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 3년째 뒷걸음
이익 12.5조 중 반도체가 7조
그중 80%는 메모리부문 추정

[스페셜경제=남하나 기자] 삼성전자는 상반기 누적 매출액이 최고를 기록한 29일 웃지 못했다.  매출과 영업이익의 반도체 쏠림, 그중에서도 D램과 낸드플래시 같은 메모리 제품으로 편중된 구조가 심화된 가운데 다른 사업에서도 돌파구가 보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올 2분기 매출 63조6700억원, 영업이익 12조5700억원을 기록했다고 29이 공시했다. 1분기(65조3900억원)를 합친 상반기 누적 매출액은 약 129조원으로 사상 최대다.

삼성전자의 2분기 전체 영업이익 중 메모리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등 시스템반도체 사업은 6조9300억원으로 55% 이상을 차지해 회사 안팎에서는 축포 대신 우려의 목소리가 크다. 반도체가 메모리 부문 매출·영업이익의 기여도가 80%에 달한 것으로 추정된다. 불안해 하는 요인이다. 

이런 가운데 삼성전자는 하반기 스마트폰, 파운드리 사업에서 이른바 '복합 위기'에 직면했다. 스마트폰은 다음달 폴더블(접을 수 있는) 신모델인 '갤럭시Z폴드3'와 '갤럭시Z플립3'를 공개하고 보급형 인기 모델인 갤럭시A52·72 판매량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그러나 핵심 생산기지인 인도와 베트남에서 코로나19가 기승을 부리면서 생산 차질이 염려된다. 전 세계 갤럭시 스마트폰 생산의 절반을 맡은 베트남 박닌성 공장은 현지 정부의 일시 봉쇄가 이어지고 있다. 이 공장은 하루 가동을 멈추면 매출 손실만 수백억 원이다.

공급 차질에 시달리는 삼성전자는 위로는 애플, 아래로는 중국 브랜드의 5세대(5G) 이동통신 스마트폰 압력도 받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에 따르면 올 1분기 애플은 세계 5G폰 시장에서 32% 점유율로 삼성전자(15%)를 압도했다. 또 주요 시장인 북미에서는 원플러스와 중국 레노버 산하 모토롤라 등 중국 브랜드의 상반기 5G폰 출하량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28%, 83% 급증하며 삼성전자(같은 기간 17% 증가)를 위협했다.

파운드리 시장을 놓고 벌어지는 싸움에서도 삼성이 머뭇거리는 사이 TSMC와 인텔의 공세가 만만찮다.  인텔은 26일 삼성전자 5나노미터(㎚·1㎚는 10억분의 1m)급 초미세 공정 기술과 맞먹는 '인텔4' 공정 기술을 내년 하반기까지 상용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퀄컴 등 삼성전자의 대형 고객사도 차세대 파운드리 고객으로 유치했다.  인텔은 네덜란드 ASML이 독점 생산하는 첨단 파운드리 장비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 물량도 본격적으로 확보하겠다고 선언했다. 이 장비는 한 해 생산량이 수십 대로 한정돼 인텔이 쟁탈전에 뛰어들면 삼성전자와 TSMC의 물량이 줄 수밖에 없다.

삼성전자는 이재용 부회장의 올 1월 구속 수감 이후 미국 텍사스주 오스틴 공장 증설 등 파운드리 투자 계획을 전혀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 투자에 결단을 못 내리는 삼성전자는 급한 대로 차세대 파운드리 기술 상용화부터 서두른다는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내년에는 신형 게이트올어라운드(GAA) 기술을 적용한 3나노 1세대 제품을, 후년에는 3나노 2세대 제품을 본격 양산하겠다"며 "176단 7세대 적층(V) 낸드와 14나노 DDR5 D램 등 메모리 신제품도 각각 올 하반기와 내년에 생산하며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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