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컬럼니스트.
언론인,컬럼니스트.

한국은행은 총재 궐위에서도 기준금리를 0.25% 올렸다. 새 총재가 부임하기를 기다릴 만큼 상황이 여유롭지 못하다는 일종의 경고가 담겨 있다. 그러나 5월 9일이면 물러날 현 정권과 여당은 한마디로 오불관언(吾不關焉), 상관하지 않겠다는 태도다. 정부 관계자는 지난 5년간의 실적과 공적 자랑에 여념이 없고 국회를 중심으로 한 정치권은 느닷없는 ‘검수완박’에 집착하여 ‘도끼자루 썩는 줄’도 모른다. 답답한 것은 먹고살기에 매달려야 하는 국민과 정권을 인수할 윤 당선인 측이다.

한국은행이 금리 인상을 단행한 직후 윤 당선인은 ‘우리 경제의 복합위기 증후가 뚜렷하고 물가고가 심상치 않다’면서 인수위에 대해 물가 안정을 포함하여 경제 체질 개선을 위한 종합대책을 세우도록 주문했다. 이에 따라 인수위는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과의 간담회에 이어 한국은행과도 비공개 간담회를 가지는 등 서민대출 부담과 공급망 차질 등에 대한 논의를 이어갔다. 그러나 인수위의 이러한 움직임은 당장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거나 상황개선에 큰 도움이 되지 못하는 한계가 있다. 인수위에서 논의한 대책이 정책으로 현장에 반영되는 것은 5월 10일부터이기 때문이다.

당선인만 제대로 읽은 ‘한은의 경고’

정권 인계 인수, 솔직하고 정직해야

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_

‘집권시한’은 제편 편리한대로 고무줄

경제관료, 실패한 것도 업적으로포장

또 다른 문제는 정부 여당 관계자가 기회 있을 때마다 강조한 5월 9일 자정까지는 인사권을 비롯한 국정의 모든 과제가 문재인 대통령 책임 아래 있다는 원칙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대통령은 대통령대로 치적 자랑에, 관료, 특히 경제를 ‘위기 상황’으로까지 몰고 온 책임자는 오히려 ‘부동산정책까지 성공’으로 포장한다. 이런 인식의 지배를 받는 인계자로부터 정상적인 바톤 터치를 기대한다는 것은 처음부터 잘못된 것으로 봐야 한다. 지난 5년 동안 소주성이다, 최저임금이다, 주 52시간 근무다, 등등 한마디로 친노동에 집착한 것이 이 정부 경제정책이다. 거기에 방만한 재정 운용도 단골 메뉴다. 이런 모든 것을 실적이라고 자랑하는 측이 무엇을 어떻게 인계할지는 불을 보듯 뻔하다.

현 정부 여당과는 달리 전 세계 모든 경제인은 하나같이 지금이 위기상황이라고 진단한다. 심지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에 따른 지정학적 리스크가 2차대전, 1차 오일쇼크, 9.11 미국 테러 상황과 맞먹거나 그 이상이라고 본다. 여기에 코로나 팬데믹이라는 자연재해까지 겹쳤다. 그동안 효율적이라면서 집중육성 한 글로벌 공급망이 이번에는 각국 제조업 뒤통수를 치는 흉기로 급변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오죽했으면 국제통화기금(IMF)은 세계 경제의 86%를 차지하는 1백43개국의 경제성장률을 하향 조정하겠다고 밝혔을까? 그것도 올 한해만이 아니라 내년까지 적어도 2년간은 세계 경제가 정상적 성장궤도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물러날 한국 정부 여당처럼 한가롭게 ‘실적’을 즐길 여유가 없음이 현실이다.

부동산을 비롯한 경제 정책 실패로 눈덩이처럼 불어 난 가계부채는 금리인상과 긴축의 직격탄을 감당할 여력이 없다. 정책적 배려가 없을 경우 ‘쪽박을 차고’거리로 나설 수밖에 없다. 공산독재 중국까지 중앙은행의 지준률을 0.25~0.5% 내림으로써 5천 3백억 위안에 달하는 장기자금을 방출하는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 미국은 미국대로 빅스텝으로 불리는 급격한 금리인상을, 영국과 유럽중앙은행도 금리 인상에 시동을 걸기 시작했다. 이처럼 고금리속의 긴축은 피할 수 없는 대세다. 여기에 공급망 붕괴가 겹쳐 무역 환경도 날로 악화되고 있다. 분기 기준 무역수지가 13년 만에 적자를 기록할 정도로 우리경제 동력 약화가 두드러지고 있다.

물론 이러한 문제는 5월 10일 출범하는 윤 석열 정부 몫이다. 그러나 새 정부가 효율적으로 이륙하기 위해서는 물러나는 정부의 협력이 필수적이다. 정권인수위를 가동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인수위에 인계하는 것은 정치 권력만이 아니라 정치 권력이 야기한, 자랑스럽지 못한 빚까지 솔직히 인계하는 것이 도리다. 더군다나 국민 생활과 직접 연결되는 경제 실정으로 조성된 ‘위기상황’의 바톤 터치는 두말할 필요도 없다.

이원두

언론인, 칼럼니스트, 전 파이낸셜뉴스 주필,전 헤럴드 경제 수석논설위원, 전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소설가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