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 등 불확실성 가중, 호실적에도 빚 늘려 현금 축적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14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전경련 창립 60주년 사진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허창수 전경련 회장이 14일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에서 열린 전경련 창립 60주년 사진전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선호균 기자] 국내 대기업들이 코로나 이전 수준으로 경영 실적이 회복됐지만 차입을 늘려 현금을 확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국내 매출 100대 기업의 코로나19 이전·이후 실적을 비교 분석한 결과 100대기업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코로나 이전 대비 각각 5.8%, 5.9%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코로나 이후 비대면 수요 증가로 호황을 누린 반도체 기업(삼성전자, SK하이닉스)을 제외해도 나머지 98개사의 매출액(1228조4000억원)은 코로나 이전 대비 3.7% 증가했다. 영업이익(60조8000억원)도 43.4% 늘었다. 

전경련은 “2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충격에도 우리 기업들이 양호한 실적을 거뒀다”며 “대내외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미루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100대 기업 총 투자액은 149조2000억원으로 코로나 이전 대비 8.6% 상승했다. 반도체 기업(63조9000억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나머지 투자액은 11.4% 감소한 것으로 드러났다. 

전기·전자(18%), 정보·통신(14.4%), 의약품(8.3%) 등 비대면 수혜 업종은 투자가 증가한 반면, 유통(85.1%), 운수·창고(23.7%), 음식료(20.1%) 등 대면 관련 업종은 투자가 크게 위축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추세속에 전경련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에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훼손되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는 상황 하에서 빚을 늘려가며 현금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Kis-value, 100대 기업 개별·별도 재무제표 기준 현금흐름 및 순차입금 추이 (전경련 제공) 

전경련은 기업들이 코로나19 이후 투자·배당 지출로 인해 영업 활동으로 벌이들인 수익만으로 현금을 충당하지 못하자 차입을 늘려 추가적인 현금을 확보한 것으로 해석했다. 

지난해 말 기준 100대기업 현금성자산은 총 104조1000억원이다. 이는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16.6%(14조8000억원) 증가한 수준이다. 지난해 말 기준 100기업 총차입금은 코로나 이전인 2019년 말 대비 9.7%(23조7000억원) 증가했다. 

이에 대해 전경련은 기업들이 보유현금보다 빚이 더 늘어나게 될 경우 재무 부담 가중이 우려된다고 밝혔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올해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글로벌 통화 긴축 등 기업들이 당면한 대외적 불확실성이 지난해보다 더욱 확대된 상황”이라며 “기업들이 불확실성을 잘 헤쳐나가 적극적인 투자·고용에 나설 수 있도록 선제적 세제지원과 규제개혁으로 기업들이 경영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 100대 기업의 총차입금에서 현금성 자산을 제외한 순차입금은 지난해 말 164조8000억원으로 최근 5년 내 증가 추세 내에서 최대치를 기록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