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항공사-LCC간 실적 양극화 심화
대한항공 자회사로 3사 통합 추진 움직임
시너지효과 예상...지분정리 문제 숙제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화물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인천국제공항에서 대한항공 화물기가 이륙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임준혁 기자] 저비용항공사(LCC)들의 실적이 적자에 허덕이는 가운데 아시아나항공 인수를 추진 중인 대한항공이 통합 LCC 구축을 하면서 3개 LCC가 (대한항공의) 후광 효과를 누릴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대형항공사와 LCC간의 실적이 ‘부익부 빈익빈’ 현상을 극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화물 운송 실적에 따라 대형항공사(FSC)는 실적 호조를 기록한 반면, LCC들은 적자의 늪에서 헤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최근 항공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1분기에 별도 기준 영업이익 7884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대비 533% 증가한 것으로, 분기 사상 최대 영업이익이다.

같은 기간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60% 상승한 2조8052억원으로 나타났다. 당기순이익은 5439억원을 기록해 흑자 전환했다.

실적 회복의 일등 공신은 화물 운송의 증가다. 화물 노선 매출이 2조1486억원을 기록했다. 화물기 가동률 제고 및 유휴 여객기의 화물 노선 투입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했다. 코로나로 인한 각국의 입국 제한이 완화되며 여객 노선 매출 역시 늘었다. 여객 매출은 359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 늘었다.

대한항공이 '화물 호조'의 날개를 달고 비상한 것과는 대조적으로 LCC들은 여전히 침체 국면이다. 리오프닝 기대감은 커졌지만, 여객 수가 코로나 이전으로 돌아오기까지는 아직 시간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의 1분기 매출은 1003억원, 영업손실은 692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티웨이항공의 1분기 실적 추정치는 매출 570억원, 영업손실 500억원이고, 진에어는 매출 812억원, 영업손실 401억원이다.

2분기부터 여행객 수가 회복하며 LCC의 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지만, LCC들이 오랜 기간 적자의 늪에 빠져 자본잠식 상태에 이르렀다는 점에서 본격적인 회복을 언급하기는 이르다는 지적이다.

이런 가운데 업계에서는 진에어와 에어부산, 에어서울이 결합하는 통합 LCC의 출범이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합병 절차가 마무리된 뒤 '통합 LCC'가 출범하면 그 규모만큼 시너지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 대한항공은 지난 4일 제4차 정기이사회를 갖고 LCC 3사 합병법인 지배구조와 관련한 안건 등을 논의했다. 한진그룹은 그동안 통합 LCC를 한진칼과 대한항공 중 어느 곳의 자회사로 둘지를 고민해 왔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이날 이사회에서는 통합 LCC를 향후 지주회사 한진칼이 아닌 대한항공의 자회사로 두는 안이 유력한 안으로 제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 따르면 그룹 지주사 한진칼 아래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합쳐진 통합 대형항공사(FSC)가, 다시 그 아래 통합 LCC를 두는 구조가 유력하다. 한진칼 자회사로 있는 진에어도 대한항공 자회사로 편입, 이후 진에어를 중심으로 에어부산과 에어서울이 통합 절차를 거칠 것으로 보인다. 대한항공은 그룹 지배력 제고 차원에서 사실상 중간 지주사로 올라서게 된다.

앞서 산업은행이 대한항공 경영평가위원회에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PMI) 전략을 보고하며 이 같은 방침을 밝히기도 했다.

그동안 공정거래법과 한진그룹의 재무 여건, 기업결합 심사 등 제반 여건을 따져볼 때 통합 LCC는 대한항공이 아닌 지주회사 한진칼의 자회사가 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LCC 합병법인을 대한항공과 병렬로 배치하는 안이 유력 검토돼 왔지만 최근 기조가 바뀌었다는 설명이다. 한진그룹은 대한항공을 중간 지주사로 둬 대한항공 중심으로 항공사 간 시너지를 확보하려는 의도로 전해진다.

한진칼 자회사로 있는 진에어가 대한항공으로 편입될 경우 출자 방식 및 구조에 주목된다. 한진칼의 진에어 보유 지분율은 54.92%로, 최근 주가 기준 약 5000억원 규모에 이른다. 대한항공이 진에어를 자회사로 편입하려면 한진칼로부터 보유 지분을 넘겨받아야 한다.

통합 LCC가 출범할 경우, 이들은 항공기 57대(진에어 25대·에어부산 25대·에어서울 7대)를 보유한 동북아 최대의 LCC가 된다. 현재 국내 LCC들 중 가장 많은 항공기를 보유했더 업체는 제주항공(39대)이었다. 에어부산의 경우 주력 노선이 대부분 부산발이라는 점에서 겹치는 노선이 없어 합병의 효과는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통합 LCC가 '대한항공'이라는 든든한 형님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기대가 크다. 국제 여객 정상화의 본격화와 함께 통합 절차가 마무리될 경우, 규모의 경제 및 통합 시너지가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국제 여객 정상화와 함께 빠르게 기재를 도입할 수 있고, 공급 확대에 따른 인건비 부담 등을 타사에 비해 덜 수 있다. 그동안 각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에 위탁정비를 맡겨온 진에어와 에어부산의 관행대로라면, 통합 LCC 역시 정비와 운항 인력 추가에 따른 비용 부담도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흥국증권 이병근 연구원은 "국제여객 회복 시기에는 대한항공으로부터 빠른 기재 도입이 가능하고, 대주주 지원 여력이 충분하기 때문에 팬데믹 장기화에도 버틸 수 있는 체력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통합 LCC에 대한 장밋빛 청사진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아직 대한항공과 아시아나 합병 관련 해외 경쟁당국의 승인 절차가 남아있고 앞서 말한 것과 같이 통합 LCC들의 주식 지분 정리 문제도 있기 때문에 최종 통합까지는 시간이 다소 소요될 것으로 업계에서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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