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리테일 조윤성 사장 교체, '남혐논란' 디자이너 징계
"홍보물 이미지, 남성 비하 의도 의심된다"…산업계 곳곳서 의혹 제기
극단적 성 평등주의에 반발 커져…"모든 소비자 배려해 전략 수립해야"

GS25의 홍보물. 남혐 논란이 불거진 뒤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이미지=GS25)
GS25의 홍보물. 남혐 논란이 불거진 뒤 불매운동으로까지 번졌다 (이미지=GS25)

[스페셜경제=변윤재 기자] 기업들이 젠더 문제로 곤혹을 치르고 있다. 전자, IT업계는 물론, 유통업계에서도 남성 혐오를 연상케 하는 홍보물 이미지로 논란이 거세다. 

젠더 문제는 주 소비층으로 떠오른 MZ세대가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주제. 성대립으로 몰아가려는 움직임을 경계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지만, 기업 역시 향후 사회적으로 논쟁이 야기되는 주제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여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GS리테일은 전날 임직원 징계 인사를 결정했다. 남성 혐오 논란이 불거진 홍보 포스터를 제작한 디자이너를 징계했고, 마케팅팀장은 타 부서로 자리를 옮겼다. 플랫폼 사업부문(BU)장과 편의점 사업부장을 겸직했던 조윤성 GS리테일 대표 역시 편의점 사업부장에서 물러나 플랫폼BU장만 맡게 됐다. GS리테일 측은 정기 인사의 일부라고 확대해석을 경계했지만, 사실상 남혐 논란에 대한 징계가 아니냐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20~30대 남성을 중심으로 GS 전 계열사에 대해 불매운동을 벌이자는 주장이 제기되며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어서다. 

앞서 지난달 1일 GS25는 캠핑용 식품 구매와 관련된 경품 증정 이벤트를 홍보하는 포스터를 공개했다, 소시지를 집는 집게손가락과 문구, 하단의 달 이미지가 문제가 됐다. 엄지와 검지를 C자형으로 만든 손가락 모양이 남성의 신체 부위를 비하하는 메갈리아(메갈)의 상징적 포즈라는 주장이 나왔다. 포스터 속 영어문구도 도마에 올랐다. 일부에서는 'Emotional Camping Must-have Item'의 마지막 알파벳을 거꾸로 읽으면 'MEGAL'이 된다고 지적했다.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의혹이 확산되고 소비자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GS리테일은 두 차례에 걸쳐 포스터를 수정했다. 그러나 수정된 포스터 역시 여성주의 학회의 심볼이 들어갔다는 주장이 불거졌고 비판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결국 GS리테일은 포스터를 완전히 삭제한 뒤 “해당 사안에 대해 내부적으로 무겁게 받아들여 앞으로 논란이 될만한 내용에 대해 철저히 모니터링하여 더욱 세심한 검토와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사과했지만 GS리테일의 다른 홍보물로 남혐 의혹이 번지면서 조기 진화에 실패했다. 

남혐 논란이 불거진 SK하이닉스의 홍보물 (이미지=SK하이닉스)
남혐 논란이 불거진 SK하이닉스의 홍보물 (이미지=SK하이닉스)

비단 젠더 문제로 곤혹을 치른 것은 GS리테일뿐만이 아니다. SK하이닉스도 같은 달 내부 홍보물에 쓴 이미지로 논란이 야기됐다. 이 홍보물은 학습 플랫폼인 마이써니에서 반도체 관련 강의를 듣고 이벤트에 응모하면 선물을 증정한다는 내용으로, 평범한 듯 보였지만 역시 손가락 모양이 문제가 됐다. 하단 이미지 속 남성 3명의 손가락 모양이 남성을 조롱하는 메갈리아 특유의 포즈라는 주장이 나온 곳이다. 게다가 문구를 장식하는 월계수 잎은 메갈리아의 로고라는 해석까지 제기됐다. 

다른 편의점 브랜드인 CU, 인터넷은행 카카오뱅크, 온라인 패션플랫폼 무신사 등도 홍보물에 비슷한 손모양이 들어갔다는 이유로 남혐 의혹을 받았다. 해당 기업들은 남혐 의혹을 일축하면서도 불매운동 등을 우려해 홍보물을 삭제하고 사과문을 올리며 수습에 나섰다. 

소비자들이 젠더 문제에 민감한 것은 그동안 소모적 논쟁이 계속된 데서 오는 피로감과 반발감이 크기 때문이다. 과거 일베의 이미지를 사용한 뉴스 등이 질타 받은 뒤 일베 의혹이 제기되기만 해도 온라인을 중심으로 공격 대상이 됐다. 이후 여성 혐오의 심각성을 일깨우기 위한 미러링도 과도하게 활용되자, 20~30대 남성이 '남성 혐오 프레임을 씌운다'고 맞대응하면서 성 대립의 골이 깊어졌다. 그 결과 메갈리아는 사이트가 폐쇄됐지만, 오히려 극단적 여성주의·남성주의는 지속됐고 수년 간 상대진영을 향한 비난을 주고 받으면서 젠더 문제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키웠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향후에도 젠더 문제와 같은 논란이 반복될 소지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MZ세대 소비자들은 능동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타협하지 않는 경향이 강하다. 사회적 혹은 정치적으로 올바른 방향을 추구하려는 태도도 뚜렷하다. MZ세대가 소위 가치소비로 불리는 윤리적 소비를 주도하는 것도 이러한 성향에서 기인한다.

때문에 사회적, 정치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에 대해 사내 구성원과 공유하고 제품 기획부터 홍보까지 모든 부분에서 불필요한 논쟁을 야기할 부분은 없는지 검증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의도를 갖고 한 행위가 아니더라도 소비자로부터 젠더 의혹이 제기된다면, 기업 입장에서는 이미지 타격은 물론이려니와, 이를 만회하기 위한 추가 비용을 감수해야 한다"며 "우리나라에선 최근 젠더 문제가 많이 부각됐다는 점에서 양성 평등의 측면에서 고루 배려했는지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전사적으로 소비자가 관심있는 가치와 문제에 대한 전략을 세우고 이를 공유해 같은 논란이 반복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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