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단체 "임기응변식 여론 호도 목적...실효성 없어"
금융업계 "조금이라도 소비자 혜택 있다면 활용해야"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뉴시스 제공)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 (뉴시스 제공)

[스페셜경제=이재형기자] 금융당국이 은행에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에 적극 참여해달라고 주문했다. 3분기까지 누적 33조7000억원대 이자익을 시현한 은행이 가산금리를 올리고 우대금리를 축소하고 있다는 비난 여론이 확산함에 따른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금리인하요구권'을 신청한 사람 10명 중 6명 이상이 '퇴짜'를 맞았다. 당국의 임기응변식 선전으로 이 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 부원장은 금감원 은행담당 부원장보를 비롯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기업·SC·씨티 등 8개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이 참석한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에서 이같이 요구했다.

이 수석 부원장은 "2019년 금리인하요구권이 법제화되면서 제도적인 기틀은 마련됐지만 실제 운영은 여전히 미흡한 점이 많다"며 "금융소비자가 금리인하요구권의 혜택을 볼 수 있도록 개선방안을 빠른 시일 내 이행해달라"고 말했다. 금리인하요구권이란 금융소비자가 대출 이후 신용 상태가 개선되면 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은행들은 지난 2002년부터 금리인하요구권을 자율적으로 시행했지만 2019년부터 이 권리는 법적으로 보장받게 됐다. 금융소비자는 비대면으로 이를 신청해 약정을 체결할 수 있다.

금리인하 신청요건은 취업, 승진, 이직, 전문자격 취득 등 소득이 증가했거나 자산이 증가하거나 부채가 감소하는 등 재산이 증가, 차주의 재무 상태가 개선된 경우다. 또 신용평가회사의 개인신용평점이 상승해도 금리인하를 요구할 수 있다. 이외에도 은행이 자율적으로 정하는 사항이 포함된다.  

하지만 과거 금리인하요구권 수용 실적을 보면 당국의 기대와 전혀 다른 방향으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지난해 차주들이 은행 등 금융회사에 금리인하를 신청한 건수는 총 91만건이었다. 이 가운데 34만건만이 수용됐다. 즉 차주 10명 가운데 6명은 금리인하요구를 거절당했다. 요구가 수용된 대출 규모 총 32조8000억원 가운데 감면 이자액은 불과 1600억원에 지나지 않았다.

이런 가운데 '금리인하요구권' 제도 자체가 실효성이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융회사가 관련 업무를 처리하는데 들이는 노력, 비용 대비 소비자에 돌아가는 혜택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 당국이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지 않은채 상황에 따라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조남희 금융소비자원장은 "당국이 마치 이 제도가 소비자에게 큰 혜택을 줄 수 있는 양 호도, 선전하고 있다"면서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적용하기 어렵고 인하가 된다해도 실제 금융소비자가 줄일 수 있는 이자 비용은 미미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국은 은행들이 과도하게 수익을 추구하는 상황에서 금리운영 체계 등을 점검하고 모니터링하면서 실질적인 행정지도를 해야한다"며 "여론이 악화되자 실효성도 없는 '금리인하요구권'을 내세우며 마치 이것이 모든 소비자의 불만을 해결할 수 있는 것처럼 선전하고 있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금감원은 은행들이 대체로 소비자에게 금리인하 요구권을 제대로 안내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금감원에 따르면 "부분담보,주택외담보대출은 금리인하 대상에서 제외된다", "대출계약 체결 후 3개월 미경과시 신청이 불가하다" 등 부정확한 안내를 하는 경우가 드러났다.

금융업계에서는 조금이라도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이 있다면 이 제도를 활용하는 게 맞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관계자는 "금융상품 종류가 많아 일부 은행이나 영업점에서 잘못 설명하는 경우도 생기지만 다만 0.1% 혹은 0.2%의 이자비용 절감 혜택이 있다면 이를 고객에게 적극 홍보하고 이용토록 안내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또 "은행연합회가 주관해 12월 한달간 이 제도를 집중홍보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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