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요즘 똑똑한 스마트폰 기능이 확대되어 글쓰기가 훨씬 편해졌다. 세상은 급변한다. 10년 후에는 인공 로봇의 등장으로 ‘핸드폰으로 책쓰기’도 아련한 옛 추억의 뒤안길로 사라져갈 것이라 생각한다.” (가재산, 이채윤, 장동익 저 ‘세상에! 핸드폰으로 책을 쓰다니’에서)

핸드폰은 이제 우리 생활에서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품이 되었다. 핸드폰이 손에 없으면 일을 할 수 없다는 사람도 있다. 오죽하면 핸드폰 불안증까지 생겼다고 하겠는가. 우리의 이런 생활을 필자는 ‘만사 핸폰 시대’라고 일컫기도 했다.

“앞으로 모바일의 역할은 상상을 초월하게 될 것입니다. 우선 주민등록증이 필요 없게 될 것입니다. 모바일에 내장될 것이거든요. 운전면허증과 교통 위반 벌금 영수증, 의료보험 카드나 장애자 등급 증명서, 가족관계, 각종 주거 및 호적 서류, 학교졸업증명서 및 성적표, 은행 통장과 인감 증명 확인 앱, 사업자등록증, 소속회사의 등기부 내용, 각종 소득 내역 및 납세증명서 등 기록할 수 있는 내용은 모두 모바일로 내장합니다.”

“예를 들면 어떤 앱입니까?” “예를 들면 내가 토지 거래를 하는데 필요한 절차를 검색하면 항목과 서류는 무엇인가 하는 것을 차례차례 서류를 다운 받아 순서를 정해 디스플레이 해줍니다. 병원에 도착하면 앱이 알아서 해야 할 행동을 일러줍니다. 식당에 가면 최근 일주일 동안 먹은 음식 종류를 분석해서 오늘은 무엇을 먹어야 한다는 것을 추천해 줍니다. 공항 가서 출국할 때는 비행기 티켓과 출국 수속을 모바일 터치 한번으로 해결합니다.” (필자의 졸저 ‘여자대통령’에서)

핸드폰에는 원래 기능인 통신 외에도 모든 사람의 사생활이 다 담겨 있다. 예전에는 일기장을 보고 그 사람의 지난 행동을 더듬어 보기도 했지만 요즘은 핸드폰을 보면 그 사람의 사생활 전체가 다 드러난다. 사생활뿐 아니라 인격까지도 담겨있다.

범죄 수사에서도 핸드폰 압수 수색과 통화 내용 분석이 CCTV와 함께 가장 중요한 수사 수단이 되었다.

그런데 이 핸드폰 통신의 비밀을 마구잡이로 ‘사찰’(야당의 표현) 하는 바람에 공수처가 집중 공격을 받고 있다.

공수처는 알다시피 고위공직자의 범죄만을 수사하기 위해 생긴 기관인데 정치인, 언론인 그 가족의 핸드폰까지 무차별 통신 사찰을 했다. 심지어 외국 언론인, 학생들까지 사찰하는 바람에 국제적인 문제까지 제기되었다.

일본의 메이저 일간 신문인 아사히, 도꾜신문, 마이니치, 방송국 등 언론기관은 서울 주재기자의 통신 사찰에 대해 본사에서 해명을 공개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일본 언론사들은 통신 조회를 통해 이름, 주민등록 번호, 주소, 휴대전화 가입일 등을 조회했다고 밝혔다. 공수처는 조회의 이유를 ‘전기통신사업법 제83조에 따라 재판, 수사, 형의 집행 또는 국가 안전보장에 대한 위해를 방지하기 위한 정보 수집’이라고만 밝혔다.

그러나 마이니치 신문사 등은 “이런 행위는 언론자유를 위협할 우려가 있다. 신문사는 취재원을 보호할 의무가 있다’고 항의했다.

소속의원 80% 이상이 통신 사찰을 당한 야당에서는 ‘공수처는 불법 사찰을 하고 거짓말까지 했다’고 항의했다. 국민의 힘은 김진욱 공수처장은 즉각 사퇴하고 공수처를 해체하라고 주장했다.

공수처의 통신 사찰은 단순한 핸드폰 소유자의 간단한 신원만 조회하고 함께 통화한 사람들의 전화번호를 알아보는데 불과하며 결코 ‘사찰’이 아니라고 말하지만 그대로 믿을 수 있을지 모르겠다.

모든 사람의 핸드폰 안에는 그 사람의 일상생활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거래하는 사람, 다니는 곳, 지인이나 가족과의 은밀한 대화, 돈 거래 내용, 포탈을 통한 검색 내용, 취미 생활의 범위 등 그야말로 모든 생활이 들 어있다. 따라서 한 사람의 인격과 인생이 핸드폰에 들어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핸드폰을 악용하면 무슨 일인들 못하겠는가. 이번 사건에서 단순히 피의자와 통화한 사람의 신분을 알아내기만 했다고 하는 공수처의 말을 과연 믿을 수 있을까. myswoo@nate.com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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