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KDB산업은행 제공)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KDB산업은행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사임을 공식화했다. 이 회장은 새 정부와 정책 철학이 다르다고 명확히 선을 그었다. 그는 "박정희 전 대통령 때 가장 특혜받은 지역은 부울경(부산·울산·경남)"이라며 강도 높게 비판했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회장은 전날 기자간담회에서 "(부울경에) 알짜 산업이 다 집중돼 있는데, 다른 지역은 도와주지 않고 오히려 뺏어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산은은 은행인 동시에 정책금융기관임으로 정부와 정책철학을 공유하는 사람이 회장 직무 수행하는 것이 순리라고 평소 생각해 왔다. 그런 의미에서 새정부 출범에 맞춰 사임의사를 전달한 것이지 다른 정치적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다"라며 사임 의사를 명확히했다.

이 회장은 그간 새 정부의 공약 중 하나인 산업은행의 부산 이전을 반대하며 대통령직인수위원회(인수위)측과 충돌해 왔다. 이날 간담회에서도 이 회장은 "부산 이전이 충분한 토론과 공론화 절차 없이 이뤄지고 있어 심히 우려스럽다. 잘못된 결정은 불가역적인 결과와 치유할 수 없는 폐해를 낳는다. 산은의 부산 이전으로 부울경 지역에 2조~3조원의 부가가치가 창출될 것이란 주장이 있는데 학자로서 보기에 근거가 전혀 없는 주장이다. 국가 경제에 미치는 막대한 마이너스 효과는 무시하고 있는데, 이런  황당한 주장은 안 했으면 좋겠다. 제2금융중심지를 자처하는 부산은 뺏지만 말고 다른 지역을 도와줘야 한다. 제2금융중심지에 맞게 스스로 자생하려는 노력 좀 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합병, 쌍용자동차와 대우조선해양 매각 무산 등 매각 실패로 '산은 무용론'과 '책임론' 등이 제기되고 상황에 대해서도 쓴소리를 했다. 이 회장은 "산은이 지난 5년간 한 일이 없다는 비난은 산은에 대해 잘 모르면서 하는 맹목적 비방"이라며 "어려운 여건에서도 일하는 3300명 직원과 그 가족에 대한 모독"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산은은 합리적인 구조조정 원칙하에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일관성 있게 추진해 3건을 제외하면 대부분 부실기업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고 자평하기도 했다.

금융권 안팎에서는 그간 이 회장의 사퇴 점쳐왔다. 역대 산은 회장들도 새정부 출범과 함께 사의를 표명해온 것이 관례였다. 또 이 회장의 경우 대표적인 '친정부' 인사로 김대중 정부 시절 청와대 행정관과 노무현 정부에서 금융감독위 부위원장을 지냈다.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산은 회장으로 임명돼 연임에 성공한 이력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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