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컬럼니스트.
언론인,컬럼니스트.

대선에 진 더불어민주당은 아직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 것 같다. 그래서 그런 것일까? 정부 여당, 특히 청와대가 퇴임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여유로움이 아니라 재임 중 실적에 초조함을 숨기지 못하고 있다. 상징적 사례가. 9일부터 시작된 ‘문재인 정부 5년의 국정운영 성과를 돌아보는 국민 정책 평가 투표’이다. 청와대가 제시한 것은 48개 정책이다. 그러나 여기엔 부동산, 일자리, 소득주도성장에 대한 문항은 없다. 제시된 선택지 이외에 다른 응답은 허용되지 않는 설문 투표이다. ‘자랑하기 좋은 실적’에 대한 조사로 5년간의 실적을 내놓으려는 뜻이 담겨있다.

지난 대통령 선거는 누가 보더라도 박빙의 접전이었다. 패배한 민주당이 ‘선전 분패’를 아쉬워하는 것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그러나 선거의 승패는 민주정치에서는 일상적인, 말하자면 ‘병가의 상사(兵家常事)’일 뿐 정치 자체까지 망가뜨릴 사안은 아니다. 그것이 바로 정치지도자의 금도이며 그 나라 정치의 수준과 품격의 바탕이 된다. 그런데 정권교체를 불과 한 달도 남겨놓지 않은 지금 곧 야당이 될 민주당 행태를 보면 금도나 품격과의 거리가 멀다. 그 대표적인 움직임이 검수완박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강행이다. 대선에는 비록 졌지만 ‘우리에게는 1백 72석이 있음’을 자랑하고 그 위력을 과시하려 든다면 승자인 국민의 힘 당으로서는 막을 방법이 없다 작년 총선 전 선거법 개정을 단독으로 통과시켜 위성 정당이라는 헌정사상 초유의 사태를 만든 것이 민주당이다. 부동산 임대차3법도 단독으로 채택, 각종 후유증을 양산했다. 그 결과가 이번 대선의 분패로 나타났음에도 아직 정신을 차리지 못한 모양이다.

5년간 무슨 잘못이 그렇게 많아

검찰수사권까지 박탈하러 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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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자랑 앞서 경제실정 사과부터

‘원내다수’라도 민심 못이김 알아야

지방선거에서 광역 단체장 후보자로 부동산 정책 책임자와 대선 패배 책임을 지고 물러난 대표까지 ‘눈 딱 감고 출마’하려는 것은 아무리 급하다 해도 선을 넘었다고 봐야 한다. 오죽했으면 당 체질 개선을 위해 정책적으로 투입한 20대의 박지현 비대위원장이 ‘과연 대선에 진 정당 맞나’라고 일갈을 했을까? 김부겸 총리의 ‘새 정부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는 당부를 새겨들을 귀가 있어야 비로소 옳은 정치인이라 할 것이다.

새 정부 발목잡기의 백미(白眉)는 민주당과 정부가 똘똘 뭉쳐 휘두르고 있는 검수완박을 골자로 한 형사법 개정이다. 국회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 구성을 유리하게 만들기 위해 자당 소속 법사위원을 무소속(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으로 바꾸었다. 이로써 법사위 안건조정위원회는 현행 여야 3:3에서 4:2로 바뀐다. 민주당은 절대 유리한 구조로 정지작업을 마친 것이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검수완박’이 이번에 처음 시도된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조국 전 법무장관 공청회에서 시작된 검찰과 여당(청와대를 포함한)의 갈등은 추미애 전 법무, 박범계 법무장관에 이르기까지 검찰총장 징계, 업무정지, 직무배제 등등의 형태로 이어졌다. ‘검수완박’까지 거론하자 견디다 못해 임기를 마치지 않고 사퇴하자 ‘검수완박’은 물밑으로 가라앉았다. 그렇던 것이 그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대통령에 당선되자마자 용트림을 하면서 다시 물 위로 솟아오른 것이다.

이렇게 볼 때 ‘검수완박’은 여당이 어떤 논리와 당위성을 앞세우더라도 검찰총장을 보좌하다가 좌천된 검사들의 복귀를 막을 수 없다면 그들의 손에서 수사의 칼이라도 빼앗아버리자는 속셈임은 천하가 다 안다. 특히 추미애 전 법무와 박범계 법무에게 철저하게 따돌리던 한동훈 검사장에 대해 ‘무혐의’ 결정이 나자 ‘검수완박’을 서두는 것이 그 증거의 하나다. 이를 좀 더 속된 말로, 알기 쉽게 풀이하면 ‘지은 죄가, 잘못한 것이 너무 많아서 자구책으로 검수완박을 추진한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곧 야당이 될 현 정부 여당은 무엇을 얼마나 잘못한 것일까?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다수를 앞세운 단독 입법이 자칫 몽니로 비쳐 대선에 이어 지방선거 결과까지 좌우할 수 있다는 점이다. 원내 절대다수 보다는 민심이 더욱 냉정하고 무서움을 알아야 한다.

이원두

언론인, 칼럼니스트, 전 파이낸셜뉴스 주필,전 헤럴드 경제 수석논설위원, 전 한국일보 부장, 경향신문 편집부국장,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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