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컬럼니스트. 
언론인, 컬럼니스트. 

윤석열 대통령의 나토 정상회담 참석은 ‘역사적 사건’이다. 지난 5년간 두드러지게 훼손된, 또는 저평가된 ‘미국과의 혈맹 회복’의 전기를 마련한 것도 가볍게 평가할 수 없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야기된 세계질서 재편기에 윤 정부가 서방을 선택한, 일테면 줄을 잘 선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가 ‘비현실적인’ 남북평화협정에 집착한 나머지 미국과의 관계가 소원해진 대신 중국 중심 노선을 걸어온 것과도 크게 비교가 된다. 문 정부의 이러한 노선 변화는 시진핑 주석의 ‘한국은 역사적으로 중국의 속국’이라는 왜곡된 인식으로 부메랑이 된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나토가 이번 정상회담에 한국과 일본을 초청한 자체가 ‘미국 1극 중심’의 세계질서에 변혁을 알리는 신호탄이다. 미국의 지도력 조락(凋落)이 시작된 것은 오바마 정부가 2013년 ‘세계의 경찰 역할’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점을 공개 선언한 이후부터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지난 4월 7일 유엔의 러시아 규탄 결의안 표결에서 찬성이 93인데 반해 반대 기권 무투표가 무려 1백 개국, 미국의 참패로 끝났다. 따라서 바이든 정부가 나토 정상회담에 태평양 국가 (한국과 일본)를 초청한 것은 추락한 위상을 되찾기 위한 새로운 도전이라고 봐야 한다.

러시아 퇴조로 중국 비중 커졌으나

한⁃미⁃EU가 세계 GDP의 60%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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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의 반도체등 세일은 미래 포석

방산 중심, 동남아지역 영향력 확대를

중국은 2000년의 마늘 파동을 시작으로 사드 문제, 관광업과 대중문화를 둘러싼 한한령, 서해 불법어로에 이르기까지 기회 있을 적마다 한국을 일방적으로 압박했다. 그때마다 역대 정부는 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중국에 굴복한 것은 거대한 시장 위력에 눌린 탓이다. 일테면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굴종은 참아야 한다는, ‘정무적 판단’에 따른 것이다. 이로 인해 문재인 정부는 집중적으로 공을 들인 대북정책까지 중국 눈치를 본 감이 없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 나토 정상회담 참석을 계기로 이러한 ‘정책적 약자’입장에서 탈피하는 결단을 내린 것이다. 일부에서는 이념적 입장에서 여전히 중국의 위력을 상기시키면서 윤 정부를 비난하지만 이는 시대변화를 읽지 못한 ‘우물 안 시각’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 세계는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서방과 러시아 중국 진영, 그리고 중립 국가군으로 갈린 이른바 3극 체제의 경제 냉전 시대로 접어들었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한국을 포함한 서방 그룹의 국내총생산(GDP) 합계가 세계 GDP의 60%를 넘는다는 사실이다. 영국 이코노미스트 지에 따르면 인구는 서방이 36%, 러시아 중국 진영과 인도 등 중립진영이 각각 32%를 차지한다. 인구 비중은 비슷해도 경제력은 비교가 안 된다. 따라서 경제적으로, 또 현실적으로 어느 쪽을 선택해야 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며 윤석열 대통령 역시 서야 할 줄을 정확하게 선택한 것이다.

특히 윤 대통령이 반도체, 원전, 방산 등 3분야를 집중 세일한 점도 ‘앞을 내다본 선택’으로 평가받아 마땅하다. 이 세분야는 우리뿐만 아니라 선진 각국이 전략 분야로 집중 육성하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2050년까지 탄소제로 달성을 위해 원전 투자를 지금의 3배로 대폭 늘려야 한다는 분석보고서를 발표했다, 반도체는 여전히 간국의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전략 분야이며 방산 역시 앞날이 밝다. 특히 러시아가 베트남 인도네시아 동남아 여러 나라가 서방으로 기운다면 이미 수출한 무기의 부품공급을 중단하겠다고 협박할 정도로 방산은 위력적이다.

이처럼 경제 중심 냉전이 심화되는 환경에서 선택지는 오직 하나, 기술력 강화이며 그 중심은 중국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연합(EU)임은 누구도 부인하지 못한다. 따라서 이번 나토 정상회담에 참석, 반도체 원전 방산 세일즈에 앞장선 윤 대통령의 선택은 속된 말로 ‘줄을 잘섰다’이다. 문제는 대통령의 세일즈 효과를 어떻게 극대화할 것인가이다. 민관의 실무적인 노력이 주목을 받는 이유다.

이원두

언론인, 칼럼니스트, 전 파이낸셜뉴스 주필,전 헤럴드 경제 수석논설위원, 전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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