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예외 조항을 충족 주장
신평사, 러시아 신용등급 '정크'로 강등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에서 파괴된 아파트 앞 나뭇가지에 곰 인형이 매달려 있다.(뉴시스 제공)
우크라이나 보로댠카에서 파괴된 아파트 앞 나뭇가지에 곰 인형이 매달려 있다.(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 기자]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가 달러 표시 채권의 이자를 루블화로 상환했다고 밝혔다. 국제 신용평가사 등은 러시아의 국가 부도 상황을 내다보고 있다.

AP통신 등에 따르면 러시아는 6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앞서 익명의 미국 은행에 6억4900만달러(약 7917억8000만원)를 지불하려 했으나 미국의 새로운 제재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은행은 JP모건체이스로 알려졌다. 러시아는 달러화 대신 루블화 자금을 러시아의 국제예탁결제기관의 특별 은행 계좌로 이체했다고 밝혔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궁 대변인은 "러시아는 채무를 상환하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고 있지만 채무 상환이 저지된다면 (앞으로는) 루블로 지급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 보면, 채무불이행 상태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이는 순전히 인위적인 것"이라며 실제 러시아가 국가 부도 상황에 빠질 이유가 없다고 주장했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지난 4일 2022년과 2042년에 각각 만기가 돌아오는 국채의 이자를 결제하는데 러시아의 JP모건 계좌로 상환하는 것을 승인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러시아가 만기가 올해인 달러 표시 유럽본드 채권을 루블화로 상환할 수밖에 없게 될 것이라고도 밝혔다. 러시아는 그간 미국 정부 승인을 받아 달러로 부채를 상환해 디폴트를 모면해 왔다. 미국의 불허 결정에 디폴트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외신, 국제신용평가사 등은 러시아의 디폴트 상황을 점치고 있다. 뉴욕타임즈는 러시아에 30일간의 유예 기간이 있지만 계약상 극히 예외를 제외하면 유로화 또는 달러화를 요구받고 있다고 전했다. 러시아는 예외 조항을 충족했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전문가 시각은 다르다. 버지니아대학교 로스쿨 교수인 미투 굴라티 교수는 "설령 조항이 있다고 해도 러시아가 이 조항을 사용할 자격이 있을 지는 불명확하다"고 밝혔다. 한 펀드매니저도 로이터 통신에 "러시아가 외채 상환 의지와 능력을 빠르게 잃어갈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은 러시아 신용등급을 '정크' 수준으로 강등시키고 채무불이행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들은 러시아가 달러채를 루블화로 상환하면 기술적 디폴트가 불가피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기술적 디폴트란 채무 계약 조건 위반 등에 따라 일시적으로 발생하는 디폴트로, 전면적인 채무 불이행 사태로 '무질서한(disorderly) 디폴트'와 구분된다.

앞서 미 재무부는 지난 4일 러시아 금융 거래에 대한 규제를 강화하고 러시아가 미국 은행에 보유하고 있는 달러를 사용해 부채를 상환하는 것을 차단했다고 밝혔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전범 재판'에 회부해야 한다는 국제사회 목소리가 커지면서 미국은 대러 제재를 강화하고 있다.

러시아의 침공을 받은 우크라이나 측은 러시아군이 민간인을 학살하고 있다고 밝혔다. 베네딕토바 우크라이나 검찰총장은 "러시아 공습에 따라 보로댠카에서 민간인 사상자가 다수 발생했다. 두 채에서만 26구나 되는 시신이 발견됐다"며 추가 피해 가능성을 제기했다. 그는 "'잔혹 행위'(atrocity)는 전쟁 범죄, 반인륜 범죄, 집단 학살 등 세 범죄를 합친 법적 용어"라며 "이 용어를 사용하는 데 익숙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국제형법에 따른 법적 용어로, 보로댠카는 그 예시"라고 규탄했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