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투자자, 지난달 1조 넘게 순매도
지난달 예·적금 잔액, 한달 새 15조5740억원 불어
업비트 운영 두나무도 안전 자산 매입 움직임

코스피가 전 거래일(2670.65)보다 8.61포인트(0.32%) 내린 2662.04에 개장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뉴시스 제공)
코스피가 전 거래일(2670.65)보다 8.61포인트(0.32%) 내린 2662.04에 개장한 7일 오전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금리가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예상되면서 본격적인 안전 자산 선호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증권 투자 대기자금인 예탁금은 반년만에 최저치를 기록했지만 예적금 잔액은 크게 늘고 있다.

7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장내 파생상품 거래 예수금을 제외한 투자자 예탁금은 57조5671억원을 기록했다. 전일(58억3479원)대비 1.33% 감소했다. 지난해 12월 2일(67조2797억) 이후 최저치다. 올초 75조원대에 달했던 예탁금은 감소하고 있는 모습이다.

미국의 강한 통화 긴축 정책과 가파른 기준금리 인상으로 한국은행 역시 연달아 기준금리를 올리고 있다.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는 지난달 26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한은은 코로나19 위기 이후 사상 최저 수준인 연 0.5%까지 낮췄던 기준금리를 지난해 8월과 11월, 올해 1월, 4월 네 차례에 걸쳐 각각 0.25%포인트씩 인상해 연 1.5%로 올렸던 바 있다. 물가 상승 리스크를 안고 있는 미국이 금리 인상으로 대응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미금리차가 벌어지면 자본이 해외로 빠져나가는 이른바 '자본런' 현상이 나타날 수 있다. 또 수입물가 상승에 따른 국내 소비자 물가 상승 등 리스크도 우려된다. 이번 금통위 결정으로 미 금리 상단과 한국 기준금리(1.75%) 차이는 기존 0.5%포인트에서 0.75%포인트로 벌어졌다.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는 지난달 정례회의 후 발표한 성명을 통해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올렸다. 현재 미국의 기준금리는 0.75~1.00%다. 연준이 이날 발표한 정례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FOMC 위원 대다수는 기준금리를 0.5%포인트 인상하는 '빅스텝'에 동의했다. 연준은 "향후 기준금리 목표를 2차례 각각 0.5%포인트 인상이 적절하다"고 강한 통화 긴축 기조를 밝혔다. 제롬 파월 Fed 의장은 "향후 몇 차례 회의에서 50bp(1bp=0.01%) 추가 인상에 대한 광범위한 공감이 있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기 자금이 본격적으로 안전자산으로 이동하고 있는 이른바 '역(逆)머니무브' 현상이 가시화하고 있다. 역대 최저금리 시대에 증시로 몰렸던 자금이 예적금 등으로 쏠리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26일 기준 5대 시중은행의 정기 예적금 잔액은 712조1730억원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말 696조5990억원에서 한 달 새 15조5740억원 불어난 규모다. 이 기간 정기 예금은 660조6399억원에서 675조3495억원으로 14조7096억원 증가했다. 정기 적금은 35조9591억원에서 36조8235억원으로 8644억원 늘었다.

코스피는 올들어 지지부진한 모양새다. 올해 초 3000선이 붕괴된 뒤 현재 2600대 에서 움직이고 있다. 코스피가 등락을 거듭하며 박스권을 탈출하지 못하는 가운데, 개인 투자자들은 국내 증시를 떠나고 있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개인 투자자는 유가증권시장(ETF·ETN·ELW)에서 지난달 중 1조33억원을 순매도했다. 국민연금으로 대표되는 연기금 등도 3546억원 어치 주식을 시장에 내놨다. 지난달 2일 기준가 2695.05를 기록했던 코스피 지수는 지난달 31일 9.15포인트(0.34%) 내린 2685.90으로 장을 마감했다.

윤창용 신한금융투자 리서치센터장은 "코로나19 팬데믹(전염병 대유행) 충격이 지정학적 갈등과 공급망 충격이 확대되고 있다"며 "교역량 위축에 따른 성장 둔화와 고물가와 고금리, 정책 불확실성 확대로 인해 투자 기대수익률이 저하되고 지역과 국가 사이 차별화가 심화할 것 같다"고 전망했다.

