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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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의 핵심 정책 중 하나인 소위 ‘검찰 개혁’의 결과물 공수처가 망신을 당하고 있다.

4년 동안 전 국민을 분열시켜 나라를 두 조각내고 만든 공수처가 출발 1년도 안되어 이럴 거면 차라리 해산하라는 소리가 나온다.

역시 검찰개혁이 만들어낸 야당 대통령 후보를 겨눈 ‘고발사주’ 사건의 중심인물인 손준성 검사의 구속 영장이 지난주 두 번째로 기각되었다.

처음 체포영장 신청부터 기각 당하더니 1차 구속영장이 기각된데 이어 2차 구속 영장도 기각 되어 3전 3패라는 혹평을 받았다.

2차 영장을 기각한 서보민 서울중앙지법 영장전담부장판사는 “피의자의 방어권 보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이는 반면, 구속의 사유와 필요성·상당성에 대한 소명이 충분하지 않다”며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등 혐의를 받는 손 검사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여운국 공수처 차장은 판사를 향해 “우리는 아마추어”라고 실토하기도 했다.

공수처는 출발하자마자 이성윤 고검장의 ‘황제 출두’라는 상식 밖의 일을 저지르더니 계속해서 실수를 연발했다.

김웅 국민의 힘 국회의원의 집무실 압수 수색도 위법한 처사로 압수수색이 중단되는 망신을 당했다.

그뿐만이 아니다. 공수처는 ‘이성윤 서울고검장 공소장 유출 의혹’과 관련해 대검찰청 정보통신과를 압수수색하는 과정에서 압수 대상자들과 절차를 협의하는 데만 5시간 이상을 썼다. 공수처는 오후 늦게야 압수수색에 착수했지만, 피압수자인 검사들 가운데 한 명이 압수수색 안내문을 뒤늦게 받았다고 항의하는 바람에 압수수색이 중단됐다. 공수처는 결국 “안 한 걸로 하자”며 다른 1명에 대한 압수수색만 마무리하고 철수했다.

손준성 검사의 2차에 걸친 구속 영장에는 목표인 윤석열 국민의 힘 대선 후보의 검찰총장 시절 내용이 포함되어 있다고 한다. 여권 인사들이 그동안 윤 후보를 향해 공격할 때 쓰던 내용일 것이다. 정당하지 않은 의도가 담긴 수준미달의 영장이라면 기각되지 않을 수 없을 것이다.

1차 영장의 내용 중에는 상식 이하의 내용도 포함되어있다.

구속 영장에 기재되었다는 한 구절을 살펴보았다.

“손준성 검사가 <성명불상>의 상급 검찰 간부들과 공모해 <성명불상>의 장소에서 <성명불상>의 검찰 공무원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하고 김웅과 <성명불상>의 야당 인사와...”

구속영장의 한부분에 <성명 불상>이라는 단어가 4번이나 나온다. 성명불상이란 누군지 모른다는 뜻이다. 이 영장 청구서 일부 문장을 다시 새겨보자.

“손 검사는 <누군지 모르는> 검찰 간부들과 공모해 <어딘지 모르는> 장소에서 <누군지 알 수 없는> 검찰 공무원에게 고발장 작성 등을 지시하고 김웅과 <누군지 알 수 없는> 야당 인사와...”

공수처 구성원은 문재인 정부가 심혈을 기울여 뽑은 수사 검사들이다. 그런데 사법고시 준비생도 쓰니 않을 이런 공문서를 판사한테 들이밀었다니 한심하다 못해 분노할 지경이다.

공수처는 왜 만들었는가. 말 그대로 고위공직자의 부정부패를 수사하기 위해서는 위상이 높은 기관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서 만든 것 아닌가. 그런데 이런 구성원으로 좀도둑이나 제대로 잡을 수 있을까 싶다.

공수처가 출발한 이후 구속영장이 집행된 것은 1건도 없다. 그러면서 ‘수사관의 직급이 낮아 관계 기관과 협력이 잘 안 된다’면서 7급 수사관을 5,6급으로 높이겠다고 예산 편성을 요구했다. 국민의 힘 이영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를 보면 7급 수사관 10명 가운데 6명을 6급으로, 4명을 5급으로 조정하겠다고 한다.

그러자 이영 의원은 “불법 압수수색 논란, 편파수사의혹, 수사역량 부족을 의심받는 공수처가 밥그릇 챙기기에 급급하다.”고 평했다.

이러니 문재인 정부가 골치 아픈 부실 기구 하나를 국민의 눈총을 받으며 만들어 놓았다는 의심을 받게 되었다.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데 이제 문재인 정부는 떠나기 전에 큰 결심을 해야 할 것 같다. myswoo@nate.com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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