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컬럼니스트.
언론인,컬럼니스트.

지난 7월 13일 (수요일) 일부 조간 1면에 실린 사진 한 장은 국내외에 충격을 주기에 충분했다. 그렇지 않아도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의 진상을 둘러싸고 국론이 날카롭게 대립한 상황에서 ‘귀순 어민’을 ‘강제 북송’하는 장면이 공개되자 이번에는 문재인 정부 5년간의 인권과 대북정책 당위성을 둘러싼 국제적인 비판이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전 정권의 민감한 문제를 파헤치는 정치보복이라는 논리로 맞서고 있다. 그러나 사안의 중대성과 민감성을 생각할 때 이러한 논리와 프레임이 과연 국민과 역사 앞에 설득력과 정당성이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20년 집권론이 겨우 5년 만에 막을 내린 충격이 크다 하더라도 적어도 입법부의 절대다수를 확보한 정당이 앞세울 논리는 아니다. 대범하고 솔직하게, 잘못된 것은 잘못되었다고 시인하고 사과하는 것이 우선이다. 그렇지 않으면 적어도 더불어민주당이나 문 정부 핵심 인사들은 국민을 상대로 정치를 하는 것이 아니라 반대당을 상대로 하는, 당리당략 중심의 정치를 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사건과 연관하여 문재인 전 대통령과 박지원 전 국가정보원 원장의 ‘발언’은 ‘책임 있는 당사자’라는 점에서 상당한 무게감을 느끼게 한다. ‘책임 있는 당사자’로 본 것은 대통령과 국가정보원장은 본인 의사나 행동과 관계없이 무한책임을 져야 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 사람의 ‘발언’을 분석해 보면 과연 역임한 자리에 걸맞는 책임의식이 있는지 의문이 남는다. 오히려 자기 합리화에 방점이 찍힌 것으로 읽힌다.

‘월북’ ‘북송’은 정쟁대상 아니다

진상 해명에 당당하게 나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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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정학의 힘’ 소개 SNS 부적절

재임중 일어난 일 명쾌한 설명을

현재 정계는 말할 것도 없고 이 나라 지도층 가운데 박지원 전 원장만큼 말솜씨가 뛰어난 사람도 드물다. 노무현 정부 출범과 같이하여 북한송금 문제 수사가 시작되자 중심인물인 박지원씨(DJ 비서실장 출신)는 김수영 시인의 ‘풀과 바람’을 패러디하여 ‘바람이 불기도 전에 풀이 눞는다’는 말로 입장을 밝히는 재치를 과시했다. 이번에도 출국 금지 조치에 반발하면서 ‘검찰의 보여주기식 뒷북치기’라면서 검찰총장 출신의 윤석열 대통령을 겨냥하는 순발력을 보였다. 그러나 이번에는 수사학의 함정에 빠져 자신의 ‘잘못’을 자백한 것과 다르지 않음을 느끼게 한다. 수사는, 검찰이 아니라 경찰이라 하더라도 항상 뒷북을 치는 작업임을 깜빡한 것으로 읽힌다. 박 전 원장이 피살 공무원 사건과 관련하여 국정원 직원이 생산한 첩보 보고서를 무단삭제한 혐의로 고발되지 않았다면 출국 금지를 할 필요도 없다 이미 ‘어부 강제 북송’과 관련하여 서훈 전 국정원장과 ‘어민들이 죽더라도 조국(북한)에 간다고 했다’고 국회서 답변했던 김연철 당시 통일원 장관도 ‘급작스럽게’ 출국한 점을 상기할 때 검찰이 박 전 원장에 대한 출금이 반드시 ‘코미디’로 볼 근거가 없다.

그러나 보다 주목할 것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SNS를 통해 ‘지정학의 힘’이라는 책을 소개하면서 현 정부 인사들에게도 일독을 권하고 싶다고 밝힌 대목이다. 문 전 대통령은 ‘한반도의 지정학을 더 이상 덫이 아니라 힘으로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하고 있다. 이상론으로는 덧붙일 말이 없을 정도의 정론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문 대통령이 평양에 갔을 때 ‘남쪽 대통령’이라고 스스로 낮추어 방문록에 서명한 적이 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서해 공무원 피살사건과 어민 강제 북송을 ‘지정학의 힘’으로 설명, 또는 해명하겠다고 나선 것이라면 다시 한번 국민과 역사, 그리고 인권이라는 국제 공통의 가치를 폄훼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지금 우리가 궁금한 것은 문재인 정권 5년이 국민과 우리 역사에게 무엇이었던가 이다. 아무리 손으로 가린다고 하더라도 하늘은 항상 거기에 있음을 알아야 한다. 모든 정치인들은.

이원두

언론인, 칼럼니스트, 전 파이낸셜뉴스 주필,전 헤럴드 경제 수석논설위원, 전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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