우리는 윤석열 그 인간 자체가 싫다”고 적개심을 보였다. “정녕 ‘대통령’으로 당선시킬 인물이 저 윤 아무개밖에 없었는가”라고도 했다. ‘담대한 구상’에 대해서는 “실현과 동떨어진 어리석음의 극치”, “넘치게 보여준 무식함”, “하나마나한 헛소리” 등으로 매도했다

대통령실은 김여정 담화에 대해 “북한이 대통령 실명을 거론하며 무례한 언사를 이어가고 우리의 ‘담대한 구상’을 왜곡하면서 핵개발 의사를 지속 표명한 데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권영세 통일부 장관은 “북한의 이런 태도는 예상 가능한 범위에 있었던 만큼 남북관계에 있어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북한을 설득하고, 한편으로 필요하다면 압박하고 해서 대화로 유도할 생각”이라고 했다.

북한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을 77년 동안 우리는 보아왔다. 김여정이 북한은 핵을 버리지 못하는 이유를 이번에 분명히 언급했다. 북한 정권이 있는 한 핵 포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담대한 제안”보다 더 담대한 제안이 필요하다.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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