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필자가 고등학교 다닐 때는 학도호국단(學徒護國團)이라는 제도가 있었다. 학교마다 배속장교로 불리는 육군 장교가 배치되어 학생들의 군사훈련을 담당했다. 3년 내내 정식 학과로 실시했기 때문에 점수를 인정받지 못하면 졸업을 할 수가 없었다.

훈련은 제식 훈련에서부터 소총, 대검, 수류탄 훈련까지 흉내를 냈다. 그러나 나라에 소총이 없어 나무를 깎아 만든 모의 엠원(M1) 소총을 들고 하는 훈련이 고작이었다. 당시는 국산 총을 만들 기술이 없었기 때문에 2차 대전의 주 무기였던 엠원과 일본군이 사용하던 38식 같은 구식 개인무기와 모양을 같게 만든 목총을 사용했다.

60여 년이 흐른 지금은 초음속 전투기까지 개발하여 수출을 목전에 두고 있다.

지난 달 폴란드 국방부는 우리나라의 K2 전차, K9 자주포, FA-50 경전투기 등 우리나라 무기 3종을 대량 구입한다는 기본 계약서에 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전차 980대, 자주포 670문, 전투기 48대가 1차로 서명한 목록이다. 1차로 계약한 총 액수는 10억 원대에 이른다. 이뿐 아니라 장차 25조 8,000억 원대가 될 것이란 전망이다. 여기에 부수적으로 따라가는 장비와 탄약, 지원 차량, 기타 비품 등을 포함하면 총 40조원 이상의 규모가 될 것으로 보인다.

세계 무기 생산국들은 이번 폴란드 무기 수출을 눈여겨보고 있다. 어느 나라보다 단가가 싸다는 것을 한국 무기의 장점으로 꼽았다. 그러나 실은 성능의 우수성과 신속한 공급 능력이 수출을 성사시키게 한 것이다. 이번 폴란드에 수출되는 무기 중의 일부는 폴란드에서 현지 생산된다는 장점도 있다.

폴란드 무기 수출이 앞으로도 원만하게 이루어지려면 러시아의 반발을 잘 극복해야 한다. 폴란드가 한국 무기를 대량 구입하는 것은 러시아에 대비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이다.

폴란드에 수출되는 3종의 무기 중에서 가장 의미가 있는 것이 전투기이다. 한국은 FA-50보다 진전된 초음속 전투기 KF-21의 시험 비행에 이미 성공하여 앞으로 가장 중요한 수출 무기가 될 수 있다.

한국 무기 생산의 주요 제조업체는 현대로템, 한화디펜스,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등인데 이중에서도 KAI는 우주 개척에도 큰 기대를 모으고 있다.

‘우리나라 방산 수출 급증 추세는 해외 전문 기관이나 언론에서도 확인하고 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이 세계 무기수출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지난 2012~2016년 1%에서 2017~2021년에는 2.8%로 늘었다. 이는 세계 8위에 해당한다. 1위는 미국 39%이고, 2위는 러시아 19%, 3~7위는 프랑스, 중국, 독일, 이탈리아, 영국 등이다. 특히 한국은 2012년~2016년에 비교해 177%나 늘었다. 상위권 국가 중 압도적인 최고 수준이다.’(조선일보)

일본의 요미우리신문은 “한국이 세계 방산 시장에서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이 장기화하는 가운데 한국의 정부와 민간 기업이 하나로 뭉쳐 나토(NATO) 회원국의 무기 수주에 힘을 쏟고 있다”고 보도했다.

폴란드뿐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호주, 이집트 등도 각국 무기의 수출 대상이지만, 말레이시아, 노르웨이 등도 유망한 수출 대상국이다.

시험 비행에 성공한 보라매 KF-21이 양산 상태에 들어가면 한국의 방산 수출은 한 단계 격상 될 전망이다. 초음속 전투기를 비롯해 누리호등 발사체 개발, 달 탐사 위성인 다누리호 성공 등은 한국 항공우주 산업의 밝은 장래를 예고하고 있다.

목총(木銃)에서 시작된 한국의 방산 기술은 무기를 넘어서서 이제 우주로 향하고 있다. 누리호나 다누리호로 세계 7번째 우주 개척국 대열에 들어선 대한민국은 이제 기술의 선도국으로 우뚝 설 날이 멀지 않았다. 현재의 경제 난국을 헤쳐 나가는데 우주 개척만한 확실한 미래가 더 있겠는가.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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