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발언
금융권 "경기침체 가능성 높다"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뉴시스 제공)
제롬 파월 연방준비제도 의장.(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 의장이 고강도 통화 완화 축소로 미국 경제가 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공식석상에서 말했다. 그간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세를 꺾기 위해 금리 인상을 멈추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밝혀 왔다. 하지만 커지는 불확실성에 결국 경기 침체 가능성을 인정했다. 치솟는 물가를 잡으면서도 경기 침체를 피하는 이른바 '연착륙'의 달성이 어려워 졌다고 표현했다.

파월 의장은 22일(현지시간) 미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이같이 밝혔다. 최근 급격한 금리인상으로 유발된 경기 침체 가능성과 관련해 "우리가 의도한 결과는 아니지만, 확실히 가능성이 있다"며 "우리는 경기 침체를 일으키려고 하지 않으며 경기 침체를 일으킬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지만, 인플레이션을 낮추는 것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밝혔다. 연준은 지난 14~15일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다"라며 직접적으로 물가를 언급했다. 연준은 지난 3월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린데 이어 5월 회의에서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을 밟으며 급격한 물가 상승 추세에 대응해왔다.

파월 의장은 "연착륙은 우리의 목표다. 이것은 매우 도전적인 일이 될 것"이라며 "전쟁, 원자재 가격, 기타 공급망 문제들로 지난 몇 달간 (연착륙 달성이) 더욱 어려워졌다"고 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 같은 파월 의장의 발언은 올 들어 그가 가장 노골적으로 경기 침체를 경고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연준은 오는 7월에도 빅스텝 또는 자이언트스텝 시행을 예고해 놓은 상태다. 연준 위원들은 올해 말 기준금리가 3.4%(중간값)까지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올해 남은 네 차례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금리를 1.75%포인트 더 올려야 한다.

월가에서는 연준의 이 같은 가파른 금리 인상이 경기 침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이날 열린 청문회에서도 연준에 대한 비판이 나왔다. 물가는 잡지 못하고 경기 침체만 유발하고 있다는 주장이었다. 공화당의 존 케네디 상원의원은 파월 의장에게 "당신은 미국에서, 아마도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라며 "우리 시민들은 인플레이션에 탈탈 털리고 있다"고 말했다.

FOMC에서 투표권이 있는 패트릭 하커 필라델피아 연방준비은행(연은) 총재는 야후파이낸스와의 인터뷰에서 "우리는 몇 분기 동안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하게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찰스 에번스 시카고 연은 총재도 한 행사에서 "연준은 분명히 수요를 줄일 때 위험을 감수하고 있다"며 "우리가 어마어마한 정확성으로 이런 일을 미세 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사실 우리는 그런 능력을 갖추고 있지 않다"고 했다.

크리스티안 제빙 도이체방크 최고경영자(CEO)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세계적으로 경기 침체가 발생할 확률은 최소 50%"라며 "미국과 유럽에서 내년 하반기에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이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높아졌다"고 주장했다. 씨티그룹 분석가들도 "침체 확률이 50%에 육박한다"고 전했다. 연준 소속인 마이클 카일리 수석경제학자마저도 전날 보고서를 통해 "향후 1년 내에 미국이 경기 침체에 빠질 확률이 50%이며, 2년 내 경기 침체가 발생할 가능성은 약 66%"라고 밝혔다.하지만 파월 의장은 물가 상승세가 꺽이고 있다는 시그널을 확인하지 못했다며 강력한 통화 긴축을 예고했다. 그는 "우리는 인플레이션이 하락하고 있다는 설득력 있는 증거를 찾고 있지만, 현재 그러한 증거가 없다. 우리는 물가가 잡히는 것을 볼 때까지 계속 움직일 것이다. 연준은 물가를 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향후 긴축 속도는 경제 전망 및 데이터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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