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인, 소설가
언론인, 소설가

필자가 어느 신문사의 편집국장으로 일할 때의 일이다. 의료관련 협회서 왔다는 사람들이 국장실로 우르르 몰려왔다.

“도대체 의사를 모욕해도 분수가 있지. 이게 뭡니까? 우리 의료인은 돈만 아는 사람이 아닙니다. 당장 이 작가를 파면하고 지면에 사과 기사를 내세요.”

그들이 내민 것은 그날 아침자의 우리 신문 4컷 풍자 만화였다. 만화의 주인공이 병원을 찾아갔는데 의사가 진찰기를 환자의 가슴에 대지 않고 호주머니에 대는 장면이 있었다. 위급한 환자가 여러 병원을 돌아다녔으나 퇴짜를 맞아 생명을 잃었다는 기사로 의료인이 핀잔을 받은 사건을 풍자한 것이었다.

1990년대 이전 신문마다 ‘촌철살인’으로 불리는 따끔한 시사만화들이 신문마다 실려서 독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동아일보의 ‘고바우’(김성환작), 조선일보의 ‘두꺼비’(안의섭 뒤에 한국일보로 옮겨갔다), 중앙일보의 ‘왈순 아지매’(정운경), 한국일보의 ‘브론디’(칙영) 등이 대표적인 4컷 시사만화였다.

4컷 만화들은 주로 군사 독재정부의 권력을 비판하는 소재가 많았지만 더러는 사회문제를 다루는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사회문제를 다룰 때 전문직업 군에 대한 내용은 거의 항의를 받아 편집책임자나 작가가 곤욕을 치르는 경우가 많았다.

의료 기관의 항의도 자주 발생했다.

최근 의료 문제에 대한 몇 가지 현안이 논쟁의 대상이 되고 있다. 코로나19의 확산으로 부각된 문제인 원격 진료와 수술실내의 CCTV 설치문제다.

지난달 국회보건복지위원회에서는 이 문제를 심의했으나 본회의에 올리지 않고 추가논의 하기로 했다고 한다.

이렇게 수술실의 CCTV 설치 문제는 오래 전부터 논의가 되어 왔으나 몇 년째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CCTV를 설치해야 하는 환자보호단체의 주장에는 상당한 이유가 있다.

2019년 서울의 어느 대형병원에서 마취상태에 있는 여성 환자의 신체를 인턴이 만져서 문제가 된 일이 있다. 2018년에는 의사 아닌 사람이 수술을 하다가 탈이 난 일이 있다. 2014년에는 수술실에서 수술하다 말고 의사의 생일파티를 한 일도 있었다.

수술을 받은 환자가 석연찮은 원인으로 사망했을 경우 그 책임을 규명하는 데에도 명확하게 따질 자료가 부족하다. 빈번한 의료 논쟁을 막는데도 도움이 된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CCTV를 설치하는 장소에도 이견이 팽팽하다. 수술실 입구에는 이미 병원의 60.4%가 설치하고있지만 수술실 범죄는 막지 못하고 있다고 안기종 한국환자단체 회장이 주장하고 있다. 수술실 안에 설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의료 단체에서 수술실 안의 CCTV 설치 반대이유는 생명을 다루는 의사는 다른 어떤 곳에도 신경쓰지 않고 오직 환자의 생명을 건지기 위해 혼신의 힘을 집중해야 하는데 CCTV는 적극적인 의료행위를 막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세계 의사회의 데이비드 바브 회장도 “이 법안은 조지 오웰적인 성격이 짙다”고 의료인 편을 들었다.

그러나 국민의 생각은 좀 다르다. 수술실 내부에 CCTV를 설치해야한다는 쪽이 절대다수인 78.9%이고 반대가 17.4%이다.(ytn)

“창과 방패의 싸움인데 의사가 둘 다 갖지 말고 방패 하나쯤은 환자 측에 줘야 할 것 아닌가?”

의료 분쟁을 몇 년째하고 있는 한 환자 가족의 절규다.

전국에는 1만여 곳의 수술실이 있다. 의료 분쟁은 끊임없이 전국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다. 그런데 정치권에서는 입씨름만하고 있다.

주 원인은 전문 단체의 반대 때문이다. 환자의 원격치료도 전문 단체의 반대로 손놓고 있다.

주무부서인 복지부에서는 ‘2년 유예 뒤 의무화’라는 절충안을 만지작거리고 있다고 한다.

다수당인 민주당 의원 중에는 찬성하는 쪽이 많다고 하고, 국민의 힘의 이준석 대표는 전문가의 의견을 더 들어봐야겠다는 신중론을 펴고 있다.

법안을 만드는 사람이나 집행하는 사람들은 무엇이 진정으로 국민을 위한 길인지 판단하고 바른길을 가야 할 것이다. 절대다수의 여당 국회는 야당이 반대하자 법을 고쳐 공수처 만들지 않았는가. 국민의 절대다수가 원하는데 무엇을 주저하는가.

국민을 위한 모든 일은 빠를수록 좋다. myswoo@nate.com

이상우

언론인이며 소설가. 한국일보, 서울신문, 국민일보, 파이낸셜뉴스, 일간스포츠, 스포츠서울, 굿데이 등에서 편집국장, 대표이사, 회장 등을 역임하며 한국에서 가장 많은 일간신문을 창간한 언론인. 역사, 추리 소설가인 저자는 세종대왕 이도, 신의 불꽃 등 4백여 편의 작품을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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