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소설가.
언론인, 소설가.

인간에게 생명보다 더 귀중한 것이 있겠는가.

필자는 꼭 60년 전인 1962년 7월 ‘국가변란’이라는 죄명으로 군사정부의 계엄군법회의에 회부된 일이 있었다. 당시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군사정권이 급조해서 만든 ‘특별범죄 처벌에 관한 임시조치법’위반이란 것이었다. 필자가 20대 초반 일간 신문의 기자로 근무할 때 쓴 기사에 대해 ‘국가를 변란 할 목적으로 허위 사실을 유포했다’는 프레임을 씌운 소위 ‘사지폐(私紙幣)필화 사건’이었다.

필자는 형무소(지금의 교도소)에 수감되어 군사재판을 받고 있었다. 낮에는 30분씩 감방 밖으로 나와 세수와 운동을 할 수 있었다. 어느날 운동장에서 햇볕을 쬐고 있던 감방장이 돌연 높은 담 넘어 뾰족하게 솟은 지붕 하나를 가리키며 물었다.

“이 기자, 저 지붕 밑에 뭐가 있는지 알아?”

감방장은 사형 구형 받고 재판을 기다리고 있는 누범자로 형무소 내부 사정을 자기 집처럼 훤하게 알고 있었다.

“뭐하는 곳인데요?”

“넥타이 공장이야.”

“수형자들이 넥타이도 만들어요?”

“바보, 이거야, 이거 큭!”

그는 손으로 목을 긋는 시늉을 해보였다. 그제야 나는 그곳이 교수형을 집행하는 특별한 장소라는 것을 알았다.

필자는 계엄법에 의해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 한다’는 조항에 따라 사형을 구형 받을 것이라고 군법무관이 으름장을 놓고 있는 상태였다. 곧 목숨이 빼앗길 입장에 있는 사람은 어떤 마음일까. 너무나 끔찍한 일이었다.

지금 헌재에서는 사형제도의 존폐에 대해 헌정사상 3번째 재판이 진행되고 있다. 합헌을 주장하는 판사들은 사회악의 영구적인 제거가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반대로 폐지를 주장하는 측은 사형제도의 존속이 범죄 억제에 효과가 있다는 증거는 불확실하다고 주장한다.

우연히도 문재인 청와대 정부가 2019년에 북쪽으로 강제 송환한 탈북 어민 두 명의 문제가 다시 불거져 세상을 시끄럽게 하고 있다.

통일부에서 사건 당시에는 숨겨두었던 판문점 북송 장면 사진 10장을 공개하여 전 국민에게 충격을 주었다.

탈북 어부들은 눈이 가려진 채 포승줄로 꽁꽁 묶여 어디로 가는지 모르고 판문점까지 끌려 와 판문점에 도착한 뒤에야 강제 북송 당한다는 사실을 알고 가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몸부림을 치면서 저항하는 모습이 생생하게 전달되는 사진이었다. 머리를 땅에 박으며 끌려가지 않으려고 버텼다고 한다. 북으로 돌아가면 목숨을 부지할 수 없다는 것을 보내는 사람들이나 가는 사람들 모두 알고 있다. 이 충격적인 사진이 전 세계에 알려지면서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이 쏟아졌다.

“북한 어민의 북송 과정에 대한 진상 규명이 중요하다.”(유엔 인권 최고대표사무소)

“한국이 반국가 단체에서 도망한 사람을 본인 의사에 반해 돌려보낸 것은 심판 받아야 한다.”(남북 일본인구출 전국 협의회 쓰토무 회장)

“문 정부는 국제의무를 저버리고 한국 헌법도 위반...조작 정황 드러나.”(수잰 솔티 북한 자유연합 대표)

“한국이 국제인권법 위반한 교과서적 사례.”(휴먼라이츠위치 로버트슨 부국장)

“판문점에선 안대, 포승줄 등은 안 된다.”(유엔사)

미국 연방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동의장인 스미스 공화당 하원 의원은 “나는 충격을 받고 경악했으며 누가 이런 명령을 내렸고 왜 그랬는지를 판단할 철저한 조사가 필요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국내외의 인권운동가들은 1987년에 발효된 ‘고문 받을 위험이 있다고 믿을 만한 상당한 근거가 있는 나라’로의 송환을 금지한 국제 협약을 위반했다고 지적한다.

한국은 1995년 이 협약에 가입한 국가이고 법을 지킬 의무가 있다.

국민들이 예상한 대로 북쪽으로 송환된 탈북 어민 두 명은 ‘조국을 배반한 자, 중대범죄자’로 처형되었다고 전해진다. 결국은 북쪽이 탈북민을 막는 구실을 우리 정부가 만들어준 셈이다. 북한에서 탈북을 시도한 사람이나, 이미 태국 등 다른 곳에 나와 있는 사람들도 이 뉴스를 들으며 가슴이 서늘해지지 않았겠는가.

판문점에서 죽음의 땅으로 끌려가는 두 어부 두 사람의 처절한 저항을 보며 가슴 아파 하지 않을 사람이 있겠는가.

필자는 60년 전의 ‘생명박탈’ 위협을 다시 떠올리며 몸서리를 치지 않을 수 없었다.

누가 이런 악행을 저질렀는지 반드시 규명해야 한다.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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