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규모 292조원으로 현대차 꺾어…반도체·신사업 성과
차세대 성장동력 집중투자, ESG경영 사업모델 전환 결과물
해운수요 회복에 HMM 25위, 대우건설 인수 중흥건설 20위

최태원 SK회장. (SK텔레콤 제공)
최태원 SK회장. (SK텔레콤 제공)

[스페셜경제=남하나 기자] SK가 반도체 매출 증가와 석유사업 성장 등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자산총액 기준 재계 2위에 올랐다.

재계 상위 5개 대기업의 자산총액 순위가 12년 만에 바뀌었다. 2006년부터 줄곧 3위를 지켰던 SK가 반도체 매출 증가 등에 힘입어 현대자동차를 제치고 사상 처음으로 2위에 올랐다.

27일 공정거래위원회는 정부세종청사에서 브리핑을 갖고 이 같은 내용의 2022년 공시대상기업집단과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 지정 결과를 발표했다.

공정위에 따르면 올해 SK의 자산총액은 291조9690억원으로 전년 대비 52조439억원 증가했다. 현대차의 올해 자산총액은 257조8450억원이었다. 현대차는 전년 대비 상승폭이 11조7610억원에 그치며 3위로 내려앉았다. 2010년 이후 삼성·현대차·SK·LG·롯데 순으로 고착됐던 재계 순위표가 바뀐 것이다.

올해 자산총액 순위는 1위 삼성(483조9190억원), 2위 SK, 3위 현대차, 4위 LG(167조5010억원), 5위 롯데(121조5890억원) 순이었다. 현대차가 2위 자리를 내준 것은 2005년 이후 17년 만이다.

SK의 약진은 반도체 매출 증가와 물적 분할에 따른 신규 계열사 설립, 석유사업 성장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반도체 매출이 약 11조원 증가했고, 인텔의 낸드사업부 인수(약 10조원)로 SK하이닉스 영업·투자 자산이 약 20조9000억원 상승했다.

물적 분할 측면에선 SK이노베이션에서 배터리 사업을 담당하던 SK온, 석유개발 사업 담당이었던 SK어스온이 떨어져 나갔고, SK케미칼에서 전력·스팀 등 공급 사업을 맡았던 SK멀티유틸리티가 분할 설립되면서 자산이 약 7조9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석유 사업 분야에선 영업환경 개선으로 매출이 약 15조6000억원 증가하면서 SK이노베이션과 산하 자회사들 자산이 6조2000억원가량 상승했다. 이 밖에 기타 제약회사인 SK바이오사이언스가 상장(2조9000억원)됐고, 신재생에너지·건설 등 기타 계열사 자산도 14조5000억원 정도 늘었다.

SK 측은 반도체와 배터리, 바이오 등 차세대 성장동력에 대한 집중 투자, ESG 경영 중심 사업모델 전환 등도 기업가치를 끌어올린 원동력이었다고 덧붙였다.

SK 관계자는 "2016년 최태원 회장이 근본적 혁신(딥체인지)을 주문한 뒤 관계자들이 ESG 경영을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하면서 자산이 증가했다"며 "외형적 성장에 안주하지 않고 기업가치, 사회적가치, ESG 등과 같은 핵심 지표를 높이는 데 앞장서며 이해관계자들과 함께 성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확산에도 경제활동이 재개되고 신성장동력을 찾기 위한 기업들의 인수·합병(M&A)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대기업집단의 전체 실적은 대폭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지난해 48조원을 찍으면서 4년째 감소하던 전체 대기업집단 순이익이 대폭 반등했다. 전체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82조3000억원 늘어난 125조8000억원을 기록했다. 특히 삼성은 19조5000억원, SK는 8조6000억원, HMM은 5조3000억원가량 당기순이익이 증가해 전체 실적 상승을 견인했다.

대기업집단 자산총액은 전년보다 281조3000억원 증가한 2617조7000억원으로 집계됐다. 매출액은 289조2000억원 늘어난 1633조7000억원이었다.

특히 이번 자산총액 순위에선 해운·건설·정보기술(IT) 집단 성장이 두드러졌다. 해운 수요 회복으로 실적이 개선된 HMM의 자산총액이 지난해 8조8000억원에서 올해 17조8000억원으로 크게 증가했다. 자산총액 순위도 48위에서 25위로 급등했다.

SM상선은 자산총액이 10조5000억원에서 13조7000억원으로 늘어나 38위에서 34위로, 장금상선은 6조3000억원에서 9조3000억원으로 증가해 58위에서 50위로 순위를 끌어올렸다.

건설 주력 집단은 활발한 M&A로 성장세를 보였다. 대우건설을 인수한 중흥건설의 자산총액이 9조2000억원에서 20조3000억원으로 두 배 이상 늘었고, 순위도 47위에서 20위로 껑충 뛰었다.

IT 주력 집단의 성장세도 견조했다. 카카오는 카카오뱅크, 카카오페이 기업 공개로 공모자금이 유입되면서 자산총액이 20조원에서 32조2000억원으로 늘었고, 자산 순위는 18위에서 15위로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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