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
석유류 35.1% 올라 두드러진 상승세
이창용 "예상대로라면 이달 베이비 스텝"

물가부담이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뉴시스 제공)
시중 한 마트.(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지날달 소비자물가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오르며 외환 위기 이후 23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6월에도 6.0% 오르며 2개월 연속 6%대를 기록하고 있다.

통계청이 2일 발표한 '2022년 7월 소비자물가동향' 보면 소비자물가지수는 108.74(2020=100)로 전월대비 0.5% 상승했다. 전월보다 전기·가스·수도는 하락했지만 서비스, 농축수산물, 공업제품이 상승해 전체 0.5% 상승했다.  지난해 동월을 비교하면 공업제품, 서비스, 농축수산물, 전기·가스·수도가 모두 상승하여 전체 6.3% 상승했다. 

품목별로 보면 상품이 1년 전보다 9.0% 올랐다. 공업제품 물가는 8.9% 상승했는데 석유류가 35.1% 올라 가장 높은 상승세를 보였다. 세부적으로는 경유(47.0%), 휘발유(25.5%), 등유(80.0%), 자동차용LPG(21.4)등이 큰 폭으로 상승했다. 농산물은 채소류가 25.9% 올랐다. 배추(72.7%), 오이(73.0%), 상추(63.1%), 파(48.5%), 시금치(70.6%) 등이 크게 올랐다. 전기·가스 요금 등은 15.7% 올랐다. 전기료(18.2%), 도시가스(18.3%), 지역난방비(12.5%)가 두드러진 상승률을 나타냈다.

서비스 물가는 4.0% 올랐다. 개인서비스는 6.0% 오르며 1998년 4월(6.6%)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했다. 외식 부문이 8.4%가 올랐다. 특히 생선회(10.7%)와 치킨(11.4%) 등 외식 물가가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어운선 통계청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석유류 등 공업제품과 외식 등 개인서비스 가격이 높은 오름세를 지속했다. 채소 등 농·축·수산물과 전기·가스·수도 요금도 오름세가 확대됐다. 다만 석유류와 돼지고기 등 축산물 가격이 전월 대비 하락 전환하면서 상승세가 전월에 비해 조금 둔화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고공 행진하는 소비자물가가 한국은행(한은) 기준금리 인상의 명분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전날인 1일 기획재정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한 이창용 한은 총재는 '물가상승이 계속 이어질 경우 추가로 빅스텝을 밟을 가능성이 있느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면서도 "예상했던 물가 기조에서 벗어나면 정책의 폭과 크기는 데이터를 보고 결정해야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 총재는 "7월달에 생각하는 물가상승의 경로는 해외 요인의 큰 변동이 없다면 6%를 좀 넘어서 2~3개월 지속된 후 조금씩 안정되는 모습을 보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며 "그 예상대로라면 다시 50bp(1bp=0.01%포인트)를 올리지 않고 25bp씩 조금씩 올려서 물가상승세를 완화시키는 것이 바람직한 정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금리인상은 불가피하지만 '빅 스텝'보다는 '베이비 스텝'에 무게가 실릴 것으로 보인다.

한은은 지난달 13일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를 열고 사상 처음으로 빅스텝을 단행해 기준금리를 2.25%로 올렸다. 하지만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가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으며 금리 범위는 2.25~2.50%로 인상됐다. 우리나라 기준금리(연 2.25%) 보다 상단 기준 0.25%포인트 높아져 한미 금리는 역전된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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