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 박영화 회장,"정부 차원 상설기구 필요"
중고차 수출은 대기업이 시장을 개척하는데 한계..1대1 세일즈가 효과적
현대글로비스, 시장 진입하면 영세업자 존립 송두리째 흔들려

[스페셜경제=임준혁 기자]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수출업에 진출을 시도하고 있다. 기존 중고차 수출과 관련된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영세 사업자들은 존립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영세 중고차 수출업계 종사자들의 이익과 권익 신장을 위해 지난 2001년 설립된 (사)한국중고자동차수출조합(이하 ‘조합’) 박영화 회장을 만나 현대글로비스의 이른바 ‘대기업 골목 상권 침해’ 시도에 대한 대응책과 제언 등을 들어봤다. 

(사)한국중고차수출조합 박영화 회장은 "중고차 수출 이슈가 일때마다 현안을 논의 및 정리하는 정부 차원의 상설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준혁 기자)
(사)한국중고차수출조합 박영화 회장은 "중고차 수출 이슈가 일때마다 현안을 논의 및 정리하는 정부 차원의 상설기구 마련이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임준혁 기자)

1. 현대글로비스가 중고차 수출시장에 진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1995년부터 태동한 한국 중고차 수출업은 2000년대 들어 본격적으로 시장이 형성됐다. 지금까지 연간 42만대 정도 수출하고 있다. 지난 25년 동안 ‘무(無)에서 유(有)’를 창출했다. 정부에서 수출산업으로 육성하지 않은 탓에 영세 수출업자들은 자생적으로 성장했다. 수출 단지도 조성하고 무역상(무역회사)들이 생겨났다. 지난해 중소기업 적합업종에서 해제됐지만 현재 재지정을 위한 논의가 진행 중이다. 현대글로비스 같은 대기업에서는 (중고차 수출업을)하나의 사업분야로 취급한다. 하지만 우리에게는 생존과 직결된다. 현대는 신차 생산업체인 만큼 생산부터 판매까지 전 과정에 대한 데이터베이스가 축적돼 있다. 애니카데이터를 비롯해 현대캐피탈·선적·현대글로비스의 운송 데이터가 존재한다. 여기에 자동차 경매장, 인터넷 플랫폼인 글로벌 오토벨까지 가세하면 이 거대한 공룡에 대한 우리 수출업체의 위협은 더욱 커진다. 중고차 수출과 관련된 업을 영위하는 사람들은 전국적으로 10만명 수준이다. 현대글로비스의 자본과 조직력, 빅데이터를 당해낼 수 없다. 현대글로비스는 다른 대기업과 질적으로 다르다. 대리점과 원가조정, 여기에 해외에서의 네임벨류가 결합되면 매집에 절대적 우위를 차지한다. 현대글로비스에서 명분으로 내 건 중고차 수출시장 선진화 운운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20년 동안 관심도 두지 않다가 시장이 매력적으로 보이니까 송두리째 접수하겠다고 나섰다. '상도' 의로도 적절치 않다.

2. 기존 중고차 수출업체가 보유한 특화된 장점, 또는 현대글로비스가 따라 잡을 수 없는 경쟁력은.

작은 무역상들은 일일이 소비자와 거래조건을 상의해 차를 사왔다. 바이어에게 꼼꼼하고 적합한 가격으로 차를 소개하고, 바이어는 이를 검사하고 수출한다. 이러한 프로세스는 수년간의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하다. 현대글로비스를 비롯한 대기업은 바이어에 대한 일대일 신뢰 구축이 어렵다. 시장의 변화에 민감하지 않다. 소비자에게 직접적으로 전문가로서 다가가지 못한다. 과거 중고차 수출업에 진출했던 SK엔카, 현대캐피탈, 대우자동차판매 등 대기업들은 이러한 밀접하고도 탄탄한 신뢰관계를 쌓는데 실패해 사업에서 철수한 바 있다.

