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1980년도 중반, 필자가 중앙일간 신문을 창간할 때의 일이었다. 사회면에 4컷짜리 시사만화를 당시의 인기 작가에게 청탁했다. 심술 가족으로 유명한 이정문 작가였는데 제목이 문제였다. 당시의 일간신문 시사만평으로는 안의섭의 <두꺼비>, 김성환의 <고바우>, 정운경의 <왈순 아지매>등이 독재 정권에 대한 풍자성이 강하기로 유명했다. 그런데 새로 실을 시사만평의 제목이 문제였다. 작가 이정문 씨는 <심술턱>을 제의했다. 심술 가족의 일원으로 풍자성이 강한 제목이었다. 편집국 안에서도 좋은 제목으로 보았으나 풍자성이 너무 강해 구설수가 있을 것이란 예측도 있었다.

당시의 정국은 군사 독재 정권의 대통령의 부부가 화제에 자주 오르던 시절이었다. 대통령과 얼굴이 닮았다고 해서 방송 출연이 금지당한 코미디언이 있을 정도였다. 언론 억압의 서슬이 시퍼런 시절에 구태여 영부인의 용모를 빗대는 <심술턱>이란 제목을 달아 말썽을 일으키지 말자는 의견이 강했다. 청와대의 눈치를 보지 말자는 소신파의 주장도 있었다. 필자는 <심술턱>을 <심술통>으로 바꾸었다. 제목이 주목을 받지 못해서인지 큰 탈 없이 신문은 잘 팔렸다.

청와대는 오랫동안 군사독재 시절의 상징으로 군림했다. 독재, 권위주의 같은 인상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새 권력을 청와대로부터 시작하지 않는 것은 의미가 있다. 따라서 윤석열 당선인이 청와대라는 권좌에는 하루도 앉지 않겠다는 것은 잘 하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자리를 비켜줘야 할 사람이 대단히 못마땅해서 거듭 쓴 소리를 한 것은 대단히 적절하지 않다.

어느 신문의 표현처럼 “훼방”을 놓는 발언을 여러 번 했다. 이제 떠날 날이 며칠 남지도 않았는데 마지막 날까지 새 주인에게 감정을 내비칠 것까지 있겠는가.

“국가의 백년대계를 토론도 없이 밀어붙이면서 소통이라고 하니 무척 모순이다.”

문 대통령의 이 말에 대해 윤 당선인 측에서도 고운 말로 받아 넘기지 않았다.

“독재와 권위주의 마지막 대통령”이라고 문 대통령의 발언을 반격했다.

지난 대선에서 0.73%의 낮은 숫자이기는 하지만 이미 문 정권은 국민의 심판을 받은 셈이다. 물러가라는 국민의 엄명을 받은 정권이 새로 오는 사람에게 덕담은 하지 않고 얼굴 찌푸릴 소리나 하는 것은 대인답지 않은 태도이다.

문 정권은 그뿐 아니라 5년 동안 손을 꼽을 정도의 몇 차례 기자회견을 빼고는 전혀 국민과 소통하려 노력하지 않았다.

퇴임 임박해서도 마음에 드는 특수 언론인 1명만을 상대로 하고 싶은 말을 했다. 그 자리서 국민들이 수긍할 수 없는 일방적인 자기 홍보를 심하게 했다.

‘소득주도 성장’이라는 경제학 교과서에도 없는 정책을 내세워 소득 후퇴의 경제를 펼쳤다. 집값은 꼭 잡는다고 큰소리치고는 폭등을 연출한 결과를 낳아 소시민들을 실망하게 했는데도 성공적이라고 자랑했다.

국민의 고통을 세계 어느 나라보다 더 몰고 온 코로나19 대책을 성공적인 ‘K-방역'이라고 자화자찬했다. 세계인구 100만명 당 한국인의 사망률은 438명으로 일본, 대만보다 앞섰다. 전체 확진자는 세계 8위로 1,700만 명을 넘어섰다. 인구 비례로 본다면 톱클래스의 희생을 몰고 온 셈이다.

격리 병상이 모자라 119 구급대원이 환자를 받아주는 병원을 찾아 거리를 헤매는 일이 허다했다. 백신은 필요 없다는 초기의 엉터리 판단으로 백신 부족의 전쟁을 치러야 했다.

이런 현상들은 과학 방역이 아닌 정치방역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독재정치와 권위주의로 국민들의 숨통을 막던 많은 세월의 권력이 청와대로부터 나왔다.

대통령의 집무실을 민중 속으로 옮기자는 발상을 한 것은 문 대통령 자신이었다 그런데 다른 사람 손에 의해 이 ‘사명’이 이루어지는데 심술을 부릴 것까지는 없지 않은가.

180석의 거대 정당이 “대통령 집무실 국방부 이전 금지” 법률을 만들어 속성으로 통과 시키지 않을까 적정된다.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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