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문학 작품 중에 독자들이 가장 재미있어하는 것으로 추리소설을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모든 추리소설 창작에는 독자가 모르는 공식이 있다. 그 중에서도 고전파(classic)로 부르는 클래식 추리소설은 공식이 엄격하다.

첫째 범인은 서두에 등장하는 중요한 인물이어야 하고, 둘째 탐정은 수사 중에 발견되는 모든 정보를 독자 앞에 밝혀야하고, 셋째 범인은 마지막 단계에서 극적인 반전으로 나타나야 한다. 그 중간에는 독자가 속아 넘어가게 만드는 복선이라는 함정도 있어야 재미를 더한다. (필자의 졸저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에서)

그런데 ‘서해 공무원 월북 피살사건’은 추리소설 중에서도 고전파의 교본에 충실한 문재인 정부의 작품이었다는 것이 드러났다. 극적 반전으로 독자(국민)를 깜짝 놀라게 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 해수부 공무원의 형이 기자들에게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추리 작가인 필자의 눈으로 본 이 사건은 참으로 많은 미스터리를 안고 있다.

우선 군과 해경의 입장을 살펴보자.

군과 해경은 해수부의 그 공무원이 월북하기 위해 단신으로 바다에 뛰어들어 조그만 부유물을 타고 북쪽 해안으로 접근했다가 발견되어 해상에서 총격으로 살해되고 시신도 불태워졌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발표했다. 월북의 증거로 슬리퍼를 신지 않고 갔으며 도박 빚이 수억 있었고, 북측의 대화 속에 ‘월북’이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추리소설에서는 이런 경우 증거불충분으로 플롯이 성립되지 않는다. 슬리퍼가 설사 그 공무원의 것이라 하더라도 그것을 벗어둔 것과 월북은 아무 상관이 없다. 도박 빚이 있었다고 하는 것은 월북을 결심하는 동기의 한 부분일 수는 있다.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고 했는데 확실한 증거는 제시하지 못했다. 북쪽의 대화 속에 ‘월북’ 단어가 있었다고 하는 것도 완벽한 증거가 될 수 없다.

필자가 추리작가의 관점에서 노출된 증거를 가지고 따져 보겠다.

첫째 슬리퍼를 벗어둔 것은 바다에 들어가기 위한 증거가 될 수는 있다. 그러나 바다에 들어가는 것이 꼭 월북할 것이라는 증거는 되지 못한다. 더구나 그 슬리퍼에서는 여러 사람의 DNA가 발견되었다고 하지 않는가. 또한 승무원들은 평소에 운동화 같은 것을 신는다고 하며 그가 운동화를 신고 있는 것을 본 듯하다는 증언도 있다. 둘째, 월북하는 사람이 가장 먼저 챙길법한 공무원증과 지갑을 두고 갔다. 셋째, 결정적 증거라는 ‘월북’이라는 단어는 앞뒤 문장을 연결해 보지 않으면 단정할 수 없다. ‘월북 의사가 있는지 물어봐라’고 할 적에도 ‘월북’ 이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는가. 더구나 당사자의 목소리가 아니라고 하지 않는가. 그뿐 아니라 믿을 수는 없지만 북한이 돌연 ‘검문 불응하고 도망갔기 때문에 ..‘ 라고 하지 않는가. 월북하려는 사람이 검문 불응하고 도망하려고 했을까. 왜 한국정부는 이렇게 북의 김정은 시과와 전혀 다른 주장을 내 놓았다. (20.11.3. <이상우 칼럼>

정권이 바뀌자 국방부와 해경은 갑자기 태도가 달라졌다. “공무원이 월북할 의도를 가지고 있었다는 것을 인정 할 만 증거를 발견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금융기관의 부채나 갑판 위의 슬리퍼는 월북 증거로 단정 할 수 없다는 것이다. 2년 전 사건을 부인했다. 아직 완벽한 결말은 아니지만, 추리소설 공식 중 가장 중요한 대반전이 이루어진 것이다.

추리 소설의 탐정역인 공무원의 아들이 문 대통령에게 진실을 밝혀 달라고 애원했으나 문 정부는 해답을 주지 않고 관련 문서를 대통령기록물로 지정, 15년 동안 못 보게 하고 물러갔다.

과연 국민의 생명을 지켜야 할 정부가 국민의 생명을 두고 이런 트릭을 써도 되는 것인가.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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