3. 현대글로비스의 중고차 수출시장 진출이 이른바 '대기업  골목 상권 침해'의 또다현상이라 보는가. 

마켓 리더면 리더답게 행동해야 한다고 본다. 막대한 자금과 조직이 감당할 수 있는 해외 시장 개척에 매달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중고차 시장의 경우 아직 미개척된 국가들이 많다. 현대글로비스가 제3세계를 중심으로 현지에 진출해서 대리점이나 서비스센터 설립, 인프라 구축 등을 추진한다면 충분히 박수받을 일이다. 수년 전 아프리카 앙골라에서 온 고위 관리가 자국의 중고차 시장 인프라의 열악함을 호소한 적이 있다. 그에 따르면 앙골라는 정비망 시스템, 부품 등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같은 현지 당국의 하소연을 외면하지 않고 인프라 구축 등을 충족시켜 나간다면 한국 중고차가 많이 팔릴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이러한 요소들은 현대글로비스 등이 해낼 수 있다. 개별 국가와 관세를 협의해서 자유무역지역과 연계한 현지 수입단지 구축도 생각해 볼 수 있다. 기존 영세한 중고차 수출업체들은 결코 할 수 없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각자의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한국 중고차 판매에 청신호가 켜질 것이라 확신한다.

4. 중고차 수출과 관련해 사업수행 근거법령이 명시되어 있지 않아 사업자들이 혼선을 빚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국토교통부와 산업통상자원부가 관할하는데 중고자동차 수출 과정에서 제기되는 여러 상황에 부처간 해석이 상이한 상태라 조합 등 사업자들이 혼선을 야기하고 있다. 국토부에서는 도로교통법, 자동차관리법에 자동차에 관한 여러 규정이 있다. 예를 들자면 수출 중고차에 대한 말소 규정이 있다. 국토부에 기재돼 있는 관련 법령에 따르면 해당 차량은 중고차에 대한 것들을 규정, 장리하고 있다. 동시에 산자부는 수출 활동이 무역에 속하는 만큼 말소된 중고차를 하나의 물품(상품)으로써 중고자동차를 취급하고 있다. 이때 약간의 문제 소지가 있다. 중고자동차가 말소가 되서 면장이 나오면 자동차의 형태를 띈 하나의 상품이 돼 버린다. ‘수출용 상품’인 만큼 상품(중고차)의 변경은 화주나 바이어의 물건이니까 이들이 알아서 개·변조를 할 수 있다는 견해가 나올 수 있다. 국토부는 이를 인정하려 하지 않는다. 불법 개·변조라고 주장할 수 있다. 조합 입장에서는 우리가 해외에서 사가는 사람들의 요구에 따라 개·변조, 포장여부를 결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이러한 것을 명확히 규정하는 게 현재 불비된 상태다.”

“라벨 문제도 마찬가지다. 중고차 수출을 위해서는 라벨이 붙어 있어야 한다. 몇 년 타다 시장에 나온 중고차는 라벨이 훼손될 가능성이 있다. 이 때 라벨의 재부착을 위해 생산자인 현대차나 기아에 요구하면 처리에 3개월이 소요된다. 이 경우 국토부에서 가령 ‘훼손 발견 후 7일 내에 혹은 즉시 재발행, 부착해야 한다’는 규정이 필요한데 현재 이를 명시한 규정이 없다. 산자부도 수입자의 원활한 통관과 사용을 위해 수출 중고차가 라벨을 단시간에 획득해 재부착할 수 있는 규정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 이러한 것을 규정하는 어떠한 법령이나 부칙 등은 존재하지 않고 있다. 미비된 관련 규정 마련에 신경을 써 줬으면 한다. 좀 더 첨언하자면 중고차 수출 이슈가 나올 때 산자부나 국토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부처를 초월해 논의할 수 있는 상설기구의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저작권자 © 스페셜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