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둘만 낳아 잘 기르자.”

“덮어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을 못 면한다.”

1970년대에 국가가 내세운 출산 억제 구호였다. 보건 기관에서는 전국 직장마다 ‘산아제한’ 강사를 내보내 피임 기술에 대해 강의를 했다. ‘오끼노 식’이니, ‘루프’ 삽입이니 하는 새로운 단어도 유행했다. 이 강연에서는 산아 제한보다 사랑의 기술이 더 인기를 끌었다. 예비군 훈련 장에서는 훈련 대신 정관수술을 해 주기도 했다.

불과 30년을 못가고 이번에는 인구 감소 억제에 국력을 쏟아야 할 지경에 이르렀다. 2021년의 한국 인구는 마침내 줄어들기 시작했다. 이른바 ‘인구 붕괴’라는 무시무시한 재앙이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이 쪼그라들기 시작했다. 2019년 말부터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보다 더 많은 ‘인구 데드크로스’ 현상이 시작되었지만, 총인구가 마이너스 성장으로 전환한 것은 2021년이 처음이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1년 인구주택조사 결과에 다르면 2021년 11월 1일 기준 총인구는 5천173만 8천 명으로 1년 전보다 9만1,000명(0.2%)이 줄었다.’(조선일보)

우리나라의 인구 증감을 살펴보면 1960년 3.0% 증가를 보인 이후 증가세가 줄어들기 시작하여 1995년부터 1% 미만으로 떨어졌다. 그뿐 아니라 내국인 수는 내년이면 5천만 명 선이 깨진다는 전망이다.

인구 감소와는 반대로 65세 이상의 고령층 증가율은 늘어나 이번 통계에서는 41만9천 명이 늘어 8백70만을 훌쩍 넘어섰다. 고령화가 가파르게 이루어져 간다.

인류가 오랫동안 인구 증가에 대해 걱정해 왔지만 감소에 대해 신경을 쓴 역사는 짧다.

영국의 경제학자 맬서스(Malthus)는 유명한 저서 ‘인구론’(An Essay on the Principle of Population 1798)에서 ‘인구는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데 식량은 산술적으로 늘어나 장차 큰 재앙이 닥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이론은 상당 기간 지지를 받았다. 그는 지구촌의 인구 정책으로 비도덕적 주장도 내놓았다.

“빈민들에게 청결을 강조하는 대신 불결에 익숙하도록 선전해야 한다. 도시의 거리들은 더욱 비좁아져야 하며, 보다 작은 집에 보다 많은 사람이 거주하도록 하여 전염병이 창궐하도록 유도해야 한다. 시골의 경우 썩은 물웅덩이 근처에 마을을 짓고 특히 건강에 유해한 습지대에 정착지를 건설하도록 장려해야 한다.”

여기에 대해 반론도 꾸준히 제기되었다. “개인적인 불행은 다소 경감 시켰는지는 모르지만 대신 해악을 훨씬 더 넓은 범위로 확산시켰다”고 보았다. 가난한 사람들에게 열악한 환경을 만들어 출산할 마음을 갖지 못하게 하자는 것이었다.

그러나 맬더스의 실수는 얼마가지 않아 증명되었다. 그는 인구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는 것은 맞지만 식량 생산 또한 기술의 발달로 그 이상 생산된다는 것을 몰랐던 것이다.

그러나 이제는 맬서스 보다는 차원이 다른 걱정을 하게 되었다.

저출산에 고령화의 급속한 증가로 인구 위기는 재정 위기뿐 아니라 국가 경영에 중대한 위기가 올 것이라는 전망이다. 세금을 내는 인구가 줄고 세금을 쓰는 고령층이 늘면 생산 인구의 부담이 엄청나게 늘어나게 된다. 고령화는 OECD국가 중 한국이 가장 높아질 것으로 통계청은 전망했다. 2027년이면 일하는 사람 3명이 노인 1명씩을 책임져야 하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고령화의 속도는 세계서 가장 빨라 일본을 앞질렀다.

집값이 미친 듯이 올라 신혼집 마련하기란 ‘영끌’을 아무리 해도 어림없고, 일자리는 하늘의 별따기이고, 공교육 실패로 사교육비가 하늘로 치솟는 사회에서 결혼해서 아기 낳고 싶겠는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생활환경을 개선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2030 세대가 결혼 할 마음이 생겨야 한다는 것이다. 가난하던 시절 부엌도 없는 남의 집 문간 셋방에 살아도 청춘은 즐거운 시대가 있었다. 젠더 갈등으로 MZ세대가 서로 눈을 흘기고 있는데 사랑하고 결혼할 마음이 싹트겠는가. 결혼은 국민 정서의 문제라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우리 이제 결혼합시다’라는 캠페인이라도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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