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판도라’의 허구

언론인,소설가.
언론인,소설가.

2018년 6월 15일 전력사업자인 한국수력원자력 이사회는 기습 이사회를 열어 월성 원전 1호기를 영구정지하기로 결정했다. 작년 6월19일 부산 기장군 고리 원전1호기 영구정지 결정에 이은 두 번째 원전 폐쇄 조치이다. 월성 1호기의 경우 7,000억 원의 예산을 투입해 노후 설비를 교체했고, 고리 1호기도 수백억 원을 들여 비상발전기 등을 교체한 상태였다. 미국에서는 같은 회사에서 만든 원전을 60년간 사용하는데 우리는 고작 40년을 쓰고 버린 것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2017년 6월 이미 30% 정도 공사가 진행된 신고리 원전 5, 6호기 공사를 3개월간 중단시킨 바 있다.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가 공사 재개를 결정했지만, 당시 공사중단으로 1,300억 원 가량의 손실이 발생했다. (newsdaily ‘탈원전이 말도 안 되는 13가지 이유’ 이상흔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탈원전 정책을 결심하게 된 배후에는 탄소제로의 인류공동 목표를 달성하려는 의도도 있지만 ‘판도라’라는 영화 한편을 보고 눈물을 흘리며 결심했다는 설도 있다.

문정권 이후 탈원전의 비합리성이 확연하게 드러나고 있음에도 그 길을 멈추지 않는데 영향을 주었다는 영화 ‘판도라’의 문제 장면을 보자.

박소장; 문에 냉각펌프 배관 연결 부위에 균열이 생긴 거 같습니다. 냉각수가 새서 긴급 가동 중지를 실행하고, 제어봉 삽입해서 원자로를 안정시켰습니다.

본부장; 심각한 상황입니까?

박소장; 균열부위만 찾아서 교체해 주면 됩니다. 금방 복구될 겁니다.

본부장; 내진설계가 돼 있는데, 왜 문제가 생긴 거요?

박소장; 건물 외벽은 멀쩡합니다. 그런데 그 안에 복잡하게 연결돼 있는 구조물들이 흔들리는 것까진 막지 못 한 거 같습니다.

본부장- 무슨 소리에요? 그런 것까지 대비하는 게 내진설계 아닙니까. 게다가 뉴스 보니까 진도가 5라던데...여긴 진도7에도 견디는 곳 아닙니까?

박소장- 1호기는 지은 지 30년이 넘었습니다. 가정집 수도관도 30년이면 부식이 돼서 관이 막히거나 균열이 생깁니다. (중략)

본부장-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하는 거요?

박소장- 백색경보를 발령하고 지역 주민들에게 공지를 해야 합니다.

이 시나리오와 같이 ‘판도라’에서는 방사능이 유출되어 인명피해가 생기는 과정이 여기서 시작된다. 그러나 이 작품과 같이 원전의 피폭격 테마로 쓴 필자의 졸작 소설 ‘신의 불꽃’에서는 전혀 다른 결과를 보여 준다. 사고를 수습하는 매뉴얼도 전혀 다르다. ‘신의 불꽃’은 2010년 필자가 원전 가동 현장을 오랫동안 취재하고 전문가의 검증을 거쳐 사실과 부합되게 쓴 소설이다.

발전소 내에 비상사태가 발생할 때 단계별로 백색, 청색, 적색의 비상령이 내린다. 청색은 제2단계 비상령으로, 방사능 유출 가능성이 단 1퍼센트라도 있으면 내려지는 경보였다. 방사능이 실제로 유출될 때 내려지는 적색경보의 전 단계였다. 적색경보가 내려지면 그때부터는 국무총리가 사태를 지휘한다. (졸저 ‘신의불꽃’)

영화 ‘판도라’에서는 원전 사고의 초기단계부터 청와대에서 대통령이 직접 지휘를 하는 장면이 나오는 것부터가 사실성이 전혀 없다.

무엇보다 ‘냉각펌프 배관 연결 부위에 균열이 생긴’ 것이 방사능 누출 사고까지 연결된 것이 문제다. 그러나 우리나라 원전은 냉각펌프의 배관이 아무리 파손되어도 방사능이 새어 나오지 않는다. 일본의 원전과는 달리 냉각과 가열 회로가 3개로 구성되어 냉각수 회로관은 직접 원자로를 거치지 않기 때문이다. 일본이 냉각수 펌프의 파손으로 문제가 생긴 것과는 다르다. 또한 폐연료봉 저장 탱크를 폭파시켜 아래층으로 떨어트려 위기를 구한다는 것은 우리 원전의 구조를 전혀 모르고 불가능한 장면을 만든 것이다.

필자가 쓴 작품이라는 것을 아무리 감안해도 영화 ‘판도라’는 지나친 허구이고 있을 수 없는 케이스를 다룬 것이다.

원전과 관련하여 ‘판도라’라는 단어가 나오는 것은 필자의 ‘신의불꽃’중 ‘판도라의 상자를 여는 자는 망한다‘는 구절과 2013년에 제작된 미국영화 ‘판도라의 약속’(로버트 스톤 감독)이 있는데 모두 친 원전적 작품으로 ‘판도라’와는 전혀 다른 내용으로 되어있다. (계속) myswoo@nate.com

*올해 여름철도 어김없이 찜통더위가 계속되고 있습니다. ‘전력 예비율 우려도 반복되고 있습니다. 정부 '탈 원전' 정책이 전력수급의 불안요소 및 원인이라는 시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이상우의 세상읽기>는 여름철 전력수급의 올바른 이해 및 판단을 돕기 위해 '탈원전 정책' 문제점을 시리즈로 다루고 있습니다.<편집자주>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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