이어 "요즘 같은 금리 인상기와 변동성이 큰 상황에서는 성장을 담보하는 금융자산에 비해 인플레이션을 헷지(위험회피)할 수 있는 실물자산에 대한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 낫다"며 "달러 자산의 투자 비중을 늘리고 에너지와 안보를 비롯한 전략 자원의 투자를 확대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시총 상위 종목들은 신저가를 기록하는 등 지속적으로 가격이 떨어져 왔다.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1월 7만9000원대를 기록하기도 했으나, 이후 지속적으로 하락해 최근에는 6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7일 오전 10시 45분 현재 직전 거래일 종가 보다 700원(1.05%) 떨어진 6만6100에 거래되고 있다.

카카오도 올해 1월 11만원대를 기록했지만, 지난 4월부터는 8만원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올해 1월 20만원대를 보이던 현대차도 최근 18만원대에 머물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간 저점에서 매수를 해오던 개인투자자들이 단기 차익을 노리기 위해 주식을 팔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 개인투자자들은 갈수록 매수에서 손을 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개인 투자자들과 외인·기관투자자들의 증시 전망은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다. 외인들은 최근 매수세를 보이고 있는데, 수급 영향력이 중국 봉쇄 완화 등으로 더욱 커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고 있다. 실제 지난달 외국인 투자자들은 1282억원 어치 주식을 순매수했다. 또 기관 투자자들도 6633억원 어치 주식을 사들였다. 최유준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팬데믹 랠리의 주축이었던 개인의 매수 강도가 약화됐다. 매수거래의 70%를 차지했지만 현재는 60% 초반대로 떨어졌다"면서 "모멘텀을 추종하는 개인의 성향을 고려하면 순환적 반등 국면에서 개인의 영향력은 줄어들 것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양지윤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외국인 투자자는 지난달 26일부터 31일 사이 4영업일 연속 코스피를 순매수했다. 매수 규모는 약 1조 7000억원"이라면서 "중국 봉쇄 해제를 앞두고 외국인 자금이 아시아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점이 주효했다"고 덧붙였다.

금리 상승기에 가상자산 시장에 대한 불안감도 커지고 있다. 암호화폐 온체인 데이터 기업 글래스노드에 따르면 시가총액 비율로 네트워크의 전체 미실현 손익의 척도를 나타내는 '미실현순수익(NUPL)' 지표에서 현재 시총의 25% 미만이 이익으로 유지되고 있는 중이다. 이는 이전 약세장에서의 자본잠식 단계에 해당하는 시장 구조와 유사하다. 글래스노드는 "이전 데이터를 고려했을 때 현재 수준에서 비슷한 움직임이 일어난다면 비트코인 가격이 최악의 경우 2만560~2만5700달러선까지 떨어질 수 있다"고 예측했다. 그러면서도 "이전 약세장에서의 가격 흐름을 기준으로 볼 때, 최근 비트코인의 거래 범위는 2만5200달러에서 3만3700달러 사이"라고 덧붙였다.

암호화폐 데이터 조사 업체 '얼터너티브(Alternative)'에 따르면 이날 암호화폐 시장의 투자심리를 알려주는 '공포·탐욕 지수'는 13점으로 '극도의 공포(Extreme Fear)' 수준으로 나타났다. 이 지수는 0으로 갈수록 시장 심리가 극단적 공포에 가까움을 나타내며, 100에 가까울수록 극단적 낙관을 의미한다.

가상자산(암호화폐) 거래소 업비트를 운영하는 두나무도 안전 자산 매입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최근 두나무가 코람코자산신탁이 설정하는 부동산투자회사(REITs·리츠)에 투자자로 참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해당 리츠는 서울 서초구 서초동에 위치한 강남역 초역세권 건물인 '에이플러스에셋타워'다.

최근 코인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진 데 따라 두나무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하기 위해 부동산 투자에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코인 투자 열풍에 지난해 말 기준 두나무의 매출 약 3조7046억원이었다. 이 중 업비트 등 거래 플랫폼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올해 들어 코인 시장이 재조정되면서 두나무의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8.6%, 46.9% 감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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