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소설가 김규나 씨는 요즘 대선 후보들 본인과 가족의 과거 검증을 두고 ‘추리소설보다 미스터리하다’고 했다. 정말 그런지 한번 따져보자.

①범인은 이야기의 초기단계 부터 등장되어야 한다. ②초자연적인 마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 ③비밀의 방이나 통로는 하나면 족하다. ④아직 발견되지 않은 독극물과 긴 설명을 필요로 하는 장치 등은 쓰지 않는 것이 좋다. ⑤중국인을 주요 인물로 등장 시키지 말라. ⑥탐정이 우연히 죽을 고비를 넘기게 되었다든지 근거 없는 직관 따위에 의존해선 안 된다. ⑦탐정 자신이 범인이어서는 안 된다. ⑧탐정이 단서를 발견했을 때는 이를 즉시 독자에게 알려줄 것. ⑨작품에서 왓슨(셜록 홈스의 작품상 화자) 역을 담당하는 인물의 생각은 숨김없이 독자에게 알려져야 한다. ⑩쌍둥이나 쌍둥이로 인식할 만한 닮은 사람을 등장시킬 때는 존재 이유를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 (필자의 졸저 ‘추리소설 잘 쓰는 공식’에서)

이상은 영국의 대주교이며 저명 추리소설가인 로널드 녹스(Ronaid Knox)가 1928년에 발표한 유명한 추리소설 작법 10계이다.

갈수록 미궁에 빠지고 있는 ‘대장동사건’을 이 작법에 비추어 생각해 본다. 녹스의 10계 제1조인 ‘범인은 이야기 초기부터 등장해야 된다’는 것을 살펴보자.

이준석 대표는 “1번 플레이어는 좀 조용히 하라”며 “자기가 1번이면서 이렇게 티 내고 떠드는 사람은 처음 봤다”고 하며(조선일보) 이재명 후보를 지칭했다.

다른 증언에서도 대장동 사업의 설계자를 ‘그분’으로 암시하며 최종 등장인물로 지목했다.

‘이재명 시장은 취임 후인 2010년 10월 "성남시 관내 대형 부동산 개발사업을 공공개발로 추진하겠다고 선언했고 2011년 성남시는 지방채 4526억원을 발행하여 대장동 개발사업을 100% 공영개발 방식으로 추진하려고 했다.’(나무 위키)

대장동 사건을 한편의 추리 소설로 보면 추리 소설 플롯 구성의 성경인 녹스의 10계중 제1조인 범인은 ‘그분‘으로 소설의 서두 부분에 등장한다. 소설 상으로는 물론 범인이 누구인지 독자는 모르는 상태로 줄거리(수사)가 진행된다.

제2조, 초자연적인 힘(마력)을 동원해서는 안 된다는 조항에서 ‘초자연적 힘’이란 보이지 않는 정치적 권력의 압력이라고 볼 수 있다. 과연 검찰은 고위 권력층의 압력을 전혀 받지 않고 수사를 하고 있을까? 지금까지 진행된 결과를 보면 석연치 않은 점이 많다. 실무급 이하의 관련자들만 수사하고 수사의 칼날이 위로는 올라갈 줄을 모른다.

셋째, 제8조의 탐정이 단서를 발견했을 때는 이를 즉시 독자에게 알려야 한다는 조항이다. 지금 수사의 줄거리를 국민들에게 알리고 있는가? 수사 진행에 대해 얼마나 언론에 공개하고 있는지 의문스럽다.

유한기 씨에 이어 두 번째로 극한 선택을 한 김문기 당시 제1처장이 남긴 유서에 대해서는 전혀 공개하지 않았다. 왜 그런 선택을 했는지 내용을 국민에게 밝히지 않고 수사 기관은 자기들 책임이 아니라는 변명을 하기에 급급하다.

제10조 쌍둥이나 쌍둥이로 볼 만한 닮은 사람을 등장시켜서는 안 된다고 했다.

야당에서 특검을 하자고 제안했을 때 윤석열 관련 사건과 함께 쌍둥이 특검을 하자고 여당 측에서 주장했다. 제10조가 쌍둥이를 기피 한 것은 비중이나 외모가 분간하기 어려울 정도로 같았기 때문인데 이번 사건은 양측의 사건 무게가 전혀 같지 않기 때문에 그 주장은 제10조에 해당하지 않는고 볼 수 있다.

제1 사망자가 생긴 지 11일 만에 다시 연쇄적으로 사망자가 생겼다. 중대한 추리 소설 플롯의 전개이다.

당국의 수사는 몇 달째 진도가나가지 않고 있다. 진실이 밝혀지는 것, 즉 범인이 확정되는 것이 두렵기 때문이라고 언론은 지적하고 있다.

추리소설은 언제나 범인을 정확히 밝혀내고 사회 정의를 바로 잡는 결론에 이르는 ‘범인필포’(犯人必捕)를 금과옥조로 수사 당국도 이 '범인필포'의 정신을 잊지 말아야 한다. myswoo@nate.com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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